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진다!

중동의 팔레스틴과 아프가니스탄은 물론, 현재 우크라이나와 대만, 그리고 한반도는 해양세력(미국과 크게 보면 나토까지)과 대륙세력(러시아, 중국)이 격돌하는 지정학적 위치에 놓여있습니다. 양 세력의 틈바구니에 놓여 있어서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진다.”라는 말처럼, 늘 위험이 상존합니다. 현재 해양세력의 대표주자 미국은 지구촌의 패권국가입니다. 그리고 대륙세력의 대표자인 러시아와 중국은 미국의 패권에 반발하는 도전국입니다. 이렇게 패권국과 도전국 사이에 존재하는 나라가 중간국입니다. 우크라이나, 대만, 중동, 한반도가 바로 중간국이죠? 성균관대학교 성균중국연구소 장영희 연구실장은 이 세 국가 간의 관계에 관해 이렇게 말합니다.

▲ 대륙세력과 해양세력의 대립구도

그렇다면 동북아시아의 중간국인 한반도가 패권국 사이에서 ‘피스메이커’의 역할을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장영희 연구실장은 두 가지를 제시합니다. 첫째, 국내 정치적으로 첨예하게 작동하는 ‘정체성의 정치’를 경계하고, 분열과 타자에 대한 혐오의 문제를 성찰할 수 있어야 하며, 둘째 여론 지형이 한쪽으로 경도되지 않았는지 성찰하고 균형 감각을 유지해야 한다고 합니다.

첫 번째로 언급하는 것 가운데, ‘정체성의 정치’는 독특한 정체성을 지닌 신체나 문화적 특징 때문에 주류 집단에 차별받는 사회 집단이, 그들의 문화와 신체적 특징을 인정받고, 차별에서 벗어나 동등한 시민권을 획득하기 위해 벌이는 다양한 정치활동을 뜻합니다. 가령 ‘여성 운동’, ‘장애인 운동’, ‘성적 소수자 운동’, ‘소수 민족 운동’이 이에 해당합니다.

이러한 정체성의 정치를 통해 집단을 갈라치게 되면, 분열이 생기고 다른 집단에 대한 혐오가 심각해집니다. 한 국가 내에서도 이러한 정체성의 정치는 문제가 되지만 국제관계에 있어서는 더 심각합니다. 왜냐하면 강대국인 패권국과 도전국은 중간국 내의 입맛에 맞는 상대와만 협상을 시도하려고 하기 때문입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친러 정권이 집권했을 때는 가만히 있다가 친 나토 정권이 들어서자 압박을 하고 전쟁을 벌인 이유입니다.

한반도에서도 미국 대통령 바이든이 의외로 윤 당선자에게 재빨리 축하 전화를 건 것도 그 까닭입니다. 또한 중국은 북한의 든든한 후원자로 계속 남아 있습니다. 이렇게 남북은 패권국과 도전국의 세력 싸움에서 대리전 역할을 하는 비극적인 운명에 처해 있는 것입니다.

그 결과 중간국 내에서는 나와 다른 타자에 대한 혐오의 정치가 판을 치죠? 나라가 망하는 지름길입니다. 따라서 거대 양당 중 하나인 국민의힘 당은 여성을 품어야 하고, 중국과 대화해야 합니다. 동시에 더불어민주당은 이대남을 품고, 미국과 관계 개선을 해야 합니다. 패권국과 도전국의 갈라치기에는 온 국민이 하나가 되어 대응해야 합니다. 그렇게 균형을 잡아야 합니다. 이것이 중간국의 운명입니다.

두 번째로 권면한 것은 언론의 기능입니다. 여론 지형이 한쪽으로 경도되지 않도록 성찰하고 균형 감각을 유지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사실 새 정부의 과제로 정치개혁, 검찰개혁, 재벌개혁, 노동 개혁 등 많은 개혁의 과제가 산재해 있지만, 그중 가장 중요한 것은 언론개혁입니다. 특별히 남북문제에 있어서 언론은 우리가 받는 위협만 강조하고, 북한이 받는 위협에 대해서는 눈을 감습니다. 그렇게 되면 대화와 협상은 요원합니다. 똑같이 패권국과 도전국의 갈라치기에 놀아나게 되는 것입니다. 따라서 장영희 연구실장은 패권전쟁이 일어나는 국력의 퍼센티지를 이렇게 말합니다.

패권국 미국에 의한 두 차례 중동의 걸프전 다음은, 도전국 소련의 우크라이나 침공입니다. 그리고 그다음은 도전국 중국의 대만 압박이겠죠? 마지막은 한반도가 될 것입니다. 한완상 전 부총리는 “대륙 세력과 해양 세력이 부딪히는 곳이 우리나라 성주”라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성주는 사드(THAAD), 곧 미국의 미사일 요격 체계 중 하나인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erminal High Altitude Area Defense)’가 배치된 곳이죠? 당연히 중국 견제용입니다. 이렇게 강대국의 힘 대결이 한반도에서 펼쳐지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언론은 한쪽의 정보만 일방적으로 보도합니다. 따라서 언론 보도는 늘 반대의 관점을 생각하고 균형 있게 살펴보아야 합니다.

▲ 구한말 한반도를 둘러 싼 열강의 대립

잘 아시다시피, 구한말(舊韓末)(1) 한반도는 ‘열강들의 이권 사냥터’였습니다. 중국, 일본뿐 아니라, 서구 열강들이 한반도를 둘러싸고 각축전을 벌였습니다. 지금 구한말처럼 역사는 비극적으로 또다시 반복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대한민국이 중동 지역처럼 분쟁의 장소로, 현재 우크라이나와 같이 전쟁터가 되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좁은 한반도에서 동쪽과 서쪽, 세대 간, 성별 간 갈등을 넘어, 지구촌 전체의 갈등을 보아야 합니다. 대륙 세력과 해양 세력의 긴장과 갈등을 보고, 균형자 역할을 감당해야 할 것입니다. 이제 멸망의 카운트다운이 시작되었습니다. 돌이킬 수 없습니다. 그것을 늦추느냐, 앞당기느냐는 시간문제입니다. 그리고 그것은 우리 국민의 지혜와 지도자의 능력에 달려 있습니다.

2. 예수를 배반한 제자 가룟 유다

오늘 세 본문 말씀은 이러한 위기에도 불구하고 잘못된 선택을 하는 사람들에 관한 말씀입니다. 먼저 복음서 말씀은 예수님을 판 가룟 유다에 관한 이야기이고, 구약 말씀은 아버지 다윗을 배반한 아들 압살롬의 이야기입니다. 따라서 서신서 말씀에서 사도 바울은 서로 대적하여 교만한 마음을 가지지 말라고 권면합니다. 왜냐하면 오만하고 교만하면 넘어지기 때문입니다. 특히 해양세력과 대륙세력이 격돌하는 지정학적 위치에 놓여있는 우리 민족은 정말 겸손하게 서로 대적하지 않고 모든 것을 대화로 지혜롭게 풀어가야 할 것입니다. 복음서 말씀부터 볼까요?

“무교절의 첫날에 제자들이 예수께 나아와서 이르되, 유월절 음식 잡수실 것을 우리가 어디서 준비하기를 원하시나이까? 이르시되, 성안 아무에게 가서 이르되, 선생님 말씀이 내 때가 가까이 왔으니, 내 제자들과 함께 유월절을 네 집에서 지키겠다 하시더라 하라 하시니, 제자들이 예수께서 시키신 대로 하여 유월절을 준비하였더라.”(마 26:17-19)

예수께서 제자들에게 마지막 유월절을 준비시킵니다. 그리고 함께 식사하시죠? 그 유명한 최후의 만찬입니다. 이때 예수님은 자신을 배반할 자를 지목하십니다.

“저물 때에 예수께서 열두 제자와 함께 앉으셨더니, 그들이 먹을 때에 이르시되,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너희 중의 한 사람이 나를 팔리라 하시니, 그들이 몹시 근심하여 각각 여짜오되, 주여! 나는 아니지요? 대답하여 이르시되, 나와 함께 그릇에 손을 넣는 그가 나를 팔리라. 인자는 자기에 대하여 기록된 대로 가거니와 인자를 파는 그 사람에게는 화가 있으리로다. 그 사람은 차라리 태어나지 아니하였더라면 제게 좋을 뻔하였느니라. 예수를 파는 유다가 대답하여 이르되, 랍비여! 나는 아니지요? 대답하시되, 네가 말하였도다 하시니라.”(마 26:20-25)

이후 성찬이 끝난 뒤, 유다는 대제사장에게 달려가 군인들을 이끌고 옵니다. 겟세마네 동산에서 기도하시던 예수님께 다가가 입맞춤을 합니다. 그것이 신호가 되어 군인들이 예수님을 잡아갑니다. 이렇게 유다는 ‘비열한 배신자’의 대표적인 인물이 되어 세상 사람들에게 알려지게 됩니다. 지금도 양을 잡을 때, 도살장으로 다른 양들을 유인하는 데 사용하는 염소를 ‘유다 염소’라고 부릅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양을 배신하여 죽게 만드는 염소라는 뜻입니다. ‘유다의 키스’라는 말도 있습니다. 배반 행위나 가식적인 겉치레, 혹은 호의를 뜻합니다. 또한 몰래 들여다보는 구멍을 ‘유다의 구멍’이나 ‘유다의 창문’이라고도 합니다. 이렇게 유다라는 이름은 배반과 멸시, 혐오스러움의 동의어로 사용이 되었습니다.

사실 가룟 유다는 예수님의 공생애 활동 초기부터 열두 제자 가운데 하나로 뽑혀, 3년 동안 예수님과 함께했던 인물이었습니다. 주님께서 주신 권능으로 마귀를 내어쫓고, 병을 고치며 복음을 전하기도 했습니다. 비록 제자 가운데, 세리 출신인 마태가 있었음에도, 유다는 제자 일행의 재무를 맡을 만큼 계산에 밝고 똑똑했습니다. 히브리 노예 한 사람의 몸값인 은 30냥에 예수님을 팔았으나, 결국 “내가 무죄한 피를 팔고 죄를 범하였도다(마 27:4a).”라고 고백하며, 은을 성소에 던져 넣고 물러가서 스스로 목매어 죽습니다.

이렇게 가룟 유다는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고 후회는 했지만, 진정으로 회개하지는 않았습니다. 또한 자신이 지은 죄를 대제사장들과 장로들에게로 전가하려고 했습니다. 그러나 이들은 예수를 판 “그것이 우리에게 무슨 상관이냐? 네가 당하라!(마 24:4b)”며 유다를 내치죠. 결국 예수님을 배신한 유다도 대제사장들에게 똑같이 배신당합니다. 이렇게 이용당했음을 깨닫고 양심의 가책으로 자살을 합니다. 고집스럽고 책임 의식이 결여된 모습으로 생을 마감한 것입니다. 이러한 유다의 얼굴은 구약 말씀에 나오는 압살롬의 얼굴이기도 합니다.

3. 아버지 다윗을 배반한 아들 압살롬

구약 말씀을 볼까요? 압살롬은 다윗 왕의 셋째 아들로, 다윗이 헤브론에 있을 때, 그술 왕 달매의 딸 마아가에게서 태어났습니다(삼하 3:3). 다윗 왕의 장남은 암논인데, 그는 이스르엘 여인 아히노암의 소생입니다. 하루는 암논이 배다른 동생 압살롬의 누이동생인 다말을 사모하여 범하는 사건이 일어납니다. 이러한 불상사가 일어났는데도 다윗 왕은 암논을 벌하지 않습니다. 아마도 다윗 자신의 범죄, 곧 부하 우리아의 아내 밧세바를 범한 사건이 떠올랐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러나 이렇게 외면한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닙니다. 또 다른 비극이 생깁니다.

▲ 니콜 드 시몬 <암논의 암살>(2008)

2년 후, 압살롬은 에브라임 근처 바알하솔에서 연회를 주최하고, 형 암논을 초청합니다. 그리고 부하들을 시켜 암논을 살해합니다. 형제 살인의 비극이 생긴 것입니다. 이후 압살롬은 다윗 왕의 분노를 피해 2년 동안 외가댁인 그술 왕 암미홀의 아들 달매에게 숨게 됩니다. 그러나 요압 장군의 권유로 압살롬은 다시 궁전에 돌아오게 됩니다. 아직 화가 풀리지 않은 다윗왕은 압살롬을 그의 집으로 돌아가게 하고 얼굴을 보지 않습니다. 이렇게 또 2년이 지났습니다.

아버지 다윗 왕을 볼 수 없었던 압살롬은 이번에는 요압의 밭에 불을 지릅니다. 화가 나 찾아온 요압에게 압살롬은 “왕의 얼굴을 볼 수 있게 하라!(삼하14:32).”라고 요청하여 마침내 예루살렘에 돌아온 지 4년 만에 아버지 다윗 왕을 만나게 됩니다. 그제야 다윗 왕은 압살롬을 맞아들이고 화를 풀고 용서합니다.

그런데 은혜를 원수로 갚는다고, 압살롬은 자기를 용서한 아버지 다윗을 배반합니다. 압살롬은 다윗의 친구이자 당대 최고의 지략가인 아히도벨과 군사령관 아마샤 등을 포섭하고, 백성들의 억울함을 풀어주는 등 민심을 장악하고, 반란을 준비합니다. 오늘 말씀은 바로 그 이야기입니다.

“그 후에 압살롬이 자기를 위하여 병거와 말들을 준비하고 호위병 오십 명을 그 앞에 세우니라. 압살롬이 일찍이 일어나 성문 길 곁에 서서 어떤 사람이든지 송사가 있어 왕에게 재판을 청하러 올 때에 그 사람을 불러 이르되, 너는 어느 성읍 사람이냐 하니, 그 사람의 대답이 종은 이스라엘 아무 지파에 속하였나이다 하면, 압살롬이 그에게 이르기를, 보라! 네 일이 옳고 바르다마는 네 송사를 들을 사람을 왕께서 세우지 아니하셨다 하고”(삼하 15:1-3) 

이간질이죠? 다윗 왕과 백성 사이를 이간질합니다. 그리고 백성의 마음을 자기에게로 돌리기 위해 훔칩니다. 말씀을 볼까요?

“또 압살롬이 이르기를, 내가 이 땅에서 재판관이 되고 누구든지 송사나 재판할 일이 있어 내게로 오는 자에게 내가 정의 베풀기를 원하노라 하고, 사람이 가까이 와서 그에게 절하려 하면 압살롬이 손을 펴서 그 사람을 붙들고 그에게 입을 맞추니, 이스라엘 무리 중에 왕께 재판을 청하러 오는 자들마다 압살롬의 행함이 이와 같아서 이스라엘 사람의 마음을 압살롬이 훔치니라.”

이후 말씀을 보면, 압살롬이 헤브론에서 왕이 되고, 예루살렘으로 진격하여 성을 점령하게 됩니다. 그러나 은혜를 원수로 갚고 이간질하며 권력을 탐한 압살롬의 반란은 곧 다윗의 군대에 의해 진압당하게 됩니다. 배신자의 말로는 이렇게 끝이 납니다. 사실 압살롬은 다윗의 후계자로 지목되어 자연스럽게 이스라엘의 왕이 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는 아버지 다윗의 은혜를 배반하고 반역을 일으키고 말았습니다. 자신의 욕심을 위해 은혜를 저버린 것입니다.

이렇게 압살롬과 유다는 은혜를 배반한 배신자의 대표가 된 것입니다. 두 사람 모두 교만했죠? 자기가 똑똑하다고 생각한 것입니다. 따라서 바울은 고린도 교회 교인들에게 편지합니다. 판단하고 정죄하는 자들의 교만함과 사도들의 겸손함을 비교하며, 남을 판단하고 교만하게 행동하지 말라고 권면합니다. 말씀을 볼까요?

4. 교만한 마음을 가지지 말게 하려 함이라!

“형제들아! 내가 너희를 위하여 이 일에 나와 아볼로를 들어서 본을 보였으니, 이는 너희로 하여금 기록된 말씀 밖으로 넘어가지 말라 한 것을 우리에게서 배워 서로 대적하여 교만한 마음을 가지지 말게 하려 함이라.”(고전 4:6)

고린도 교회 교인들에게 바울은 교회를 개척한 바울 자신과 고린도 교회의 2대 목회자인 아볼로를 본받으라고 권면합니다. 말씀대로 산 우리를 본받으라는 것입니다. 그러나 고린도 교회 교인들은 교만하여 하나님께 받은 것을 자기 것인 양 자랑하고, 서로 왕이 되었다고 합니다. 말씀을 볼까요? 개역 개정이 의미가 잘 와닿지 않기에 공동번역으로 보겠습니다.

“도대체 누가 여러분을 남보다 낫다고 보아줍니까? 여러분이 가지고 있는 것은 모두 하느님께로부터 받은 것이 아닙니까? 이렇게 다 받은 것인데 왜 받은 것이 아니고, 자기의 것인 양 자랑합니까? 여러분은 벌써 배가 불렀습니다. 벌써 부자가 되었습니다. 우리를 제쳐놓고 벌써 왕이 되었습니다. 여러분이 정말 왕이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면 여러분과 함께 우리도 한번 왕 노릇을 해볼 것이 아닙니까?”(고전 4:7-8)

번역을 잘했죠? 바울이 고린도 교회 교인들을 책망하는 분위기를 느낄 수 있습니다. 사도 바울은 고린도 교회 신자들 사이의 갈등과 분쟁의 뿌리가, 자기 자신을 다른 사람과 구별하는 데 있다고 보았습니다. 스스로를 우월하다고 여기며, 다른 사람들보다 높아지려고 하는 욕망에 있음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고린도 교회 신자들에게 스스로를 다른 교인들과 구별되게 하는 것이 있다면 그 모든 것은 하나님으로부터 받은 은혜가 아니냐는 것입니다. 그런데 어떻게 처음부터 자기에게 있는 것으로 자랑하느냐는 것입니다. 교만에 빠졌다는 것입니다. 스스로 최고라고 여기는 교만입니다. 더 이상 배울 것도 없고 자기들을 가르쳐줄 선생도 필요 없다는 것입니다. 바울의 표현대로 스스로를 왕이라고 생각한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본문 8절 말씀은 비꼬며 쓴 것입니다. “너희가 이미 배부르며 이미 풍성하며 우리 없이도 왕이 되었도다. 우리가 너희와 함께 왕 노릇 하기 위하여 참으로 너희가 왕이 되기를 원하노라.” 바울의 이 말은 “당신들이 우리와 상관없이 스스로 왕이 되었으니, 잘 됐다. 우리도 당신들 덕분에 왕 노릇 할 수 있겠네!”라고 말하는 야유였던 것입니다.

5. 내 아버지의 나라에서 새것으로 함께 마시는 날까지!

그렇다면 교만에 빠지지 않고 겸손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복음서 말씀으로 다시 돌아가 볼까요? 가룟 유다가, 이제 곧 배신하고 예수님은 잡혀갈 것인데, 이렇게 상황이 급박한데, 예수님은 성찬을 베푸십니다. 성찬 제정의 말씀이 이어지는 것입니다. 말씀을 볼까요?

“그들이 먹을 때에 예수께서 떡을 가지사 축복하시고 떼어 제자들에게 주시며 이르시되, 받아서 먹으라! 이것은 내 몸이니라 하시고, 또 잔을 가지사 감사 기도하시고 그들에게 주시며 이르시되, 너희가 다 이것을 마시라! 이것은 죄 사함을 얻게 하려고 많은 사람을 위하여 흘리는바, 나의 피 곧 언약의 피니라.” (마 26:26-28)

▲ 겐트 <성찬의 제정>(1474)

성찬의 의미는 잘 아시겠지만. 네 가지 정도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첫째, 예수님의 희생적 죽음을 기리는 것입니다. 둘째는, 예수님을 믿는 이들이 예수님의 십자가 사역에 참여하는 것을 상징합니다. 떡과 포도주를 먹고 마심으로 예수님의 희생적 삶과 죽음을 내면화하는 것입니다. 셋째는 성찬을 통해 신자의 생명을 유지하고, 영혼에 새 힘과 기쁨을 주는 효과가 있습니다. 물질적인 떡과 포도주가 육신의 생명을 유지하듯, 성찬은 영적으로 같은 유익을 줍니다. 마지막으로 믿는 그리스도인들 서로 간의 연합을 상징합니다. 함께 떡을 떼고 포도주를 마심으로 그리스도를 따르는 제자로 연대하며, 하나님의 공동체로서 연합하는 것입니다.

비록 배신자가 등 뒤에서 칼을 꽂아도, 은혜를 원수로 갚아도, 가야 할 길을 가는 것입니다. 이 길은 바로 십자가의 길입니다. 그러나 부활의 산 소망을 바라는 길, 하나님 나라를 위한 새 희망의 길입니다.

그런데 예수님께서는 마지막에 “그러나 너희에게 이르노니, 내가 포도나무에서 난 것을 이제부터 내 아버지의 나라에서 새것으로 너희와 함께 마시는 날까지 마시지 아니하리라(마 26:29).”라고 말씀하십니다. 여기서 ‘아버지의 나라’는 ‘하나님 나라’를 의미합니다. 하나님 나라가 임하면, 그때는 예수님께서 제자들과 함께 먹고 마실 것입니다. 그러나 지금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따라서 예수님은 성찬에 참여하지 않음으로, 의식적으로 자신이 죽음에 이르렀다는 것을 말씀하고 있습니다.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지금은 먹고 마시고, 교만하여 분쟁하고 싸울 때가 아닙니다. 저 영원한 하나님 나라가 임할 때까지, 우리는 우리에게 주어진 사명을 잘 감당해야 합니다. 그것은 바로 십자가의 길입니다.

특별히 오늘은 총회 순교자 기념 주일입니다. 순교자의 길을 걸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 길은 개인의 길이기도 하지만, 우리 민족의 길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주변 강대국의 틈바구니에서 우리 민족은 지혜롭게 잘 대처해야 할 것입니다. 이것은 예수님의 삶과 죽음을 기억하고 그 삶을 살아갈 때 가능할 것입니다. 그리고 성찬을 통해 그것을 기억하는 것입니다. 그런 저와 여러분이 되시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간절히 축원합니다.

최병학 목사(남부산용호교회)  hak-9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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