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짤막한 야훼에 대한 고백이 참 아름답습니다. 그 말이 아름다워서가 아니라 그 고백에 담긴 희망 때문입니다. 세상 현실을 보지 못하도록 우리의 눈을 가리거나 호도하는 거짓 희망과 달리 그 고백의 아름다움은 우리의 마음을 뜨겁게 하고  우리의 입을 한 모양으로 열어 찬양을 외치게 합니다.

그러나 그 고백과 함께 우리가 마주치는 세상은 공의와 정의가 자리잡기 어려운 세상입니다. 불평등하고 불평등이 구조화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세상의 권력은 정도의 차이는 있어도 기본적으로 불평등을 유지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들을 장악하고 있습니다. 그 권력 하에서 불평등을 강제적으로 수용해야 하는 다수의 사람들, 이들에게서는 한숨과 눈물과 울부짖음이 그치지 않습니다. 그러면서도 주어진 현실을 운명인 양 받아들이게 되는 것이 대체적인 현실입니다.

▲ 야훼의 공의와 인애는 세상의 불평등을 인식하게 만든다. 그 불평등에 대한 인식이 새로운 현실을 향한 여정의 시작이다. ⓒGetty Image

이 부조리한 현실을 뚫고 그 한 가운데로 야훼께서 새로운 현실을 갖고 들어오십니다. 이를 본 시편 기자는 위와 같이 고백하며 노래합니다. 그의 인애와 자비가 가득찬 세상을 보았다니, 이는 그와 같은 불평등한 세상에서 말도 안되는 것처럼 들릴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그것이 그 구조를 승인하고 그 안에서 순응하며 살라는 말일 수는 더더욱 없습니다.

오히려 그 반대입니다. 세상에 가득한 그의 인애는 그의 공의와 정의가 실현되었음을 나타냅니다. 그는 그것이 극복된 공의와 정의의 세상을 보게 됩니다. 그 세상으로 세상의 불평등에 눈뜨게 하는 야훼입니다. 야훼의 사랑이 넘실대는 세상입니다.

그래서 불평등 인식은 이제 좌절과 한숨이 아니라 변화와 변혁에 대한 희망의 싹이며 평등의 새현실을 향한 여정의 시작입니다. 그 길은 권력이 신봉하는 경제력이나 군사력 같은 힘들이 아니라 오직 야훼와 그의 선하심에 의지할 때 갈 수 있습니다.

하나님의 세상을 본 사람의 고백과 찬양으로 밝아지는 오늘이기를. 하나님의 사랑과 공의와 정의가 우리 삶에 뿌리내리는 이날이기를.

김상기 목사(백합교회)  webmaster@ecumen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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