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시 공무원 시험 임용과정에서 시각장애가 있다는 이유로 차별을 받은 피해자들이 국가인권위에 차별 진정을 냈다.  ⓒ 이철우 기자

“서울시는 ‘시력이 없고 일반문자를 읽지 못해 행정능력이 없다’며 원서접수를 거부했고, 저는 4년제 대학 졸업 사실과 사회복지 1급 자격증 등을 갖고 있다고 항의하고 접수했습니다.

접수 뒤 점자나 다른 변형된 문서형태로 시험지를 제공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점자 문제지는 제공할 수 없고, 시험장에 나오지 말 것’을 강요했습니다“ - 강아무개 씨

‘장애인차별금지법제정추진연대’와 ‘전국시각장애인청년연합회’는 2일 국가인권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서울시공무원시험 시각장애인차별’을 규탄하고, 인권위에 차별 진정을 냈다.

이들은 이날 성명에서 “시각장애인에게도 국민에게 봉사할 기회를 달라”며 “실효성 있는 독립된 장애인차별금지법을 제정해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정부는 장애인 취업권리를 보장한다는 명목으로 장애인의무고용제를 시행하고 있지만 실상은 껍데기뿐인 제도”라며 “이번 서울시 공무원 임용시험에서도 평등을 가장한 합법 차별을 여실히 드러냈다”고 밝혔다.

이들은 ▲공무원 의무고용제 제도를 개선할 것 ▲서울시는 공무원 임용시험에서 점자시험지를 받지 못한 장애인에게 재시험 기회를 줄 것 ▲오세훈 시장은 차별 당한 장애인들에게 공개 사과하고 대책을 마련할 것 ▲정부와 국회는 실효성 있는 독립된 장애인차별금지법을 제정할 것 등을 촉구했다.

이들은 “장애인 원서접수 창구에는 도움이 없어도 모든 생활이 가능한 5·6급 경증장애인만 득실대고 교활한 정부는 그들을 고용해 장애인의 취업기회를 보장했다한다”며 “실제 보호가 필요한 중증장애인들은 복재제도 내에서도 차별을 받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중증 장애인도 간단한 보조도구만 있으면 얼마든지 비장애인 이상으로 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며 “밥 한 끼 내손으로 벌어먹겠다고 부르짖는 장애인들을 앞장서 차별하는 정부와 서울시를 규탄 한다”며 ‘제도개선’과 ‘장애인들이 능력을 발휘할 기회보장’을 촉구했다.

시각장애 1급인 강아무개 씨는 지난 1일 서울시 공무원 임용고시 시험을 보기 위해 시험장에 들어갔지만 점역시험지가 따로 없어 시험을 치르지 못했다. 그는 시험내용 유출을 이유로 ‘퇴실’조차 하지 못하고, 1시간 40분 간 우두커니 앉아있다 나와야 했다.

강 씨는 서울 맹학교 고등부를 졸업하고 공주대학교 특수교육과·사회복지과를 복수전공으로 졸업했으며, 지금껏 재활센터에서 직업훈련 교사로 근무하고 있다.

약시 장애인 최아무개 씨도 확대한 시험지가 없어 시험지를 읽는데 어려움을 겪었고, 광학식마크판독기(OMR)카드를 작성하느라 시간에 쫓겨 시험을 제대로 치르지 못했다.

시각장애인 안아무개 씨는 ‘서울시 공무원 모집 요강’에서 시각장애인의 행정능력이 없다는 이유로 응시자격 조차 박탈되었다.

이들은 이와 관련, “확대·점자 시험지는 기본이며 장애인들이 충분히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조명과 이동, 활동보조인 지원 등을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철우 기자  cyberedu@paran.com

<저작권자 © 에큐메니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