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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이라는 이름의 바이러스를 검사하자!신천지의 숙주가 되어주었던 교회에 대한 반성이 먼저
강성영 교수(한신대 신학부/기독교윤리) | 승인 2020.03.07 18:38

신천지라는 이단 종교집단이 이번 코로나19 전염병의 전파와 확산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음이 알려졌다. 전체 확진자의 절반 이상 그리고 대구 확진자의 2/3 이상이 신천지교회 관련자들이라고 한다.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의 총회장 교주 이만희는 의도한 바는 없지만 코로나의 확산을 초래한 잘못을 국민께 사죄한다고 바닥에 엎드려 큰절을 두 번이나 했다. 3월 2일 ‘평화의 궁전’이라고 현판이 걸린 거대한 대문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의 풍경이었다. 이 장면을 바라보며 국민들은 어떤 생각을 하였을까?

신천지는 이번 사태로 외부인들에게는 시민의 건강과 생명을 침해한 책임이 있는 반사회적 종교집단으로 비쳐질 것이다. 역설적으로 자신들이 주창해 온 추수군의 타작마당에서 적나라하게 거짓이 드러나고 스스로 가라지로 심판을 받는 현실 앞에 서 있다고 볼 수 있다.

하룻밤 사이 대구에서만 수 백 명의 확진자가 증가하는 상황에서 신천지의 신앙은 사회의 건강과 생명을 위협하는 무서운 바이러스로 인식되었을 것이다. 신앙이 바이러스라고? 신앙, 즉 종교적인 믿음이 전염병을 일으키는 바이러스가 될 수 있는 것일까? 바이러스는 숙주의 몸을 통해 번식 활동하고 타인에게 전파된다. 아메리카 대륙의 중부 고원에 살던 잉카제국의 인디언들을 수 백 만 명이나 학살한 것은 정복자들의 칼이 아니라 그들 몸에 실려 온 바이러스였다. 군인들의 뒤에는 선교사들이 있었고, 그들은 원주민들에게 정복자들의 종교와 신앙을 받아들이라고 강요하였다. 이베리아식 선교의 모델인 정복주의 방식의 개종 강요, 문명의 말살, 원주민의 악마화와 물질에 대한 탐욕적 동기가 타자에 대한 폭력을 극대화화고, 타자를 부정하는 은밀한 죽음의 이데올로기로 작용한 것이다.

▲ 신천지가 기생할 수 있도록 숙주가 되어주었던 곳은 교회가 아닐까. ⓒNews1

어찌 보면 2020년 현재 대구 신천지교회의 신도 다수의 감염사태도 마찬가지이다. 십사만 사천 명 구원받을 자의 선별적 특권의식, 기성종교에 대한 염증에 기생한 차별적 포지셔닝, 포교를 위한 가리지 않는 모략과 기만, 교주에 대한 충성심 강요와 신도들 간의 무한경쟁. 이와 같은 것들이 최초 전파자(0-patient)가 누구이던 간에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확산의 온상이 된 것이다. 그렇다면 이것이 어디 신천지만의 문제일까?

종교라는 우산 아래 모여서 예배하고 흩어져서 선교하는 일은 대한민국의 모든 교회가 하는 일이다. 그러면 무엇이 문제일까? 그 핵심은 신앙의 문제다. 우리는 이참에 한국교회의 신앙관과 행태에 대해서 정직하게 자성해야 한다. 구원이기주의, 개교회중심주의, 타종교 배척과 독선적 종파중심주의, 타자에 대한 배제와 혐오, 증오라는 왜곡된 가치관이 신앙에 농축되어 있는지 면밀히 들여다 봐야한다. 그리고 만일 그렇다면 유감스럽지만 16세기 스페인의 피사로(pizarro) 군대와 오늘의 신천지와 같은 모습이라고 보지 않을 수 없다. 다시 말해 한국교회도 신앙이라는 이름의 바이러스의 숙주가 되고, 선교가 사람을 살리기보다 죽이는 재앙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지금이 바로 한국교회가 신앙의 바이러스에 대한 자가 검진을 시작할 때이다.

강성영 교수(한신대 신학부/기독교윤리)  webmaster@ecumen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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