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사랑과 나눔의 촛불을 밝히며

<대림절 셋째 주, 사랑과 나눔의 촛불>

오늘은 대림절 셋째 주일입니다. 성서주일이자 인권주일이기도 합니다. 대림 촛불은 사랑과 나눔의 세 번째 촛불을 밝힙니다. 힘든 한해를 잘 견뎌 온 저와 여러분들에게 아기 예수님의 사랑이 가득 차 넘쳐, 이 사랑을 우리보다 힘들고 어려운 이웃들에게 나눔으로, 참된 대림의 의미를 깨닫기를 바랍니다. 돌이켜 보면, 우리는 지난 두 주간의 대림절기 동안, 대림 촛불에 불을 밝히면서 새로운 세상을 바라보았습니다.

먼저 대림 첫째 주에는 『혁명노트』를 펼치며 새로운 세상을 보았고, 둘째 주에는 마음의 상처와 마주한 이들과 민족, 그리고 백성들에게 새로운 세상을 펼쳐 보이시는 하나님의 능력과 역사를 살펴보았습니다. 이렇게 아기 예수님께서 이 땅에 오심을 바라보며 새로운 세상을 꿈꾸는 것이 바로 대림절의 참된 의미입니다. 따라서 대림의 촛불이 진한 보라색 촛불에서 보라색 촛불로, 그리고 연 보라색 촛불과 분홍색 촛불을 거쳐 마침내 흰 눈과 같은 성탄절의 하얀색 촛불을 밝히면서 순백색의 새로운 세상이 다가오기를 소망하는 것입니다.

오늘 세 본문 말씀은 이렇게 우리가 사모하는 새로운 세상, 곧 아기 예수께서 오셔서 만드실 새로운 세상에 관한 말씀입니다. 서신서인 히브리서는 이것을 ‘더 나은 본향’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또한 구약 말씀은 지식의 하나님께서 우리의 행동을 달아보시며, 거룩한 자들에게는 그들의 발을 지켜주시고, 악인들은 흑암 중에서 잠잠하게 만드시는 그런 새로운 세상을 만들 것이라고 말씀하십니다.

복음서 말씀도 마찬가지입니다. 갈릴리 나사렛의 보잘 것 없는 여종의 비천함을 돌아 보사, 만세에 복 있는 자로 세우시고, 큰일을 행하심으로 마음의 생각이 교만한 자들을 흩으셨고, 권세 있는 자를 그 위에서 내리치셨으며 비천한 자를 높이셨고, 주리는 자를 좋은 것으로 배불리 먹이셨으며 부자는 빈손으로 보내시는 혁명의 새 세상을 만들 것이라 말씀하고 있습니다.

특별히 오늘이 인권주일이자 성서주일인데 하나님의 말씀은 이렇게 인간을 사랑하시며 비천한 인간의 권리에 관해 중요하게 생각하는 말씀인 것 같습니다. 참으로 놀랍고 두려운 말씀입니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새로운 세상을 바라고 믿는 것이 믿음이라고 합니다. 따라서 히브리서 기자는 ‘믿음장’인 11장 서두에서, 믿음에 대한 정확한 정의를 내리고 있습니다. 말씀을 볼까요?

“믿음은 바라는 것들의 실상이요, 보이지 않는 것들의 증거니, 선진들이 이로써 증거를 얻었느니라. 믿음으로 모든 세계가 하나님의 말씀으로 지어진 줄을 우리가 아나니, 보이는 것은 나타난 것으로 말미암아 된 것이 아니니라.”(히 11:1-3)

지금 힘들고 어렵지만 믿음을 가지고 참고 기다리면, 마침내 아기 예수께서 오셔서 새로운 세상을 만드실 것입니다. 따라서 도래할 하나님 나라를 사랑과 나눔의 촛불을 밝히며 기다리시는 저와 여러분들이 되시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간절히 축원합니다.

2. 하늘에 있는 더 나은 본향

<아브라함과 사라, 그리고 이삭>

그럼, 구체적으로 그 새로운 세상은 어떤 세상일까요? 히브리서 기자는 아브라함과 사라의 믿음을 소개하며 그 새로운 세상을 소개합니다. 말씀을 볼까요? 공동번역으로 보겠습니다.

“아브라함도 믿음이 있었기 때문에 하느님께서 그를 불러 장차 그의 몫으로 물려주실 땅을 향하여 떠나라고 하실 때 그대로 순종했습니다. 사실 그는 자기가 가는 곳이 어떤 곳인지도 모르고 떠났던 것입니다. 그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에 약속의 땅에서도 같은 약속을 물려받은 이사악과 야곱과 함께 천막을 치고 나그네나 다름없는 생활을 하며 머물러 살았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하느님께서 설계자가 되시고 건축가가 되셔서 튼튼한 기초 위에 세워주실 도시를 바라며 살았던 것입니다.”(히 11:8-10)

중요한 말씀이니, 말씀을 자세히 읽어야 합니다. 아브라함은 하나님 말씀대로 본토 친척 아비의 집을 떠나 하나님께서 가라고 하신 땅으로 떠났습니다(창 12:1). 그러나 이후에 약속의 땅에 있었어도 이방의 땅에 있는 것 같이 생각하며 장막에 거했는데, 그것은 아브라함이 본질적으로 하나님의 성(도시)을 바랐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그 성이 바로 본향이죠?

아브라함의 아내 사라도 마찬가지입니다. “믿음으로 사라 자신도 나이가 많아 단산하였으나 잉태할 수 있는 힘을 얻었으니, 이는 약속하신 이를 미쁘신 줄 알았음이라(히 11:11).” 그렇습니다. 불가능 가운데, 하나님의 약속을 믿은 것입니다. 그 결과 새로운 역사가 시작된 것입니다. 그것은 바로 사라와 아브라함에게 후손을 주신 것입니다. 말씀을 볼까요? “이러므로 죽은 자와 같은 한 사람으로 말미암아 하늘의 허다한 별과 또 해변의 무수한 모래와 같이 많은 후손이 생육하였느니라.”(히 11:12)

그런데 이후의 말씀이 조금 이상합니다. 아브라함 자신은 물론이고, 또 사라를 통해 주신 약속의 후손들 모두 자신들을 이 땅에서는 외국인과 나그네라고 생각하였다고 합니다. 왜냐하면 영원한 본향이 따로 있기 때문입니다. 말씀을 볼까요? 이 말씀도 공동번역으로 보겠습니다.

“그들은 모두 믿음으로 살다가 죽었습니다. 약속받은 것을 얻지는 못했으나, 그것을 멀리서 바라보고 기뻐했으며 이 지상에서는 자기들이 타향 사람이며 나그네에 불과하다는 것을 인정했습니다. 그들이 이렇게 생각한 것은 그들이 찾고 있던 고향이 따로 있었다는 것을 분명히 드러내는 것입니다.”(히 11:13-14)

<본향을 향하여>

여기에 나오는 ‘그들이 찾고 있던 고향’, 곧 본향(father-land)은 영어 번역처럼 ‘아버지의 땅’, 곧 아브라함이 떠났던 그 본토 친척 아비의 집이 아닙니다. 그렇다면 돌아갈 수 있었을 것입니다. 공동번역으로 말씀을 볼까요?

“만일 그들이 떠나온 곳을 고향으로 생각했었다면 그리로 돌아갈 기회도 있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실지로 그들이 갈망한 곳은 하늘에 있는 더 나은 고향이었습니다. 그래서 하느님께서는 그들이 당신을 자기들의 하느님이라고 부르는 것을 수치로 여기시지 않고, 오히려 그들을 위해서 한 도시를 마련해 주셨습니다.”(히 11:15-16)

이 본향은 하나님 아버지가 계시는 하늘에 있는 것입니다. 따라서 하늘에 본향을 둔 사람을 하나님께서 당신 스스로를 그들의 하나님이라고 일컬으시며 그것을 수치로 여기지 아니하시고, 마침내 그들을 위하여 한 성을 예비하시겠다고 말씀하십니다. 그렇다면 그 구체적인 하늘에 있는 본향, 곧 새로운 세상, 하나님께서 계획하시고 지으실 터가 있는 성은 어떤 모습일까요? 아니, 어떤 것일까요?

3. 하늘 본향이란?

물론 구약과 복음서의 말씀이 그 모습을 구체적으로 보여줍니다. 그러나 성경 본문 말씀으로 바로 들어가기 전에 그 당시 사람들의 세계관을 살펴볼까요? 대표적인 것이 헬레니즘 시대의 세계관입니다. 그것이 잘 나타난 것이 플라톤 『국가』 10권에 나오는 ‘에르(Er)의 이야기’입니다. 소크라테스가 플라톤의 친형인 글라우콘에게 에르의 이야기를 통해 사후세계를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여기에 그리스 사람들의 세계관과 인생관이 잘 나타나 있습니다. 아무튼 그리스 병사인 에르가 죽은 이후에, 사후세계를 며칠간 경험하고, 다시 살아나서 사람들에게 전한 내용입니다. 내용인즉 이렇습니다.

사람은 죽은 후에, 그 사람의 영혼은 천 년 동안 하늘 위에서든 땅 아래서든 여행을 떠납니다. 올바른 삶을 살았던 사람은 하늘 위(엘리시온, 기독교식으로 천국)로 여행을 하고, 불의한 삶을 살았던 사람은 땅 아래(타르타로스, 기독교식으로 지옥)에서 고생을 하다가, 천 년이 지나, 다음 인생을 결정하는 장소에 모입니다. 다음 인생은 제비뽑기로 결정되는데, 일방적으로 주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어떤 영혼이든지 다음에 어떤 생을 살 수 있을지 자신이 선택할 수가 있습니다. 처음 뽑든지 나중에 뽑든지, 원하는 삶의 형태가 모두 준비되어 있기 때문에, 선택하고 싶어도 선택할 수 없는 경우는 없습니다.

그러나 놀라운 것은 모든 영혼들은 이전 삶에서 자신이 살았던 방식에 따라, 다음 생의 삶을 결정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습관이란 이렇게 무서운 것입니다. 우리말에도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라는 말이 있죠? 이 생의 삶을 환생해서도 또 선택한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윤회설을 통해 사람의 행동이나 그 습관의 중요성을 말하는 것입니다.

아무튼 이러한 에르의 이야기는 운명론과 예정론이 아닙니다. 선택은 개인이 하는 것입니다. 사람은 각자 자신의 선택에 따른 삶을 살게 되고, 그 선택에 대한 책임도 자신이 진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윤회하는 삶은 더 나은 선택으로 나갈 수 있는 기회를 다시 제공합니다. 한번 살았던 생의 방법으로 영혼이 영원히 불타는 지옥으로 떨어지거나, 영원한 천국에서 즐겁게 사는 것이 아닙니다. 천년동안 한번 씩 윤회하는 삶을 통해 자신의 삶을 다시 선택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모든 사람은 자신의 삶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합니다. 그것이 엘리시온에서의 삶이든, 타르타로스에서든!

그렇다면 소크라테스와 플라톤은 에르의 이야기를 통해 무엇을 말 하려고 했을까요? 먼저 소크라테스 당시, 그리스인들의 가치관을 살펴보아야겠죠? 당시 그리스인들은 ‘죽으면 끝’이라는 사고방식이 있었습니다. 가령 ‘아킬레우스와 같은 영웅들도 죽으니 끝이다. 그러니 이 현실에서 명예와 부귀, 쾌락만을 누리고 살자’라는 가치관이 팽배했습니다. 대부분의 그리스 영웅들이 보여주는 삶 때문입니다. “아킬레우스처럼 짧고 굵게 살자!” 이렇게 ‘인생은 한 번 살고 끝’이라는 태도가 도덕적이고 정의로운 삶, 지혜를 사랑하는 삶을 살 이유를 찾지 못하게 만든 것입니다. 제대로 된 올바른 삶이 아니라, 한탕주의, 쾌락주의가 만연했습니다.

따라서 소크라테스와 플라톤은 에르의 이야기를 통해 다른 세상, 곧 내세를 보여줍니다. 그리고 내세가 있기 때문에, 내세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 이 현실에서 정의로운 삶을 살지 않는 것, 다시 말해 명예와 즉각적인 이익만을 추구하려는 마음을 버리도록 하기 위해 에르 이야기를 소개 한 것입니다. 정리하자면 이렇습니다.

“인생의 결과는 그렇게 단순하고 짧게 드러나지 않는다. 그리고 내 삶의 결과는 나 자신이 책임져야 한다. 다른 사람이 내 삶의 결과를 겪게 한다면, 남의 덕을 보고 사는 것이다. 이것은 국가 전체의 원리에 따르면 부정의한 것이다.”

곧, 종교적인 믿음을 가져야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으니, 내세를 기대하면서 현실에 눈감으라는 것이 아닙니다. 이 땅에서 지혜를 사랑하고, 또 도덕적인 삶을 살라는 것입니다. 니체의 ‘영원회귀’도 마찬가지입니다. “지금 이 삶이 영원히 계속되듯이, 지금 이 삶을 살라.”라는 니체의 명제는 바로 소크라테스의 말과 동일한 맥락입니다. 니체는 반플라톤주의자지만, 삶의 윤리에 있어서는 플라톤과 동일한 생각이었던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 기독교는 내 삶의 결과가 불의하지만, 예수님을 믿음으로, 예수님 덕으로 구원받는 것이죠? 당시 그리스인들이 보면 무임승차라 볼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예수 믿고 구원받은 사람은 이제 하나님 나라를 위해 책임을 가지고 살아야 한다는 맥락에서는 그리스인들과 동일한 삶의 윤리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한 가지만 더 살펴볼까요? 소크라테스 이전에 누가 있었나요? 바로 호메로스입니다. 그리스 최고의 서사시 『일리아드』와 『오디세이아』의 작가 호메로스는 『오디세이아』에서 아킬레우스를 통해 이 땅에서의 삶이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이야기는 이렇습니다. 트로이 전쟁 당시 지혜자였던 오디세우스가 전쟁의 영웅이었던 아킬레우스와 아가멤논을 저승에서 만납니다. 그때 아킬레우스는 오디세우스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죽음에 대해 나를 위로하려 들지 마시오. 영광스러운 오디세우스여. 나는 이미 죽은 모든 사자들을 통치하느니, 차라리 시골에서 머슴이 되어, 농토도 없고 가산도 많지 않은 다른 사람 밑에서 품팔이를 하고 싶소.”(『오디세이아』 11권 489-491행)

저승보다 이승에서 사는 것이 훨씬 낫기 때문에 이승에서 아무리 비천한 삶을 살더라도 죽음 후의 삶보다는 낫다는 그리스 사람들의 현세적인 사고방식을 잘 보여주는 말입니다. 우리 말에도 “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좋다”라고 하죠? 아무튼 그리스 철학자들은 사람들에게 세 가지를 질문하였다고 합니다. “삶이란 무엇인가? 나는 누구인가? 어떻게 살 것인가?(What is life?, Who am I?, How to live?)” 소크라테스가 전하는 에르의 이야기는 이 세 가지 질문에 대한 답이 모두 들어 있습니다. 지금 최선을 다하며 살라는 것입니다. 이러한 소크라테스의 생각을 따라, 루터도 스피노자도 “내일 지구의 종말이 올지라도 오늘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라고 말했던 것입니다.

4. 지식의 하나님, 행동을 달아 보시느니라!

그리스인들도 그렇고, 철학자 플라톤이나 니체까지 이 땅에서의 삶이, 단지 다가올 본향인 내세를 기대하면서 현실에 눈을 감는 것이 아니라고 했죠? 이 땅에서 지혜를 사랑하고, 또 도덕적인 삶을 살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럼 성경은 어떻게 하늘의 본향을 말하고 있는지 살펴볼까요? 먼저 구약 말씀부터 보겠습니다.

“한나가 기도하여 이르되, 내 마음이 여호와로 말미암아 즐거워하며 내 뿔이 여호와로 말미암아 높아졌으며 내 입이 내 원수들을 향하여 크게 열렸으니, 이는 내가 주의 구원으로 말미암아 기뻐함이니이다.”(삼상 2:1)

본문은 사무엘의 어머니 한나가 사무엘을 하나님께 드리며 했던 기도입니다. 아이가 없어 마음에 원통함과 격동됨이 많았던(삼상 1:16) 한나가 하나님께 감사하며 사무엘을 통해 만들어갈 새로운 세상을 감사하며 찬양한 것입니다. 먼저 한나는 하나님을 찬양합니다.

<한나와 사무엘, 엘리 제사장>

“여호와와 같이 거룩하신 이가 없으시니, 이는 주 밖에 다른 이가 없고 우리 하나님 같은 반석도 없으심이니 이다(삼상 2:2).” 그리고 하나님의 속성에 관해 이렇게 표현합니다. “심히 교만한 말을 다시 하지 말 것이며 오만한 말을 너희의 입에서 내지 말지어다. 여호와는 지식의 하나님이시라. 행동을 달아 보시느니라(삼상 2:3).” 또한 하나님의 활동을 고백합니다.

“용사의 활은 꺾이고 넘어진 자는 힘으로 띠를 띠도다. 풍족하던 자들은 양식을 위하여 품을 팔고 주리던 자들은 다시 주리지 아니 하도다. 전에 임신하지 못하던 자는 일곱을 낳았고, 많은 자녀를 둔 자는 쇠약하도다.”(삼상 2:4-5)

그리고 하나님께서 만드실 세상에 대한 고백이 이어집니다.

“여호와는 죽이기도 하시고 살리기도 하시며 스올에 내리게도 하시고 거기에서 올리기도 하시는 도다. 여호와는 가난하게도 하시고 부하게도 하시며 낮추기도 하시고 높이기도 하시는 도다. 가난한 자를 진토에서 일으키시며 빈궁한 자를 거름더미에서 올리사, 귀족들과 함께 앉게 하시며 영광의 자리를 차지하게 하시는 도다. 땅의 기둥들은 여호와의 것이라. 여호와께서 세계를 그것들 위에 세우셨도다.”(삼상 2:6-8)

혁명이죠? 자신의 마음의 상처와 마주한 이들에게 위로하시는 하나님의 놀라운 역사입니다. 그 놀라운 역사를 한나는 마지막에 이렇게 고백합니다.

“그가 그의 거룩한 자들의 발을 지키실 것이요, 악인들을 흑암 중에서 잠잠하게 하시리니, 힘으로는 이길 사람이 없음이로다. 여호와를 대적하는 자는 산산이 깨어질 것이라. 하늘에서 우레로 그들을 치시리로다. 여호와께서 땅 끝까지 심판을 내리시고 자기 왕에게 힘을 주시며 자기의 기름 부음을 받은 자의 뿔을 높이시리로다 하니라.”(삼상 2:9-10)

5. 여종의 비천함을 돌보셨음이라

복음서의 경우는 우리의 본향, 곧 새로운 세상에 관해 더 구체적으로 표현합니다. 지난주 누가복음 본문 말씀에 이어지는 말씀이죠? 말씀을 볼까요?

“이 때에 마리아가 일어나 빨리 산골로 가서 유대 한 동네에 이르러, 사가랴의 집에 들어가 엘리사벳에게 문안하니, 엘리사벳이 마리아가 문안함을 들으매, 아이가 복중에서 뛰노는지라 엘리사벳이 성령의 충만함을 받아, 큰 소리로 불러 이르되, 여자 중에 네가 복이 있으며 네 태중의 아이도 복이 있도다.”(눅 1:39-42)

수태고지를 받은 마리아가 엘리사벳을 만난 것입니다. 그때 엘리사벳의 복중에 세례 요한이 뛰놀았다고 합니다. 새로운 세상의 감격을 복중의 태아도 아는 것입니다. 그리고 엘리사벳은 이렇게 말합니다.

“내 주의 어머니가 내게 나아오니, 이 어찌 된 일인가? 보라! 네 문안하는 소리가 내 귀에 들릴 때에 아이가 내 복중에서 기쁨으로 뛰놀았도다. 주께서 하신 말씀이 반드시 이루어지리라고 믿은 그 여자에게 복이 있도다.”(눅 1:43-45)

주께서 말씀하신 새로운 세상을 믿는 이들이 복되다는 것입니다. 그러자 마리아가 그 새로운 세상에 관해 이렇게 화답합니다.

“마리아가 이르되, 내 영혼이 주를 찬양하며 내 마음이 하나님 내 구주를 기뻐하였음은 그의 여종의 비천함을 돌보셨음이라. 보라! 이제 후로는 만세에 나를 복이 있다 일컬으리로다. 능하신 이가 큰일을 내게 행하셨으니, 그 이름이 거룩하시며 긍휼하심이 두려워하는 자에게 대대로 이르는 도다.”(눅 1:46-50)

비천한 갈릴리 나사렛의 한 연약한 처녀 마리아를 통하여 큰일을 행하시는데, 그 일을 두려워하는 자들이 있다는 말씀입니다. 따라서 마리아의 이어지는 고백은 하늘 본향이, 우리 머리 위에, 우주 공간에 있는 영원한 본향이 아니라, 우리 앞에 있을 영원한 본향에 관한 혁명적인 말씀이 되는 것입니다. 곧 하늘은 ‘공간적으로 우리 머리 위의 하늘’이 아니라, ‘시간적으로 도래할 미래’인 것입니다. 그렇다면 시간적으로 도래할 미래인 영원한 본향은 어떤 모습인가요? 말씀을 볼까요?

“그의 팔로 힘을 보이사, 마음의 생각이 교만한 자들을 흩으셨고, 권세 있는 자를 그 위에서 내리치셨으며 비천한 자를 높이셨고, 주리는 자를 좋은 것으로 배불리셨으며 부자는 빈손으로 보내셨도다. 그 종 이스라엘을 도우사, 긍휼히 여기시고 기억하시되, 우리 조상에게 말씀하신 것과 같이 아브라함과 그 자손에게 영원히 하시리로다 하니라.”(눅 1:51-55)

놀라운 선언입니다. 더 나은 본향에 대한 정확안 하나님의 말씀인 것입니다. 그렇게 엘리사벳과 마리아 두 여인은 아기 요한과 아기 예수가 태어나 만들 새로운 세상의 도래에 관해 함께 기도하고 준비하였습니다. 라파엘로의 그림 <마리아의 엘리사벳 방문>(1517)이 그것을 잘 보여줍니다. 물론 그림은 성경 말씀과 달리 엘리사벳이 마리아를 위로하는 모습으로 보입니다. 왜냐하면 엘리사벳이 오른손으로는 마리아의 손을 잡으며 왼손으로는 마리아의 어깨를 등을 두드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시선도 어른이 아이를 바라보듯이, 엘리사벳의 시선은 위에서 아래로 향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라파엘로 <마리아의 엘리사벳 방문>(1517)

그러나 중요한 것은 이들의 배경(왼쪽 위)에 예수님께서 세례자 요한에게 세례를 받는 장면이 있고, 구름 속에서 하나님께서 천사들을 거느리고 내려와 “너는 내가 사랑하는 아들, 내 마음에 드는 아들이다(눅 3:22).”라고 외치는 모습이 그려져 있습니다. 도래할 새로운 세상이 이들의 시간적 미래에, 공간적으로는 위에 놓여있는 것입니다. 따라서 엘리사벳과 마리아는 도래할 새로운 세상을 바라보면서 위로를 받는 것입니다. 곧, 세례 요한은 주님의 길을 예비하며 곧게 하고, 또 예수님께서는 새로운 세상을 만드셨기에, 두 여인은 자신들의 사명을 깨닫고 하나님의 위로를 받는 것입니다. 마리아의 모습을 보십시오. 새 세상의 비전을 마음속에 간직하고 명상에 잠겨 있습니다. 그렇게 엘리사벳과 함께 있던 “마리아가 석 달쯤 함께 있다가, 집으로 돌아(눅 1:56)”갔습니다.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여러분들은 새로운 세상, 곧 도래할 하늘 본향을 위해 석 달을 준비하셨나요? 아니면 대림절기 동안인 4주간만 준비하시겠습니까? 지금 이 시간, 마음의 준비를 하시기 바랍니다. 준비하는 기간의 길이는 상관없습니다. 다만 더 나은 본향을 사모하는 마음이 있느냐, 없느냐가 중요한 것입니다. 아기 예수께서 오셔서 펼치실 새로운 세상, 그 세상을 사랑과 나눔의 촛불을 밝히며 기다리시는 저와 여러분들이 되시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간절히 축원합니다.

최병학 목사(남부산용호교회)  hak-9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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