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토를 바라보는 교회당 넘어
초여름게 심겨진 봄이 가을로 익었다

나락은 너무 쉽게 거두어지고
볏대는 순식간에 지푸라기로 쓰러져
논바닥이 드러났다

나는 드러난 말씀 앞에 
결가부좌 되어
거두워지는 밖의 세상과 
내게 남겨질 것을 읽어가지만

오히려 나를 내밀히 읽고 있는 것은
누구의 무서운 말씀

화 있을진저
화 있을진저
화가 있을진저

그것이 벌써 두렵고 떨리지 않아서
무섭다

아직은 더 두렵고 더 떨려야 하는데
아직은 더 전율하고 더 소름이 돋아야 하는데

나의 육신은 잘 죽어가고 있는지
회 칠한 무덤은 아닌지

맑아서 높은 가을 
하늘이 묻는다
대체 왜 병들어 있느냐

▲ 가을을 맞이한 논

정준영  webmaster@ecumen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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