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의 '시댁'은 기근 때문에 유다 베들레헴에서 모압지역으로 옮겨온 '경제적 난민' 집안입니다. 난민의 아들과 결혼하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은 아닐 것입니다. 이렇게 보면  난민에 대한 당시 모압의 시각은 참 따뜻하고 포용적이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러한 태도가 긴 난민 역사에서 늘 나타나는 것은 아니니 그만큼 더 눈길을 끕니다.  우리나라는 현재 난민에게 적대적에 가까운 태도를 보이고 있으니 안타깝기만 합니다.

▲ David Wilkie Wynfield(1837-1887), “Ruth and BoazHarris” ⓒMuseum & Art Gallery

이러한 배경에서 룻의 이야기는 탄생합니다. 룻과 함께 베들레헴으로 돌아온 나오미는 룻의 미래를 설계하기 시작합니다. 룻이 아무리 이쁘고 고마워도 언제까지나 자기 곁에 두고 홀로 살게 할 수는 없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나오미는 룻이 우연히 친척 보아스를 알게 되자 룻을 그와 맺어주고자 합니다. 이를 위해 나오미는 가문의 땅을 팔고자 합니다. 그 땅을 사는 사람은 룻을 아내로 맞아 전 남편의 자손을 잇게 할 의무가 있습니다.

그러나 그 땅을 살 자격이 있는 사람은 문중의 사람으로 순위가 정해져 있습니다. 보아스는 2순위입니다. 그런데 첫번째 사람은 재산상 손해가 될지 모른다는 이유를 내세우며 자격을 포기하고 권리를 양도합니다.

그런데 그 권리를 양도받은 보아스는 룻이 모압 여인임을 강조합니다. 왜 그랬을까요? 혹시 이것이 첫 번째 사람이 포기한 숨은 이유 아닐까요?

만일 그렇다면  그의 태도 나오미 가족을 받아들인 모압 사람들의 태도와 크게 다릅니다. 보아스 같은 사람도 있으니 그의 태도를 일반화시킬 수는 없습니다. 다만 보아스와 룻이 나은 아들에게서 다윗 가문이 나왔으니 하나님은 보아스의 태도에 손을 들어주셨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이해된 이 사건은 하나님이 이방인에 대한 '혐오'를 어떻게 '혐오'하는지 보여줍니다. 경제적 손실에 대한 우려도 그 어떤 것도 그와 같은 하나님 앞에서 혐오의 이유가 될 수 없습니다. 하나님에게는 사람의 존재 그 자체가 중요할 뿐입니다.

사람에 대한 사회적 종교적 인종적 편견들로부터 자유로와지는 오늘이기를. 막힌 담을 헐고 화해의 날개짓을 함으로 벅찬 가슴되는 이날이기를.

김상기 목사(백합교회)  webmaster@ecumen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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