1. 유채꽃과 동백꽃, 제주의 숨겨진 아픔

오늘은 사순절 다섯째주일이자, 제주 4.3기념주일입니다. 지난주 총회순교자기념주일도 그렇고, 오늘 4･3기념주일도 이렇게 사순절기에 있어서 그 의미가 새롭게 와닿습니다. 잘 아시다시피, 4･3사건은 한국 현대사에서 6･25전쟁 다음으로 인명 피해가 많았던 사건입니다. 1947년 미군정 시대에 발생해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인 1954년까지 7년에 걸쳐, 당시 제주도민 인구의 11%에 해당하는 2만5000~3만여 명의 주민들이 희생당한 사건입니다. 일제에 부역한 경찰들의 강압적인 주민 탄압으로, 국가가 자기 국민을 학살한 최대 희생 사건입니다.

▲ 윤희춘 할머니의 증언

상황은 이렇습니다. 1945년 8.15광복 이후, 일본군이 철수하자, 외지에 나가 있던 6만여 명의 제주도민들이 다시 고향인 제주도로 돌아오게 됩니다. 따라서 급격한 인구증가에 따라, 직업을 구하지 못한 이들이 많아졌고, 생필품 부족과 콜레라 발생으로 인해 수백 명의 사람이 죽었습니다. 미곡(米穀) 정책의 실패로 식량난 등이 겹치면서 민심도 악화하였습니다.

기가 막힌 것은 일제에 부역한 경찰들이 미군정 지배하에, 다시 치안을 책임지는 이들로 변신한 것입니다. 이들은 지금의 일부 정치 검찰 세력과도 같이 자신들의 잘못은 숨기고, 다른 사람의 조그마한 잘못은 끝까지 찾아내 괴롭히듯이, 당시 주민들을 탄압하였습니다. 그런데도 미군정 치하 관리들은 제주도민의 피폐한 민생을 돌보기보다, 자신들의 사리사욕을 챙기는 등, 부정행위를 일삼았습니다.

따라서 1947년 3월 1일 삼일절 행사를 기점으로 제주도민들이 들고일어났습니다. 이 행사가 제주 북초등학교에서 있었는데, 이때 기마경찰의 말발굽에 채여 한 아이가 꼬꾸라지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그런데 경찰이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고 현장을 떠났습니다. 따라서 쫓아간 군중들이 기마경찰에게 따졌습니다. 그런데도 경찰은 사과하지 않았습니다. 분노한 주민들의 시위가 일어나게 되자, 경찰은 군중들이 경찰서를 습격하려는 것으로 오인해 총을 쏴서 민간이 6명이 죽게 됩니다(3･1발포 사건). 기가 막히죠? 이렇게 해서 분노한 도민들이 들고일어난 것입니다.

더 놀라운 것은 사태의 원인을 파악하여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데, 미군과 제주도 당국은 제주도민을 진압하려고 결정한 것입니다. 특히 육지에서 건너온 우익청년단인 서북청년단(한경직 목사를 중심으로 한 영락교회 청년들)의 힘으로 도민들의 시위를 진압하려고 하였습니다. 그러나 이렇게 외지 사람을 불러들인 것이 오히려 제주도민들의 반발을 사게 되어 사태는 더욱 악화되었습니다. 지금은 많이 좋아졌지만, 제주도민들이 외지인을 잘 믿지 못한 것은 이 때문입니다.

놀라운 것은 이러한 제주 4.3사건이 군사정권 동안에는 북한의 사주에 의한 폭동으로 규정되어 금기시되었다는 것입니다. 물론 당시 남한의 단독선거와 단독정부 수립에 반대하는 구국 투쟁이 있었으나, 이것을 북한의 사주로 보는 것은 잘못입니다. 또 당시 미국이 개입하여 선‘가능지역 총 선거안’을 가결시켜 분단이 가속화되게 됩니다. 따라서 저항 운동은 계속되었습니다. 그 비극의 현장이 바로 제주였고, 여수와 순천이었습니다.

아무튼 김대중, 노무현 정부 때 특별법을 제정하고 진상조사위원회를 통해 올바른 진상을 규명하고자 하였습니다. 그 결과 정부가 공식 사과를 하고 희생자 보상이 이뤄졌지만, 아직 완전하지는 않습니다. 따라서 제주는 아직도 그 고통의 흔적을 지니고 있는 것입니다. 지금도 제주에는 봄이면 유채꽃이 피지만, 그 꽃들은 제주도민의 절규와 피라는 양분을 먹고 자란 꽃들입니다. 또한 제주도의 붉은 동백꽃은 4･3으로 희생된 수많은 영혼을 상징합니다. 오늘 제주 4.3 기념 주일을 지키며 제주의 아름다움만이 아니라, 아픔을 함께 보시는 저와 여러분이 되시기를 바랍니다.

따라서 오늘 복음서 말씀은 제주도민의 죽음과도 같은 예수님의 죽음에 관한 말씀입니다. 예수님께서 십자가상에서 “어찌하여 나를 버리셨나이까?”라며 절규하며 받으신 고통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제주에서, 여수와 순천에서, 부산과 마산, 그리고 광주에서, 저 팽목항과 성주 소성리 등 대한민국 전역에서 “어찌하여 나를 버리셨나이까?”라는 예수님의 절규가 끊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예수님을 십자가에 못 박으려는 세력들이 늘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이들은 예수님 당시, 로마제국의 부역자들이기도 하고, 또한 그들과 결탁한 종교 지도자들입니다. 같은 민족을 죽이려는 같은 민족이기도 하며, 다른 민족을 압살하려는 또 다른 민족일 수도 있습니다. 이렇게 우리 지구촌은 다툼과 갈등이 끝이 없습니다. 그리고 악이 승리하는 듯이 보입니다.

그러나 그렇지 않습니다. 구약 에스더 말씀은 이런 악한 이들의 최후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인물이 바로 아각 사람(아말렉 왕 아각의 자손) 하만입니다. 그는 유대인인 모르드개와 그 동족 모두를 몰살시키려다, 에스더의 지혜로 죽임을 당하게 됩니다. 부림절의 기원이 되는 사건이죠? 따라서 야고보 사도는 다툼과 변덕을 경고합니다. 모든 불행이 여기서 시작되기 때문입니다. 나아가 마귀를 대적하고 하나님께 복종하라고 권면합니다. 그리고 유일하신 입법자와 재판관이신 하나님께 모든 것을 맡기라고 합니다. 왜냐하면 하나님은 구원하기도 하며 멸하기도 하시기 때문입니다. 복음서 말씀부터 볼까요?

2. 나의 하나님 어찌하여 나를 버리셨나이까?

“제 육시로부터 온 땅에 어둠이 임하여 제 구시까지 계속되더니, 제 구시 쯤에 예수께서 크게 소리 질러 이르시되, 엘리 엘리 라마 사박다니 하시니, 이는 곧 나의 하나님, 나의 하나님, 어찌하여 나를 버리셨나이까 하는 뜻이라. 거기 섰던 자 중 어떤 이들이 듣고 이르되, 이 사람이 엘리야를 부른다 하고, 그중의 한 사람이 곧 달려가서 해면을 가져다가 신 포도주에 적시어 갈대에 꿰어 마시게 하거늘, 그 남은 사람들이 이르되 가만두라. 엘리야가 와서 그를 구원하나 보자 하더라.”(마 27:45-49)

▲ 십자가 상 예수님의 절규

예수님께서는 빌라도의 재판정에서 심문을 받고 사형선고를 받으셨습니다. 대속제물로 인류의 죄를 씻기 위해 십자가 고난을 받으시고 죽음을 맞이하신 것입니다. 그런데 예수님께서 아람어로 “엘리 엘리 라마 사박다니”라고 외치시니, 사람들이 엘리야를 부르는 줄 알았습니다. 그만큼 엘리야의 상징성이 큰 것입니다. 왜냐하면 말라기서에 보면, “보라! 여호와의 크고 두려운 날이 이르기 전에 내가 선지자 엘리야를 너희에게 보내리니(말 4:5)”라는 말씀 때문입니다.

여기서 크고 두려운 날은 여호와의 날이죠? 주의 심판의 날입니다. 그날은 메시아가 도래하는 날입니다. 따라서 사람들은 엘리야가 나타나면 하나님의 심판이 임할 것으로 생각하였습니다. 이제 예수님이 엘리야를 부르니, “메시아가 와서 구원하는가 보자!”라고 생각한 것입니다. 계속 말씀을 볼까요?

“예수께서 다시 크게 소리 지르시고, 영혼이 떠나시니라. 이에 성소 휘장이 위로부터 아래까지 찢어져 둘이 되고 땅이 진동하며 바위가 터지고 무덤들이 열리며 자던 성도의 몸이 많이 일어나되, 예수의 부활 후에 그들이 무덤에서 나와서 거룩한 성에 들어가 많은 사람에게 보이니라.”(마 27:50-53)

놀라운 일이 생깁니다. 두 가지입니다. 먼저 성소 휘장이 찢어지고 땅이 진동하고 바위가 터집니다. 하나님께서 개입하시는 것이죠? 그리고 이러한 모습은 특이한 것이 아닙니다. 엘리야에게 나타나신 하나님의 모습과 같기 때문입니다. 열왕기상 19장 말씀을 찾아볼까요? 엘리야는 갈멜산에서 바알 선지자들과 850대 1, 혹은 450대 1의 대결을 벌임으로 아합을 비롯한 모든 백성에게 그 당시 이스라엘 땅 가뭄의 원인이 바로 우상숭배임을 알게 했습니다.

이렇게 엘리야의 갈멜산 승리 이후, 아합왕의 부인인 이세벨은 엘리야를 죽이려고 합니다. 그러자 엘리야는 광야로 도망갑니다. 큰 승리 후에 위기가 닥치자, 낙심에 빠진 엘리야는 호렙산 굴에 들어가 숨어 버리게 되는 것입니다. 이때 하나님께서 엘리야에게 나타나십니다.

“여호와께서 이르시되, 너는 나가서 여호와 앞에서 산에 서라. 하시더니, 여호와께서 지나가시는데 여호와 앞에 크고 강한 바람이 산을 가르고 바위를 부수나 바람 가운데에 여호와께서 계시지 아니하며 바람 후에 지진이 있으나, 지진 가운데에도 여호와께서 계시지 아니하며 또 지진 후에 불이 있으나, 불 가운데에도 여호와께서 계시지 아니하더니, 불 후에 세미한 소리가 있는지라.”(왕상 19:11-12)

강한 바람이 산을 가르고 바위를 부순 후, 지진과 불이 나타난 후에 하나님께서 엘리야에게 말씀하신 것입니다. 그리고 엘리야에게 새로운 사명을 주시죠? 아람의 하사엘과 이스라엘의 예후에게 기름을 부어, 이들을 각각 아람과 이스라엘의 왕으로 세워 기존 정권을 교체하게 합니다. 혁명을 일으키는 것이죠? 그리고 제자 엘리사에게 기름을 부어 자신의 후계자로 세우라고 말씀하십니다. 이처럼 예수님의 죽음은 엘리야 시대와 같이 새로운 시대가 열린다는 의미입니다.

두 번째로 무덤들이 열리며 자던 성도의 몸이 많이 일어났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들은 예수님의 부활 이후에 무덤에서 나와 거룩한 성 예루살렘에 들어가 많은 사람에게 자신의 몸을 보여주었다고 합니다. 무슨 뜻일까요? 좀비들이 나타났다는 말인가요? 문자적으로 읽으면 그렇습니다. 그러나 이 말씀은 구약 에스겔 37장을 전제로 해야 이해가 됩니다. 잘 아시다시피, 에스겔은 바벨론에 포로로 잡혀가 있던 유대 백성들에게, 다시 고향으로 돌아갈 것을 마른 뼈 환상을 통해 보여줍니다. 말씀을 찾아볼까요?

“주 여호와께서 이 뼈들에게 이같이 말씀하시기를, 내가 생기를 너희에게 들어가게 하리니, 너희가 살아나리라. 너희 위에 힘줄을 두고 살을 입히고 가죽으로 덮고 너희 속에 생기를 넣으리니, 너희가 살아나리라! 또 내가 여호와인 줄 너희가 알리라 하셨다 하라. 이에 내가 명령을 따라 대언하니, 대언할 때에 소리가 나고 움직이며 이 뼈, 저 뼈가 들어맞아 뼈들이 서로 연결되더라. 내가 또 보니, 그 뼈에 힘줄이 생기고 살이 오르며 그 위에 가죽이 덮이나 그 속에 생기는 없더라. 또 내게 이르시되, 인자야! 너는 생기를 향하여 대언하라. 생기에게 대언하여 이르기를, 주 여호와께서 이같이 말씀하시기를, 생기야! 사방에서부터 와서 이 죽음을 당한 자에게 불어서 살아나게 하라 하셨다 하라. 이에 내가 그 명령대로 대언하였더니, 생기가 그들에게 들어가매, 그들이 곧 살아나서 일어나 서는데, 극히 큰 군대더라.”(겔 37:5-10)

이것은 민족의 회복입니다. 둘로 나눠진 남 유다와 북이스라엘의 ‘하나 됨’입니다. 저 짐승과 같은 바벨론 제국의 포로에서 고통받는 유대인들의 부활인 것입니다. 사실 이스라엘의 예루살렘과 감람산(올리브 산)은 언젠가 이스라엘 백성들의 부활이 시작될 장소입니다. 이스라엘 사람들은 그들이 어디에 매장되어 있든지 간에, 그들의 뼈는 여기에 모여집니다. 그리고 그들은 마지막 날 부활할 것을 믿습니다. 이렇게 엘리야의 권능과 에스겔의 기적인 불의한 정권의 교체와 압제에서 신음하는 민족의 부활이 바로 지금 예수의 죽음과 부활을 통하여 다시 반복될 것이라는 말씀입니다. 따라서 백부장과 사람들이 고백합니다.

“백부장과 및 함께 예수를 지키던 자들이 지진과 그 일어난 일들을 보고 심히 두려워하여 이르되, 이는 진실로 하나님의 아들이었도다 하더라. 예수를 섬기며 갈릴리에서부터 따라온 많은 여자가 거기 있어 멀리서 바라보고 있으니, 그중에는 막달라 마리아와 또 야고보와 요셉의 어머니 마리아와 또 세베대의 아들들의 어머니도 있더라.”(마 27:54-56)

예수님이 하나님의 아들이라는 고백이 예수님을 따르던 제자들의 입이 아니라, 이방인들의 입에서 나옵니다. 역설적입니다. 또한 남성 제자들은 다 도망가고 부인했지만, 여성 제자들은 끝까지 예수님의 곁을 지킵니다. 죽음의 순간까지도 함께 한 것입니다. 지난주 말씀에 예수님의 제자 가운데, 가룟 유다가 예수님을 배반했죠? 잘 아시다시피, 베드로도 주님을 세 번 부인합니다. 이렇게 남성 제자들은 예수님을 배반하고 부인하지만, 여인들은 끝까지 예수님 곁을 떠나지 않습니다. 괴테 『파우스트』의 마지막 구절처럼, ‘영원한 여성’이 우리를 이끄는 것입니다.

3. 모르드개를 매달려고 한 나무에 하만을 다니

따라서 오늘 구약 본문 말씀은 한 여성이 자신의 민족을 구원한 사건입니다. 바로 에스더죠? 잘 아시다시피, 에스더가 동족을 구하려고 아하수에로 왕에게 하만의 계략을 폭로한 말씀입니다. 이를 위해 에스더는 “죽으면 죽으리이다(에 4:16).”라는 각오로, 민족을 살리기 위해 기도하며 목숨을 걸고 지혜롭게 준비합니다. 처음에 에스더는 왕과 함께 하만을 잔치 자리에 초청하죠? 그리고 소원을 묻는 왕에게 다시 두 번째 잔치 자리에 초청합니다. 말씀을 볼까요?

“왕이 하만과 함께 또 왕후 에스더의 잔치에 가니라. 왕이 이 둘째 날 잔치에 술을 마실 때에 다시 에스더에게 물어 이르되, 왕후 에스더여! 그대의 소청이 무엇이냐? 곧 허락하겠노라. 그대의 요구가 무엇이냐? 곧 나라의 절반이라 할지라도 시행하겠노라.”(에 7:1-2)

이제 때가 무르익었습니다. 드디어 에스더가 아하수에로 왕에게 소원을 말합니다.

“왕후 에스더가 대답하여 이르되, 왕이여! 내가 만일 왕의 목전에서 은혜를 입었으며 왕이 좋게 여기시면 내 소청대로 내 생명을 내게 주시고 내 요구대로 내 민족을 내게 주소서. 나와 내 민족이 팔려서 죽임과 도륙함과 진멸함을 당하게 되었나이다. 만일 우리가 노비로 팔렸더라면 내가 잠잠하였으리이다. 그래도 대적이 왕의 손해를 보충하지 못하였으리이다 하니”(에 7:3-4)
왕은 에스더의 말을 듣습니다. 그리고 놀라서 묻습니다. 이런 일을 행하려고 하는 자가 도대체 누구인지를 묻습니다.

“아하수에로 왕이 왕후 에스더에게 말하여 이르되, 감히 이런 일을 심중에 품은 자가 누구며 그가 어디 있느냐 하니, 에스더가 이르되, 대적과 원수는 이 악한 하만이니이다 하니, 하만이 왕과 왕후 앞에서 두려워하거늘, 왕이 노하여 일어나서 잔치 자리를 떠나 왕궁 후원으로 들어가니라.”(에 7:5-7a)

에스더는 아하수에로 왕의 신임과 총애를 받던 하만이 자신에게 고개를 숙이고 인사하지 않는 모르드개를 괘씸해 하며 그를 죽일 뿐 아니라, 그 민족을 말살하려고 하는 계략을 낱낱이 알려줍니다. 믿었던 신하 하만에 대한 실망, 혹은 당혹함일까요? 아니면 왕후 에스더에 대한 의심인가요? 왕이 잔치 자리를 떠납니다. 그러자 하만이 에스더에게 다가옵니다. 말씀을 볼까요?

“하만이 일어서서 왕후 에스더에게 생명을 구하니, 이는 왕이 자기에게 벌을 내리기로 결심한 줄 앎이더라. 왕이 후원으로부터 잔치 자리에 돌아오니, 하만이 에스더가 앉은 걸상 위에 엎드렸거늘, 왕이 이르되, 저가 궁중 내 앞에서 왕후를 강간까지 하고자 하는가 하니, 이 말이 왕의 입에서 나오매, 무리가 하만의 얼굴을 싸더라.”(에 7:7b-8)

▲ 아하수에로 왕과 하만, 그리고 에스더

상황이 복잡하게 돌아갑니다. 에스더가 앉은 걸상에 다가가 살려달라고 요청하는 모습을 본 왕은 오해합니다. 하만이 왕후를 위협하고 겁탈하려는 것으로 보았던 것입니다. 그리고 하만을 잡아들였던 것입니다. 상황이 역전되었습니다. 유대인을 죽이려 했던 하만이 오히려 죽임을 당하게 되었습니다. 마지막 말씀을 볼까요?

“왕을 모신 내시 중에 하르보나가 왕에게 아뢰되, 왕을 위하여 충성된 말로 고발한 모르드개를 달고자 하여 하만이 높이가 오십 규빗 되는 나무를 준비하였는데, 이제 그 나무가 하만의 집에 섰나이다. 왕이 이르되 하만을 그 나무에 달라 하매, 모르드개를 매달려고 한 나무에 하만을 다니, 왕의 노가 그치니라.”(에 7:9-10)

악인의 말로입니다. 이렇게 악인은 잠시 잘되는 것 같지만, 결국은 심판을 받게 되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하나님은 구원하시기도 하지만, 멸하기도 하시기 때문입니다. 제주 4･3도 마찬가지입니다. 처음에는 폭동으로 치부되어 왜곡되었지만, 마침내 진상이 규명되어 국가가 사과하게 됩니다. 이것을 우리는 ‘역사의 재해석 기능’이라고 부릅니다. 기존의 역사를 새롭게 다시 해석하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역사적 사건의 해석은 고정불변한 것이 아니라, 시대의 상황에 따라 바뀌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역사를 “현재와 과거의 대화”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대표적인 것이 5·18 광주 민주화 운동이죠? 이전에는 ‘광주 소요사태’, ‘광주사태’, ‘폭동’ 등으로 보도되었습니다. 그러나 김영삼 정부 때, 광주사태를 민주화 운동으로 재해석하고 신군부에게 광주 유혈 진압의 죄를 물으며 우리의 불행했던 과거사를 재정리하는 역사적 전기를 마련하였습니다. 그러나 역사는 반복됩니다. 이제는 군부의 군화발이 아니라, 정치 검찰의 법과 진실을 외면하는 언론이 역사의 수레바퀴를 거꾸로 돌리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렇게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 비참하게 짓눌려 있는 이들은 인내하며 끝까지 살아남은 자들에 의해, 또한 역사를 올바로 재해석하려는 이들에 의해 부활할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악인이 지금 승리했다고 두려워할 필요가 없습니다. 비록 현재 그들이 승리한 듯이 보이지만, 우리는 이 선한 싸움을 포기하지 않고 계속해야 하는 것입니다.

4. 구원하기도 하시며 멸하기도 하시느니라!

이렇게 악인이 승리하고 역사가 거꾸로 돌아가는 이유를 오늘 야고보 사도는 잘 설명해 줍니다. 바로 다툼인데, 이 다툼의 원인을 인간의 정욕 때문이라고 설명합니다. 이렇게 야고보 사도는 사람의 마음에서 분출하는 정욕으로 인해 빚어지는 싸움과 다툼의 역사, 곧 죄악의 삶과 역사를 언급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인간의 죄로 말미암아 타락해버린 삶과 역사의 치유책을 제시합니다. 그것은 바로 하나님의 말씀이며, 이 말씀에 복종하는 것, 곧 겸손히 행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교만한 자들은 말씀에 순종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야고보 사도는 마지막으로 교만으로 인해 생기는 다툼을 이야기합니다. 말씀을 볼까요? 먼저 싸움과 다툼의 원인을 분석합니다.

“너희 중에 싸움이 어디로부터 다툼이 어디로부터 나느냐? 너희 지체 중에서 싸우는 정욕으로부터 나는 것이 아니냐? 너희는 욕심을 내어도 얻지 못하여 살인하며 시기하여도 능히 취하지 못하므로 다투고 싸우는도다. 너희가 얻지 못함은 구하지 아니하기 때문이요, 구하여도 받지 못함은 정욕으로 쓰려고 잘못 구하기 때문이라.”(약 4:1-3)

따라서 싸움과 다툼의 원인을 제거하기 위해 겸손하라고 권면합니다.

“간음한 여인들아! 세상과 벗 된 것이 하나님과 원수 됨을 알지 못하느냐? 그런즉 누구든지 세상과 벗이 되고자 하는 자는 스스로 하나님과 원수 되는 것이니라. 너희는 하나님이 우리 속에 거하게 하신 성령이 시기하기까지 사모한다 하신 말씀을 헛된 줄로 생각하느냐? 그러나 더욱 큰 은혜를 주시나니, 그러므로 일렀으되, 하나님이 교만한 자를 물리치시고 겸손한 자에게 은혜를 주신다 하였느니라.”(약 4:4-6)

겸손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하나님께 복종하고 손을 깨끗이 하며 마음을 성결하게 하고 주 앞에서 낮추어야 할 것입니다. 말씀을 볼까요?

“그런즉 너희는 하나님께 복종할지어다. 마귀를 대적하라. 그리하면 너희를 피하리라. 하나님을 가까이하라. 그리하면 너희를 가까이하시리라. 죄인들아! 손을 깨끗이 하라. 두 마음을 품은 자들아! 마음을 성결하게 하라. 슬퍼하며 애통하며 울지어다. 너희 웃음을 애통으로, 너희 즐거움을 근심으로 바꿀지어다. 주 앞에서 낮추라! 그리하면 주께서 너희를 높이시리라.”(약 4:7-10)

또한 겸손하기 위해서는 비방과 판단을 조심해야 합니다.

“형제들아! 서로 비방하지 말라. 형제를 비방하는 자나 형제를 판단하는 자는 곧 율법을 비방하고 율법을 판단하는 것이라. 네가 만일 율법을 판단하면 율법의 준행자가 아니요, 재판관이로다. 입법자와 재판관은 오직 한 분이시니, 능히 구원하기도 하시며 멸하기도 하시느니라. 너는 누구이기에 이웃을 판단하느냐?”(약 4:11-12)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하나님은 입법자와 재판관으로 우리를 구원하시기도 하며 멸하기도 할 것입니다. 하만과 같이 불의한 길을 걷는 이들은 반드시 심판받을 것입니다. 그러나 예수님의 십자가 길을 따르는 이들은 반드시 부활하여 저 영원한 하나님 나라에 들어갈 것입니다. 그런 저와 여러분이 되시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간절히 축원합니다.

최병학 목사(남부산용호교회)  hak-9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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