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남동 목사님은 신학자로서의 품성을 가지고 차분하게 논리적으로 하나님을 이해시키고 영혼의 깊이 있는 믿음을 사색하며 이성적으로 말씀하시는 분으로, 나에게는 마음에 새겨져 있다.

사경회 단골 강사

저의 아버지 박형규 목사님은 공덕교회를 목회할 때와 초동교회를 잠시 섬길 때에도 교회 사경회에 꼭 서남동 목사님을 초빙하여 교회 부흥회를 대신하시곤 하였다. 그 당시만 해도 교회에서 부흥회는 연례행사이고 교인들의 신앙을 높이는 기회이다. 그런데 그 때마다 아버님은 기존의 부흥회를 대신하여 교인들이 깊이 있는 신앙을 배우는 기회로 차분하고 신중하게 말씀하시는 서남동 목사님을 선택하여 모시고 오셨다.

▲ 1976년 해직교수들이 모여 창립한 갈릴리 교회에서 왼쪽 서남동 목사, 가운데가 문동환 목사. ⓒ죽재 서남동 목사 탄생 100년 기념사업회 제공

그동안 서남동 목사님과 어떤 교류와 신학적 입장을 나누었는지는 잘 모른다. 아무튼 저는 서남동 목사님의 학문적이며 신학적 강의를 고1 때는 공덕교회에서, 고3 때(1965년)는 초등교회에서 듣게 되었는데 완전히 이해를 하고 들었다고는 말하지 못하지만, 기억에 남는 몇 마디는 아직도 내 뇌리에 사로잡혀 있다.

고등학교 1학년 때는 서 목사님이 떼이르 샤르땡에 대해 말씀하셨다고 생각이 되는데, 예수님은 인간의 육신적 죄성을 초월한 새인간으로 태어나 그래서 하나님의 아들로 오셨고, 우리도 그런 지향으로 나아가 하나님의 아들로 되어가는 역사 속에 산다는 의미였다고 여겨진다. 많은 교우들이 서 목사님의 사경회에 참석했었고, 나도 그 이후 세례를 받고 주님을 따르는 길을 고민했던 것 같다.

그 다음은 초등교회의 조향록 목사님이 잠시 해외 유학을 가시는 틈에 아버님이 초등교회 부목사를 맡아 보시게 되었을 때도 사경회에 서남동 목사님을 모셔왔다. 그 사경회에서는 온전히 ‘야고보서’를 성서 강해하는 사경회였다.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계속되는 사경회였는데, 야고보의 성경말씀을 조목조목 가르치시며 예수님의 말씀의 뜻과 그리스도인의 삶의 방향을 진솔하게 가르쳐주신 듯하다. ‘말씀을 행하는 자가 되라’든지, ‘하나님이 세상에서 가난한 자를 택하사 믿음에 부요하게 하시고 또 자기를 사랑하는 자들에게 약속하신 나라를 상속으로 받게 하신다‘는 말씀을 가슴에 박히게 하셨다.

그래서인지 서남동 목사님은 박형규 목사님이 기독학생회(SCM) 총무로 계실 때에도 기독학생 여름대회 강사로 모셔졌고, 기독교사상 주필을 하실 때에도 기독교사상에 많은 글을 게재하게 하셨다.  아버님은 자신의 신학적 입장을 서남동 목사님을 통해 간접적으로 의견 개진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만큼 보이지 않게 신앙적으로나 신학적으로 마음이 통하는 두 사람의 관계였던 것으로 여겨졌다. 그리고 박형규 목사가 가는 목회적 활동이나 선교적 현장에 꼭 신학적 대변자로, 신학적 옹호론자로 함께 하셨다.

1968년 기독학생운동 단체들(YMCA,YWCA, KSCM)이 ‘한국을 새롭게’라는 기치를 걸고 통합논의를 시작할 때에도 서남동 교수님은 통합추진위원회 교수 위원으로 참여하시며 학생지도교수로 활동하셨고, 1966년 한국기독자교수협의회를 결성하실 때 초대 회장을 지냈으며, 기독학생운동의 통합에 중간 역할을 감당하셨다. 더구나 도시산업선교가 연세대 도시문제연구소에서부터 시작되기 시작하면서 ‘하나님의 선교’라는 말이 중요한 화두가 되었었는데, 이 때 서남동 목사는 ‘하나님의 선교’에 대한 신학적 해석과 민중신학을 연관 지으며, 성서의 민중의 해방의 역사와 한국의 민중의 역사를 연결하는 신학적 작업에 앞장서셨다.

유신의 한 복판에 선 서남동 목사

박형규 목사가 유신헌법을 비판하며 ‘남산야외음악당 부활절 예배’에서 젊은 목회자들과 청년들이 유신독재를 비판하는 유인물과 프랑카드를 내걸려고 하였던 사건에서 ‘내란예비음모’라는 조작된 죄목으로 구속되는 시점에, 서남동 목사는 1973년 5월 20일 국내  신학자들을 모아 ‘한국 그리스도인 선언’을 발표하고  세 가지 행동 지침까지 발표한다. 그 첫째는 “국민의 주권을 전적으로 무시한 채 제정된 법률 명령 정책 또는 독재를 위한 정치적 절차를 우리는 한국 국민으로서 단호히 거부한다. 이 땅에 민주주의를 부활시키기 위하여 온갖 형태의 국민적 연대를 수립하자”였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성명이었지만, 그의 사회참여의 단호함을 드러내주고 있다.

그리하여 1974년 민천학련 사건 이후, 1974년 11월 18일 국내 신학자들을 모아 현영학, 안병무 등(66명)과 함께 ‘한국 그리스도인의 신학적 선언’이라는 성명을 발표하고 “연세대 구속학생, 교수의 석방을 위한 교수기도회”를 주도하고 또한 “교수 자율권  선언”에 함께 서명하는 행동을 계속하였고 결국 1975년 5월 20일 학교로부터 해임 권고 사직케 됨으로서 해직교수가 되는 것이다. 그 이후 해직교수협의회를 결성하고 활동하면서 강연과 기도회 등에 참여하시다가 “3.1구국선언”에 참여하면서 긴급조치 9호로 구속도 되시고, 석방 되시고는 바로 한국기독교장로회 선교교육원에서 퇴학당한 젊은이들의 희망의 신학자가 되셨다.

특히 민중신학의 선구자적 역할을 하시면서 민중교육연구소 이사장으로 민중의 현장의 목소리를 신학에 담는 프락시스적 신학으로 나아가며 실천과 신학을 접목시키시려 하였다

그런 그였기 때문에 1980년 신군부의 독재체재가 들어서면서 모든 종교 특히 기독교가 정부의 회유에 자기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지금까지 민주화운동에 앞장 서왔던 기장 교단의 선배들까지도 신군부에 협조하는 상황으로 돌아가는 것을 안타깝게 지켜보게 되었다. 더구나 해외에 나가 해외교회 사람들이 ‘이제는 기장도 신군부에 협조 하는구나’ 하는 소리를 들으면서 기장 교단만이라도 개혁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되었다고 하셨다.

해외에서 돌아오자마자 서남동 목사는 바로 ‘박형규 목사를 기장 교단 총회장으로 내세워야 한다’는 주장을 내세우며 기장에 계신 분들(김상근, 권호경, 이우정 등)을 설득하기 시작하셨다고 한다. 사실 대부분 사람들이 박형규 목사님이 부총회장으로 나서는 것이 합리적일 것 같다고 말하고, 그 당시 부총장이셨던 분도 박형규 목사를 만나 그렇게 설득하여 박 목사님도 그렇게 하겠다고까지 하였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로 총회장에 나서야 하는 이유와 그 주장을 꺽지 않은 분이 서남동 목사였다고 아버님께서 늘 말씀하시는 것을 들은 적이 있다. 교단의 질서를 깨고서라도 박목사가 총회장이 되어야 한다는 그의 주장은 그것만이 철저히 군부의 불의에 맞서는 교단의 입장을 보여주는 실천적 행동이고 가장 올바른 신앙적 입장이라는 서 목사님의 단호한 주장이었을지 모른다.

1981년 9월 총회에서 믿기 어려운 박형규 목사의 총회장 당선이 이루어졌다. 그러나 그 덕분에 총회장의 직을 끝나고 박형규 목사에게 기다리는 것은 또 한번 군사정부의 공작으로 교회 분열을 조장시키고 폭력으로 그를 교회에서 몰아내려는 공작이 조직적으로 이루어지기 시작하였다는 것이다.

감동과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힘을 가지신

1984년 7월 19일 돌아가시기 전에, 서남동 목사님은 캐나다 토론토대학 빅토리아신학교에서 명예신학박사 학위(1984년 5월)를 받으러 가실 때 미국 버클리 태평양 종교학교로 유학온 저(박종렬 목사)의 집에도 하루 묵고 가셨다. 아마도 여기저기서 강연 부탁도 많이 받고 오신 듯 했다. 저희 집이 편하셨던지 침대에 누워서 말씀을 하시겠다고 하며 누워서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조용하시면서도 강직하신 그의 신학적 입장과 논리적 강연은 전혀 선동적이지 않다. 그러나 그의 진지한 강론에 깊은 감동과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무엇이 있다.

그날도 강연을 하고 저의 집에 오신 듯 하여 매우 염려스럽고 힘들어 하시는 모습이 역력하여 많은 이야기를 나누지는 못했지만, 그러나 서남동 목사님이 만 66세에 그렇게 빨리 떠나실 줄은 몰랐다. 학위받고 2달 여  밖에 살지 못하셨기 때문이다.

먼 지난 날인데도 갑자기 눈물이 나의 앞을 가린다. 서남동 목사님이 천천히 “박종렬 간사, 나 좀 누워서 말해도 될까” 하는 음성이 들리는 것 같아서이다.

박종렬  pchongy@dreamw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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