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CK와 크리스챤아카데미 공동기획 심포지엄, 코로나가 보여준 사회경제의 속살들 파헤쳐

▲ NCCK신학위와 정평위 그리고 크리스챤아카데미가 공동으로 심포지엄을 마련하고 코로나19로 인해 전지구적 위기 시대에 문제점과 교회의 역할을 찾아보았다. ⓒ화면 캡쳐

2020년 전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19는 사람들의 삶을 변화시키고 사회 생태계를 새로운 국면 위에 올려놨다. 이는 교회 또한 마찬가지였다. 코로나 팬데믹 속에서 한국 교회는 공동체적 결속력이 약화되고 정부 당국의 방역을 방해하는 사회악적인 존재가 됐다. 이제 교회는 코로나19 이후 변화된 세상에서 새로운 위치를 고민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이에 크리스챤아카데미,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신학위원회와 정의평화위원회가 공동기획으로 연속토론회를 준비했다. 9차례에 걸친 연속토론회와 6차 심포지엄의 주제는 “코로나19 이후 한국사회와 교회 ‘코로나19와 대안적 경제-생태적 순환경제로의 전환’”이었다.

이날 사회는 NCCK정평위 최형묵 목사였다. 그는 “코로나19 사태가 드러내고 있는 경제적 위기와 생태적 위기를 심층적으로 진단하고 대안을 모색”하기 위해 이 토론회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전시상황 같은 현재와 앞으로 닥칠지 모를 대공황

▲ 이날 심포지엄에서 첫 번째 발제를 맡은 홍기빈 박사는 코로나19 속 경제상황은 전시상황과 같다며 극단적인 경제 양극화를 지적했다. ⓒ화면캡쳐

첫 번째 발제는 ‘칼폴라니사회경제연구소’ 소장 홍기빈 박사였다. 그는 “코로나 상황이 언제 끝날지 예측할 수 없다. 분명한 것은 2019년 상황과 같지 않을 것이다”라며 자산시장과 노동시장이 완전 달려졌음에도 모두 “환상에 젖어있다”고 했다. 홍 소장에 따르면 최근 1년 반의 경제 상황은 K형태를 띄고 있다. 부동산과 주식시장 등등의 자산시장은 계속 올라가고 있지만 노동시장과 같은 서민경제는 “아래로 쳐 박히는 상황”이 분명해 과거로 즉시 돌아가는 것은 불가능한 상황이라는 것이다.

그는 “1940년대 2차 세계대전 때 대부분의 사회는 전시경제 상황이었다. 이 전쟁이 몇 년이나 계속될지, 누가 이길지 모르는 상황에서 사회 전체가 어떻게 이 어려운 상황을 버텨낼 것인지를 고민했다. 그 결과 1950년대 산물이 바로 복지국가다. 대표적인 예가 영국이다”라며 작금의 경제상황은 이런 ‘전시경제’와 같다고 표현했다. “전시경제는 시장경제가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는 상황을 의미한다. 그로 인해 죽은 사람의 숫자와는 별개로 현재 전 세계는 대 타격을 입은 상태다. 시장을 예측하는 일반적인 사람들은 30년대 대공황이 올 것을 예측하며 경고”한다.

홍 소장은 이런 절망적인 상황 가운데 기독인은 무엇을 할 수 있을지 물었다. 그는 “우리가 알고 있는 경제학의 논리를 떠나서 다시 성경으로 돌아갔으면 좋겠다. 성경에 보면 예수님께서 우리의 살림살이에 대해서 ‘아무도 돌보지 않아도 꽃도, 새도 부족함을 모른다. 왜 내일을 두려워하느냐?’라고 하셨다. 이에 정반대되는 것이 오늘날의 경제윤리다. 항상 재테크를 헤야하고, 항상 내일을 걱정해야 하고, 네 것이 아니라 내 것부터 챙겨야 한다는 논리다. 그래서 내 자식도 챙기고, 내 노후도 챙기고, 그렇게 모든 걸 챙긴 후에야 남을 돕는다. 그 원리의 총합은 ‘경제성장’이다. 경제가 충분히 성장해야 내 자식도 키우고, 내 노후도 챙길 수 있다는 것”이라고 했다.

또 “지금은 ‘생태 위기의 시작점’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확실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은 ‘생태위기는 재난으로 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런 것은 영화에 불과하다. 실제 생태위기, 기후위기의 양태는 전혀 예측하지 못한 모습으로 나타난다. 작년 캘리포니아에서 산불이 일어나 많은 생물이 죽고, 많은 사람들이 집을 잃었다. 그런데 그게 기후위기라는 사실을 나중에야 알게 됐다. 또 기후 위기로 모든 작물의 작황을 예측할 수 없어 식량 위기가 진행 중이기도 하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생태위기라고 봤을 때 내 자산을 불리고 내 가족을 배불리고 이후에야 다른 누구를 챙기겠다는 것은 통하지 않는다. 예수님의 말씀처럼 나와 이웃의 관계, 나와 자연의 관계가 무엇인지 생각하면서 복음서의 경제윤리로 다시 돌아가야 한다”는 주장도 남겼다.

인간의 위엄을 유지할 수 있는 경제와 사회

▲ 강원돈 교수는 두 번째 발제 순서에서 위기 속에서는 오히려 분배 문제에 집중해야 한다면 기본소득을 강하게 주장했다. ⓒ화면캡쳐

두 번째 발제자는 한신대학교 은퇴교수인 강원돈 박사였다. 그는 “생태계와 경제 위기의 연관성을 주류 경제학이 많이 생각해보지 않았다. 그러나 둘은 같은 동전의 양면이다. 생태적 위기와 사회적 전환은 결합되어 있다”며 “신자유주의 경제에서는 가계의 부채에 의해서 대량소비가 뒷받침된다. 사실상 미래 세대를 희생시키면서 많은 영향을 불러일으키는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강 교수는 “그린뉴딜을 주장하는 많은 사람들의 기본 구상에 염려되는 측면이 있다”고 했다. “(그린뉴딜은) 자본주의적인 축적의 문제를 별로 건드리지 않는다. 신자유주의에 대한 대안으로 일종의 케인즈주의 구상을 앞세우고 있다. 그린뉴딜을 어떻게 보자면 녹색 케인즈주의인 셈”이라는 것이다. 그는 “이러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굉장히 빠른 속도로 자본이 축적되는 상황을 두고는 “마르크스가 이야기한 잉여가치를 자본주의가 독차지하기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이라고 진단했다. 더불어 “빠른 속도로 축적되는 잉여가치를 상당부분 퍼내서 한편으로는 생태 위기를 해소하는 방식으로 사용해야 하고 또 다른 한편으로는 사회적 가난을 퇴치하는 방향으로 처분해야 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강 교수는 최종적으로 ‘기본소득’을 주장했다. 국민 경제 수준에서 일종의 분배 계획을 구속력 있게 집행할 수 있는 완벽한 시스템은 없겠지만 그럼에도 “논리적으로 분석하고 이성적으로 판단해서 국민경제 수준에서 소득을 어떻게 분배하는 것이 합당한가를 결정하고 소득분배에 대한 구상을 하고 일종의 가이드라인으로 제시하면서 소득재분배를 시행”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렇게 된다면 “우리가 살고 있는 경제와 사회는 굉장히 새로운 양상을 띨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결론적으로 기본소득의 재원을 마련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것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강 교수에 따르면 이미 많은 학자들이 기본소득의 재원과 관련된 구체적인 제안을 준비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또 그는 “정의의 기준이 뭔지를 따져야 한다”며 정의의 기준은 평등이 아닌 ‘인간이 위엄을 유지하면서 자유롭게 살아가는데 필요한 물질적 요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상태를 보장하는 것’이라고 했다. “인간이 인간으로 살아간다는 그 사실 때문에 인간의 존엄성을 존중해야 한다면 인간이 존엄한 삶을 살아가는데 필요한 물질적 자원을 누구나 확보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정의의 요구이고, 이것이 성서의 가르침과 통한다”는 것이다.

“노동소득가운데 상당부분을 기본소득의 제원으로 퍼낸다고 하면 굉장히 많은 사람이 싫어한다. 그러나 노동자들이 일을 해서 노동업적을 낸다고 했을 때 노동의 업적이 노동하는 사람에게서만 비롯된 것일까? 노동업적을 내기 위해서 기술, 지식, 기반 등이 필요하다. 이는 노동자가 만드는 것이 아닌 선대로부터 무수히 많은 사람이 만들어낸 공유재다. 공유재가 노동의 업적을 만드는데 큰 기여를 한다는 사실을 감안해야 한다”라는 말도 남겼다.

강 교수는 “내 것 먼저 챙기지 말고 우리가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찾아보자는 홍기빈 박사님의 말씀처럼 생태계를 보전하고 기본소득을 도입하는 세계는 평안한 세계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는 말로 발제를 마무리 했다.

잘못된 신학이 경제 미치는 안 좋은 예, 채무탕감

모든 발제가 끝난 뒤 한국기독교연구소 홍인식 박사와 연세대 김유준 박사, 성공회대 신익상 박사의 논찬이 이어졌다.

▲ 논찬을 진행하는 홍인식 박사는 신학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의 한 예로 주기도문에 드러난 "채무탕감"을 지적했다. ⓒ화면 캡쳐

홍 박사는 신학과 경제의 연관 관계에 주목하며 경제에 대한 신학적 비판이 왜 중요한지를 이야기하고자 했다. 그는 두 가지 신학적 측면을 통해 경제가 어떻게 영향을 받고, 경제가 신학에 영향을 주는지를 밝혔다. 그 두 가지는 ‘주기도문 번역의 변화에 따른 부채 탕감에 대한 인식 변화’와 ‘안셀름의 대속신학이 자본주의 경제에 미친 영향’이었다.

먼저 그는 주기도문 중 ‘우리가 우리에게 잘못한 사람을 용서하여 준 것같이 우리 죄를 용서하여 주시고’라는 구절은 원래 ‘우리에게 빚진 자의 부채를 탕감한 것과 같이 우리가 당신에게 빚진 부채를 탕감해주소서’라는 뜻이었다고 했다. 물질적이고 구체적인 단어인 부채와 탕감이 도덕적이고 정신적이고 추상적인 단어인 잘못과 용서로 변해버렸다는 것이다. 홍 박사는 “이 간단한 번역의 변화가 빚을 탕감해줄 수 없는 것으로 만들었다. 하나님께 빚을 탕감해달라는 요구를 더는 못하게 됐다. 다른 사람이 내게 빚진 부채에 대해 갚은 행위는 사라진다. 내게 빚을 진 잘못을 용서해줄 수 있지만, 빚은 탕감되지 않게 된다. 이런 번역의 변화가 경제적 가난한 사람을 위한 경제 해택이 사라지게 했다. 빚은 반드시 갚아야 한다는 원리가 유발된 것이다”라며 안타까운 마음을 전하기도 했다.

그는 빚을 갚을 수 없어서 빚을 탕감해달라는 요구를 한 사람은 이를 갚을 수 없는 상황에 놓여있었기 때문에 그런 요구를 할 수 밖에 없었다고 했다. 그렇기에 “주기도문을 시장논리에 대한 비판과 거부, 거스르는 경제적 입장”을 담았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 입장은 번역과정에서 의미를 상실하게 됐다.” 홍 박사는 “그 빚진 사람의 죄는 용서해줄 수 있다. 그러나 빚은 갚아야 한다는 번역과 신학을 통해서 당시의 신학이 시장의 법칙과 정의를 주장하는 경제체계를 옹호하고 뒷받침하는 것으로 변화”했다고 주장했다.

또 그는 “안셀름의 대속신학에서도 빚은 갚아야 하지만 잘못을 용서할 수 있다는 주기도문의 번역의 변천을 그대로 이야기한다. 안셀름도 똑같은 생각을 한다. 빚을 탕감해줄 수는 없다. 인간이 하나님에게 빚을 졌을 때 탕감이 안 되니까 하나님이 자신의 아들을 희생시켜 빚을 갚고 대속시키게 된다. 대속행위를 통해 인간이 하나님께 진 빚을 갚는다. 빚이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서 갚아진다는 신학은 어떤 경우에도 빚은 탕감되는 것이 아니라 갚아야 하는 것이라는 시장 논리를 지켜야 한다는 것과 연결되게 된다”고도 했다.

결국 ‘이런 신학들을 기반으로 하는 기독교신학은 자본주의의 법칙과 체제에 순응할 수밖에 없게 됐다“는 것이다. 홍 박사는 ”팬데믹 현상 속에서 우리가 보는 위기를 이야기할 때 신학이 조금 더 성서의 기본적 사상으로 돌아와서 자본주의 경제에 대한 좀 더 깊은 비판에 노력을 하고 시간을 할애하면서 신학이 경제에 공헌해야 한다“며 ”구원은 작은 자들 소외된 자들 지불하거나 갚을 힘이 없는 이들에게 사랑과 보호를 나눔으로 얻을 수 있는 것 그런 자들이 있다면 그들이 의식하지 않더라도 하나님의 사랑과 정의를 경험한 이들이다“라는 말로 논찬을 마무리 했다.

김유준 박사는 성서에 나타난 희년 사상을 강조하며 논찬을 이어나갔다. 그는 “어떻게 성경을 보느냐에 따라 신학도 형성되고 삶도 좌우된다. 성경을 어떻게 보느냐가 중요한 이유”라며 희년 사상으로 성서를 볼 것을 요청했다.

그는 현 상황을 “경제적 위기 뿐 아니라 심리적 어려움과 영적인 고독함”을 경험하는 중인 것으로 파악했다. “하나님 앞에서 기독인이 누렸어야 하는 고독의 아름다움을 느끼지 못했기 때문”에 어려움이 더 깊어졌다는 것이다. 그는 이 상황을 “단순히 위기로만 볼 것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김 박사는 “하나님의 통치의 원리는 공평과 정의”라며 “희년의 정신은 하나님의 절대 주권을 인정하는 것”이고 “소산물을 고아와 과부 같은 사회적 약자가 누리고 토지에 대한 권리가 회복되어 모든 이에게 돌아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성서적 근거를 기반으로 희년 사상을 이야기하며 토지보유세를 늘릴 것을 주장했다.

마지막으로 신익상 박사는 발제자들을 향해 여러 의문점과 질문을 던졌다. 신 박사는 홍기빈 박사를 향해서는 ▲ 충분한 토론으로 도출된 다수의 의견(성숙한 민주주의)이 사회적 위기 상황에 가장 취약한 사회구성원들을 위한 결론과 항상 함께 갈 수 있는지 그리고 긴급성을 요하는 사안에 적절하게 대응할 수 잇는 방식인지, ▲ 과소비 문제가 기본소득이나 고용보장제와 같은 재정사용과 어떤 연결고리가 있는 것인지, ▲ 기본 소득과 고용보장제와 같은 논의가 저개발 국가에서도 가능한가, 지구적 단위에서 논의 되야 하는 것은 아닌지, ▲ 공공재정을 운영하는 것이 과소비 문제를 어떻게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것인지, ▲ 국가의 적극적인 역할과 성숙한 민주주의가 어떻게 유기적으로 결합혀여 위기의 시대가 가진 긴급성을 돌파할 수 있는 것인지 등을 질문했다.

또 강원돈 교수에게는 ▲ 자본과 노동의 균형에서 자본의 분배로 어떻게 논리적으로 넘어가는 것이 가능한지, ▲ 대량생산과 대량소비의 문제는 소득분배보다는 자본의 축적이 문제인 것이 아닌지, ▲ 국민경제차원에서 소득분배 논의는 생태학적 위기를 타계하기 위한 근본적인 논의가 될 수 없지 않은가, ▲ 생태학적인 논의는 생태적 위기의 근원은 근대적인 휴머니즘에서 찾는 경우가 많은데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기본소득은 개발주의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가, ▲ 제4차 산업혁명이후의 미래는 노동이 특권이 되는 시대가 아니라 노동이 별 가치가 없어지는 시대가 아닌지, ▲ 생태적 위기 앞에서 인간에 대한 성찰로 이웃과 피조물을 돌보는 존재를 강조했는데 이것 이전에 이웃과 피조물로부터 돌봄을 받는 존재라는 성찰이 필요한 것은 아닌지 등의 질문을 남겼다.

홍기빈 박사는 신 박사의 질문을 두고 “소비 문제에 있어서 종교와 기독교의 역할이 있다”고 답했다. “인류 역사상 무한한 욕망을 무한히 긍정한 문명은 근대 자본주의 문명밖에 없다. 그 전에는 욕망을 통제하는 기능을 문화가 맡았는데 그 문화의 핵심을 이루는 것이 종교였다. 역사적으로 인류의 문화와 종교는 사람의 욕망에 질서를 부여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그러나 산업혁명 이후 무한한 욕망을 무한히 긍장하게 됐다. 이게 근본적인 문제다. 그런데 대한민국 사회에서 그 무한한 욕망을 무한히 긍정하자는 혁혁한 역할을 해온 것이 바로 기독교다. 더 많이 성공하고, 더 많이 돈 벌어서 더 많이 성장하는 것이 주님의 은총이라는 축복을 지난 50년간 기독교가 뿌려 온 것이다. 가난한 사람을 돕지 않아도 사치와 소비를 일삼는 이들을 자본주의 이전에는 문화나 종교가 꾸짖었다. 그러나 지금 그 역할을 하는 집단이나 사람이 없다”고 했다.

또 홍 박사는 “무한경쟁시스템은 무한한 욕망을 무한히 긍정하자는 것과 딱 붙어 있다. 21세기에는 반드시 이를 뒤집어야 한다. 지금 인류가 가진 욕망을 통제하는 기제가 없으면 기본소득, 대체 에너지, 순환 경제 등 이 모든 논의가 무효해진다. 금욕이나 억압하자는 것이 아니다. 무한한 욕망의 무한한 성취는 불가능하기에 욕망에 질서를 부여해야 한다. 이 역할은 가치와 사상이 하는데 이는 문화가 해왔다. 문화에는 BTS만 있지 않다. 문화는 무엇이 중요한가를 말해야하고 이는 인문학, 종교와 철학이 해야 한다. 그런데 안하고 있다. 힘들어도 기독인은 성경적 가치에 따라 무엇이 욕망에 질서를 부여할 수 있는 근본적인 원리인지에 대해 용감하게 말해야 한다. 기본소득과 같은 사회정책은 욕망이 개인차원이 아닌 집단차원이라는 사실을 눈뜨게 한다. 이런 사회정책은 시민의 연대고 성경이 말하는 거저 주는 사랑, 선물이다”라는 답변도 남겼다.

강원돈 교수는 “자본은 화폐의 집적이나 물건이 아니다. 자본은 권력이고 관계로 나타난다. 이는 노동이 자본에 예속되는 관계고 노동계약을 통해 제도적으로 합의되는 것이다. 바로 여기서 소외와 착취 현상이 나타난다. 어떤 면에서는 제도적 수탈이라고 볼 수 있다. 그렇기에 자본과 노동의 권력 관계를 조절하지 않고 분배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했다. 또 “지금 사람들이 일자리가 없어서 별 일을 다 하고 있다. 일자리를 갖는 것 자체가 특권이 된다는 것, 무수히 많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투잡을 뛰어도 정규직 노동자의 소득을 따라갈 수 없다. 그런데 그마저도 못하는 사람이 있다. 그 사람들도 인간의 존엄을 가지고 자유롭게 살 수 있어야 한다”는 말도 남겼다. 강 교수는 지구적 차원의 논의는 담지 못했을 뿐 더욱 이야기되어야 한다는 말로 답변을 마쳤다.

이후 현장과 온라인의 청중의 질문과 발제자들의 답변이 이어지기도 했다. 열띤 토론 속에서 다양한 논의가 이뤄졌다. 토론회는 아름다운마을공동체 밝은누리 최철호 목사의 총평으로 마무리됐다. 최 목사는 발제자의 논의들을 마을공동체를 운영하며 겪은 다양한 경험들과 연결지어 이야기했다. 최 목사의 총평을 통해 이 논의들이 다양한 현장에서 어떻게 적용되고 실천될 수 있는지 토론회 참석자들은 엿볼 수 있었다.

현재 한국교회는 이와 같은 자리들을 통해 코로나19와 기후위기 속에서 어떻게 그 책임과 역할을 다할 수 있을지 치열하게 논의 중에 있다. 이런 논의들 속에서 한국교회는 어떤 해답을 찾아내게 될까? 그리고 그 결과는 한국 교회에 어떤 것을 안겨주게 될까? 논의가 깊어지면 깊어질수록 한국교회의 어깨는 점차 무거워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권이민수 simin004@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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