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께서 십자가를 지신 수난주간, 성금요일에 찬송도 제대로 부르지 못하고 부활주일을 맞이하였다. 코로나바이러스19가 준 선물로 사회적 거리를 두기 위해서 숨죽이며 조용히 부활찬송을 부르노라니 눈물이 앞을 가렸다. 찬송이 밀물처럼 들어와서 나를 덮었다.

반 울음으로 찬송을 하노라니 가사가 저절로 음미되었다. “어둠과 사망 권세를 이겼다”고 하는 거의 모든 부활절 찬송가 가사에 나오는 “사망 권세”라는 말이 클로즈업 되어 눈앞에 확 다가왔다. 순간 보수적이고 전통적인 신학과 신앙이 우리에게 심어준 “사망 권세”가 너무 협소하며 하나님의 성육신의 뜻을 거의 담아내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신학과 신앙의 전통이 부활의 의미를 개인의 죄, 개인의 심판, 개인의 사망과 영생에 천착시켜서 우리가 이 시대의 바리새인과 서기관이 되어 하나님을 가리는 자가 되었다는 탄식이 심연에서 올라왔다.

아, 아, 인간의 시각이 얼마나 협소한가! 6일 동안 창조의 대역사를 이루신 하나님의 성육신과 십자가 수난과 부활을 마지막 날에 창조된 인간에게만 국한시켜버린 무지와 영적 빈곤, 교만과 탐욕이 얼마나 무서운가!

예수님의 성육신과 공생애, 십자가의 수난과 부활은 우주적인 속량과 해방, 치유와 회복에의 메시지였으며 하나님의 자기 비우심, 자기 부정이었다. 모든 피조물에게 길과 진리와 생명을 주신 하나님의 무한한 사랑과 정의였는데 인간은 하나님을 자신들만의 하나님으로 왜곡, 변질시켜버렸다.

예수님께서 이기신 사망 권세는 그 분의 가출과 그 분이 광야에서 받은 시험에서 분명하게 선포된다. 실로 그 분의 공생애에 일어난 치병, 축귀, 만남, 대화, 가르침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자신과의 관계에서 인격적인 신앙 고백으로 나의 죄 때문에 죽으셨고 나의 구원을 위해 다시 사셨다는 고백을 넘어서는 창조와 하나님 나라의 차원에서 사망 권세를 이해해야 한다. 우리가 가장 먼저 생각하는 인간의 죄악과 죽음의 권세를 이기셨음은 물론이지만 우리가 이해하지 못하거나 잊고 있는 여러 사망 권세를 주님께서 이기셨다.

예수께서 이기신 사망 권세는 제국의 권세이다

전쟁과 약탈, 무기로 세워진 로마제국은 유럽과 아시아, 아프리카로 벋어 나가면서 수많은 사람들을 전쟁터로 몰아넣었고, 수많은 가정들을 불행과 고통에 빠트렸다. 끊임없는 파괴와 수탈로 제국이 확장되는 곳은 그대로 지옥이 되어 버렸다. 제국의 식민지 엘리트들은 제국에 봉사하면서 권력의 부스러기를 맛보며 자기 백성들을 함께 수탈하였다. 또 다른 엘리트들은 제국의 타도를 외치며 젤롯당을 만들어서 다윗의 나라를 세우기 위한 투쟁을 벌였다.

▲ 예수님의 부활은 역동적이지 않았을까 ⓒGetty Image

제국과 반 제국의 세력 싸움 사이에서 신음하는 사람들에게 삶은 고통이었고 죽음이었으며 저주였다. 예수님은 제국의 폭력, 반 제국의 의로운 폭력에 신음하는 생명들을 보았고 창조의 섭리가 사라진 세상, 생명이 폭력의 도구가 되어버린 세상에서 생명이 생명으로 평화롭게 살 수 있는 “하나님의 나라”를 선포하였다.

예수님의 “하나님 나라”는 생명을 짓밟는 제국의 사망 권세에 대한 도전이었고 제국은 그것을 빌미 삼아 예수님을 죽였다. 그러나 예수님은 부활하심으로 제국의 사망권세를 깨뜨렸다.

예수님의 부활은 21세기의 후기 식민지제국주의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예수께서 이기신 사망 권세는 맘몬의 권세이다

맘몬은 “부”, “재물”, “돈”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맘몬은 필요한 물건을 사고파는“돈”의 개념을 넘어서 인간의 삶을 굶주림과 질병, 비참과 고통에 빠트리는 구조적이고 조직적인 우주를 장악하려는 반생명적이고 반 하나님적인 “물신”의 개념이다.

아버지의 이른 죽음으로 일찍이 청소년 가장이 되어 가족의 생계를 짊어 진 예수님은 사람을 굴복시키고 반생명적, 비인간적인 삶을 살게 만드는 맘몬의 정체를 알았다. 맘몬은 탐욕으로 사람의 눈을 어둡게 만들 뿐만 아니라 맹목적인 무한 축적을 위대한 것으로 만들고, 축적을 위해서라면 전쟁, 살인, 마약, 방화, 약탈도 합리화, 정당화시킨다. 지구차원으로 축적된 자원은 살아 있는 신, 우주적인 권력이 되어서 애국애족, 개발과 발전, 인류의 식량문제 해결, 평화를 위한 전쟁 등을 빌미삼아 고아와 과부, 가난하고 병든 사람, 가난한 나라들을 끊임없이 수탈하며 괴롭히며 학대한다.

살아있는 모든 생명체의 에너지인 밥은 창조 시에 이미 생명이 있는 것들에게 은혜로 주어졌다. 그러나 하나님께서 만드신 아름답고 선한 생명 사이클이 영리하고 탐욕스런 인간에 의하여 파괴되었다. 그로 말미암아 생명체들의 신음소리가 우주에 가득하게 되었다.

예수님은 창고를 더 짓는 어리석은 부자, 포도원 품꾼의 비유, 부자 청년의 영생에 대한 질문, 부에 대한 교훈 등등에서 밥을 독점한 재벌, 부자의 회개를 촉구하셨다. 물질에 의해서 신이 되거나, 짐승이 되거나, 물건으로 전락해버린 인간을 회복시키고자 예수님은 맘몬의 권세의 실체를 우리에게 보여주셨다. 그리고 맘몬의 사망 권세를 깨뜨렸다.

예수님의 부활은 21세기 신자유주의 자본주의 맘몬세력에게도 그대로 적용된다.

예수께서 이기신 사망 권세는 거짓 종교의 권세이다

종교는 세상을 향해서는 하나님, 신의 뜻을 선포하며 가르치며 함께 사는 생명의 공동체를 지향한다. 또한 하늘을 향해서는 생로병사의 속에서 불의와 죄악에 시달리는 사람들의 아픔과 슬픔에 공감하며 하나님의 자비와 용서를 간구해야 할 사명이 있다.

예수님 당시 예루살렘성전의 제사장들은 성전을 하나님과 백성 사이의 소통을 가로막는 강도의 소굴로 만들었다. 예나 지금이나 강도는 폭력으로 타인의 것이나 자리, 위치를 빼앗는 존재다. 그들은 백성이 하나님을 만나지 못하도록 종교라는 제도로 하나님 자리에 앉았다. 하나님의 사랑과 말씀이 백성을 위로하고 치유하지 못하도록 방해하는 자로서 군림하였다.

회당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바리새인들과 서기관은 백성들을 수많은 계급으로 나누어서 자신들의 입지를 강화시켰다. 그들은 긴 옷을 입고 다녔으며 거리와 시장에서 기도하기를 좋아하였으며, 금식하는 것을 자랑하였고 잔치와 회당에서 상석에 앉는 것을 명예로 여겼다. 예수님은 그들을 위선자라고 불렀으며 과부의 가산을 삼키는 자라고 하였다. 그들은 고난 받는 생명에 아무런 관심이 없었고 오직 종교를 이용한 자기 명예와 부귀에만 관심을 가졌다.

당시 로마제국의 압제와 세금, 헤롯왕가의 수탈과 횡포로 팔레스틴 인구의 30% 이상이 유량민이 되어서 떠돌아 다녔다. “오병이어”의 기적에 여자와 아이를 제하고 남자만 5천명이 함께 하였다고 보도되었다. “7병이삼어”의 기적 보도에는 남자가 4천명으로 나오는데 이는 당시 많은 사람들이 고향과 집을 떠나 떠돌이로 살아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실례다. 사람들이 일터, 집, 고향을 떠났다는 것은 당시 사회가 백성을 수탈하고 학대하는 부패하고 병든 폭력사회 라는 반증이다.

하나님을 경외하고 생명을 사랑하는 종교, 종교인은 사람의 생명 값과 삶이 무너진 사회에 정의를 선포하고 회개를 촉구하며 함께 살기를 호소해야 한다. 그러나 예수님 당시 종교인들은 자기들의 권력 강화와 명예, 영광 추구에 눈이 멀어서 고통당하는 백성들을 종교라는 올가미로 이중삼중의 수탈을 하였다.

예수님은 그런 세상에서 하나님 나라를 선포하였고 사람을 괴롭히는 반생명적인 종교의 사망 권세를 깨뜨렸다. 예수님의 부활은 예수의 이름으로 행하는 종교비즈니스의 교회, 신학교, 언론매체. 선교단체 등등에 그대로 적용된다. 지극히 작은 자를 외면하는 모든 종교 비즈니스, 작은 자를 도구로 삼아서 생존하는 종교 비즈니스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예수께서 이기신 사망 권세는 거짓 언론, 사이비 언론의 권세이다

예수님은 세례를 받으신 후, 광야에서 사탄의 거짓말과 유혹에 직면하셨다. 세상은 돌을 떡으로 만드는 구세주를 기다린 다는 것, 세상은 사람들을 즐겁게 해주는 대중적인 스타를 구세주로 받들 거라는 것, 권력을 가진 자가 세상의 구세주라는 등등의 말로 예수님의 심사를 흔들었다. 그러나 예수님은 하나님의 말씀으로 거짓에 대항하셨다.

예수님은 공생애 기간 내내 유언비어에 시달렸다. 미쳤다는 유언비어, 술과 고기를 탐하는 자, 세리와 창기의 친구, 사탄의 힘으로 귀신을 쫓아내는 이상한 놈, 신성 모독자, 나사렛에서 선한 것이 나오겠냐는 비아냥거림, 하나님의 아들이라는 표적, 물증을 보이라는 등등의 야유와 독설이 늘 예수님을 따라 다녔다. 그러나 예수님은 그런 말들의 농간에 일일이 대꾸하며 부침하지 아니 하셨고 겸손히 섬김으로 자기의 길이 진리의 길이며 자기의 삶이 하나님 나라의 삶인 것을 보여 주셨다.

대제사장의 심문, 빌라도총독의 재판, 군중들의 고함, 비아돌로로사 길에서 예수님은 참, 진실, 진리로 말없이 수난과 모욕, 학대와 경멸, 매도와 거짓 고발을 견디셨다. 결국 예수님은 십자가와 부활로 거짓된 메시아 상을 폭로하셨고, 손수 채찍에 맞고 창에 찔리며 종교, 정치, 제국의 위선과 폭력과 악을 만천하에 드러내셨다.

예수님은 사이비 언론, 조작된 거짓 언론이 난무하는 세상에서 반생명적인 거짓 악한 언론의 사망 권세를 깨뜨렸다. 예수님의 부활은 21세기 반생명적인 언론과 표현의 자유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예수께서 이기신 사망 권세는 대중의 인기라는 권세이다

로마에는 투우사와 가수, 연극배우, 무희 그룹의 인기 스타들이 있었다. 마술을 부리든, 투우사로 이기는 자가 되든, 전차경주에서 이기든 간에 스타들의 인기는 선풍적이었다. 당시 출세의 길이 막힌 청춘남녀가 꿈 꿀 수 있는 길은 대중의 인기를 얻는 직업을 가지는 길이었다.

예수님 또한 스타에 대한 열망이 있었다. 사탄은 예수님 안에 있는 스타 심리를 이용해서 ‘성전에서 뛰어내려서’ 스타가 되라고 부추긴다. 그러나 예수님은 ‘하나님을 시험하지 말라’는 말로 사탄의 제안을 일축하였다.

예수님은 하루아침에 스타가 되어서 인기를 한 몸에 누리며 부와 명예를 축적할 수 있는 기회를 항상 가지고 있었다. “오병이어의 기적”, “칠병이삼어의 기적”, “중풍병자를 고친 기적”, “죽은 자를 살리신 기적”, “귀신을 몰아 낸 기적” “물 위를 걸으신 기적” 등등은 하나하나가 예수님이 세상에 화려하게 데뷔할 수 있는 엄청난 사건들이었다. 그러나 예수님은 단 한 번도 그런 기회를 상업적으로, 경제적 기회로 이용하지 않으셨다. 단 한 번도 크게 광고, 홍보하지 않으셨다. 단 한 번도 자기 능력이라고 자랑하지 아니 하셨다. 단 한 번도 기적에 대한 대가, 돈을 요구한 적이 없었다. 단 한 번도 자기가 거주할 어마어마한 빌딩, 성전건물을 지어달라고 하지 않았다. 단 한 번도 영광의 자리에 서지 않았다. 단 한 번도 그것을 빌미로 정치계에 진출하려는 야망을 가진 적이 없었다.

제자들과 대중들은 예수님께서 대중의 인기를 몰아서 무언가를 하기를 원했지만 예수님은 한사코 그런 자리를 피하셨고 만들지 않았다. 예수님은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인간의 찬양, 인간의 열기, 인간의 영웅, 인간의 스타가 허상이요, 반 진리, 반생명적으로 변질되기 쉽다는 사실을 잘 알고 계셨다. 대중 인기 안에 사탄의 농간이 있음도 알고 계셨다.

영웅과 스타를 원하는 대중들은 십자가 앞에서 까지 “지금 십자가에서 내려올지어다 그리하면 우리가 믿겠노라”고 예수님을 조롱하였지만 예수님은 모욕과 핍박, 조롱에도 불구하고 대중의 인기라는 권세에 아랑곳 하지 않으셨다.

예수님은 대중을 재미와 안일, 향락의 바다에 빠트려서 진리, 참, 정의와 사랑에서 멀어지게 만드는 대중의 인기, 대중 스타라는 사망 권세를 깨뜨렸다.

예수님의 부활은 21세기에도 세계적인 스타가 되어 명예와 부를 장악하려고 하는 오늘날 우리들에게도 그대로 적용된다.

실로 예수님은 사망 권세를 이기시었다

우리 죄악과 심판과 영생을 위해서 사망 권세를 이기셨을 뿐만 아니라, 이 땅의 병든 생명을 치유하고 회복하고 살리기 위해서 사망권세를 이기시었다. 단지 인간의 생명뿐이 아니고 창조의 첫째 날부터 만들어진 우주 너머의 우주를 포함하는 모든 피조물의 회복과 치유를 위해서다. 예수님은 생명의 질서가 회복되고 생명이 조화롭게 생육하며 번성하는 아름다운 세계를 “하나님 나라”라고 불렀다. 그리고 그 나라를 위해서 자기 생명을 우리에게 아낌없이 주셨고 우리에게 그 나라를 살라고 축복하셨다.

오고 있는 “하나님 나라”를 대망하며 육신을 가지고 땅에서 사는 동안, “하나님 나라”가 우리가 원하는 로드맵과 기도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비록 그 나라가 사람들의 심연에 보이지 않는 섬처럼 존재한다할지라도 나는 “하나님 나라”의 백성으로 이긴 자의 삶, 자유자의 삶을 살련다. 부활의 주님, 사망 권세를 이기신 주님이 인류의 희망임을 선포하며 갈릴리의 삶을 축복으로 살련다.

이이소  webmaster@ecumen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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