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회당에서 손마른 사람을 고치시는 예수님 ⓒGetty Image

안식일은 자주 등장하는 소재인만큼 대단히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그런데 안식일을 지키라는 명령만 있고 어떻게 지켜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내용이 없습니다. 그러므로 십계명이 안식일에 대해 말하는 것이 무엇인지 먼저 파악하는 것이 좋습니다.

십계명에서 안식일은 생업을 중단하고 쉬는 날이었고 그 쉼의 목적은 일하는 사람과 가축의 회복과 보존에 있습니다. 감춰져 있는(?) 또 다른 목적은 탐심의 억제와 절제입니다. 그래야 타자를 위해 또 그렇게 함으로써 자신을 위해 생업을 잠시 멈출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안식일 법의 토대는 인권과 생명 존중 사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안식일을 거룩하게 지키는 것은 사람이 특별히 무엇을 하거나 덧붙여서가 아닙니다. 하던 일을 멈추고 쉼으로써 하나님께서 거룩하게 하신 그 시간에 참여하는 것에 있습니다.

하지만 인간의 활동이 생업만은 아니기 때문에 안식일 법의 시행은 여러 가지 문제를 일으켰고 안식일법은 그때그때마다 해석되어야 했습니다. 이에 따라 시행세칙과 같은 관련규정들이 추가로 제정되었을 것입니다. 이것들은 모법인 안식일 규정의 취지를 살리는 것들이어야 했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들이 많았습니다.

일이 아주 넓은 의미로 이해된 탓입니다. 예를 들면 몇 km이상 이동하면 ‘일’이므로 안식일에는 그 이하의 거리만 갈 수 있습니다. 이러한 규정들이 만들어지면 만들어질수록 본래 안식일법의 취지는 퇴색될 위험이 있습니다.

예수께서는 안식일에 회당에서 한쪽 손이 오그라든 사람을 만났습니다. 사람들이 예수께 안식일에 병을 치료하는 것이 법에 맞냐고 물었습니다. 치료는 의사가 해야 하는 일입니다. 그 병은 오랜 병이기 때문에 위급한 상황이 아닙니다. 일반적으로는 법에 어긋난다고 할 수도 있는 상황입니다.

그런데 예수께서는 구덩이에 빠진 양을 보면 안식일이어도 양을 꺼내주지 않느냐고 대답하십니다. 이것으로 끝내셨다면, 그 대답은 부족한 것이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한데 예수께서는 거기서 일반적인 결론을 이끌어내십니다. 안식일에 선을 행하는 것이 법에 맞는다는 것입니다. 사람들은 위급하냐를 기준으로 판단하겠지만, 예수께서는 구덩이에 빠져있다는 것에 주목하십니다.

한쪽 손이 오그라든 사람은 오랜 세월 구덩이에 빠져 있는 것과 같습니다. 그 세월이 길어 사람들은 그 사실을 망각할 수 있습니다. 그런 그를 그 구덩이에서 꺼내주는 것이 마땅하지 않겠습니까? 이를 위에서 말한 것과 연관시켜 말하면, 안식일에 선을 행하는 것이 하나님의 거룩함에 참여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멈춤과 쉼이 일차적으로 타자의 회복과 보존을 목표로 한다면, 안식일은 처음부터 선을 행하는 것이었습니다. 예수께서는 자신의 위험을 무릎 쓰고 안식일에 그를 고치심으로써 안식일의 의미를 드러내셨습니다. 선을 행하는 것은 사랑이었고, 사랑은 거룩에 참여하는 길입니다.

김상기 목사(백합교회)  webmaster@ecumen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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