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비즈 스즈키 지음/ 조응주 옮김/ 샨티 펴냄/607쪽/ 25,000원

이 책의 부제는 ‘나쁜 뉴스에 절망한 사람들을 위한’이다. 말하자면 나 같은(아마 지구촌 곳곳에 수십억 명은 되지 않을까) 사람들을 위한 책이라는 것이다. 그래서였을까. 처음 <굿 뉴스 >라는 책이 출간된다는 얘기를 듣고 나는 그야말로 ‘좋은 소식’만을 전하는 뉴스 사이트가 따로 있는 줄 알았다.

그래서 기대와 흥미를 갖고 책을 펼쳤을 때 조금은 실망감이 밀려들었다. ‘그럼 그렇지, 좋은 소식만을 전하는 매체가 어디 있겠어?’ <굿 뉴스 >는 더 나은 미래를 위한 다양한 시도와 사례를 모아 놓은 책인데, 읽어나가면서 처음의 실망감이 점점 덜어졌다. 절망과 슬픔 가득한 세상에서 체념과 패배와 무기력을 떨치고 희망과 가능의 삶을 실현하는 사람들의 얘기는 그 자체로 의미와 감동을 전하기에 충분하다.

쥬디 윅스가 경영하는 작은 식당 ‘화이트 독 카페’는 아름다운 사업이 어떻게 가능한지를 보여주는 생생한 사례다. 연간 매출 5백만 달러의 이 식당에서는 잔인한 방식으로 사육되지 않은 고기만을 쓰고 유기농 농산물을 최대한 많이 사용하며 유전자 변형식품을 배제하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이 식당의 손님들은 친환경론자여서가 아니라 푸짐한 샐러드, 꿀 발라 구워낸 오리고기, 소렐 소스를 곁들인 연어, 갓 구워낸 옥수수 케이크가 정말 맛있어서 찾는다. 한번 이곳을 찾으면 그 맛을 잊지 못해 다시 찾게 된다는 것이다. 윅스는 여기서 한걸음 더 나간다. “순진한 고객을 맛있는 것으로 꼬드겨 사회적 행동에 동참하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화이트 독 카페는 마약과의 전쟁, 대선 투표 논쟁에서 부시의 손을 들어준 대법원의 판결, 유전자 변형 식품 등 다양한 주제를 놓고 식사를 하면서 토론할 수 있는 만찬간담회를 주최한다. 또 각종 집회나 시위에 참여할 수 있도록 교통편을 마련하고, 윅스가 교류하고 있는 제3세계의 ‘자매식당’을 방문할 수 있도록 여행경비를 지원한다. 아동보호를 목적으로 한 도시 빈민가 탐방도 후원하는데, 이는 범죄로 들끓는 필라델피아에서 의미 있는 봉사활동으로 자리 잡았다. 이뿐 아니다. 연중에는 주민과 함께 ‘농부들의 저녁 식사’나 ‘토마토 축제 한마당’ 같은 대규모 지역행사도 연다. 그리고 관심 있는 손님들을 데리고 식당에 재료를 공급하는 농장도 방문하고, 10년이 넘게 도심 빈민지역의 고등학생들을 대상으로 멘토링 프로그램도 진행하고 있다.

윅스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라는 가치관을 포기할 수 없었다고 한다. “우리 식당의 사명은 네 가지 분야에서 최선의 봉사를 하는 거예요. 당연히 고객에게 봉사하고, 지역 공동체에 봉사하고, 직원으로서 서로에게 봉사하고, 자연에 봉사하는 것, 그래서 화이트 독 카페는 이 네 분야에 해당하는 각종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거예요. 나에게 이윤은 우리 사명을 실현하는 데 필요한 연료 같은 거예요.” 윅스는 잉여이윤으로 직원의 봉급을 올리고 품질을 향상하고 사회에 환원한다. 75명의 상근 직원과 파트타임 직원은 상당한 자율권을 가지며, 윅스와 주방장은 똑같은 봉급을 받고 동일한 권한을 행사한다. 화이트 독 카페는 하나의 레스토랑이 아니라 지역의 사회재단으로 훌륭하게 자리 잡았다. 경영과 도덕, 사회적 책임의 분리를 ‘건전한 경영’ 모델로 가르치는 시대에서 이 작은 식당의 성공은 빛날 수밖에 없다.

<굿 뉴스>에는 이처럼 자신도 즐거우면서 환경도 살리는 일이 지구별 곳곳에서 개인과 단체, 대기업과 정부 차원에서 일어나고 있음을 보여준다. 꽃을 해치지 않고 꿀을 모으는 꿀벌처럼 지구에 해를 끼치지 않고 사업을 하는 사람들, 지구의 자연환경과 조화를 이루는 일에 투자해서 ‘갑절의 보상’을 받는 사람들, 경제발전과 환경보호라는 양자택일의 논리를 거부하고 대안을 찾는 사람들의 사례는 신자유주의와 패권의 시대에 희망의 빛을 발한다. 이 책의 지은이 데이비드 스즈키와 홀리 드레슬은 20세기 경제 패러다임이 쳐놓은 덫에서 벗어날 수 있는 실현가능한 아이디어가 많다는 데 주목한다.

지은이들은 ‘환경을 지키는 일’에 두 가지 오해가 있다고 지적한다. 하나는 환경을 살리려면 어떤 희생, 곧 인생의 재미를 포기하고 이윤을 덜 추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환경을 염두에 두어야 하지만 그것은 경제성이 떨어진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지속가능성을 추구하는 것은 희생도 아니고 경제성이 떨어지는 것도 아니라는 게 지은이들의 주장이다. 경제성을 따지는 기존 방식이 더 큰 이윤을 가져다주는 듯하지만 환경과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한다면 지속가능성을 추구하는 방식이 더 많은 보상을 가져다준다는 것이다. 세계 곳곳에서 이러한 방향으로 산업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으며, 이를 지은이들은 ‘2차 산업혁명’이라 부른다. 이 책은 이러한 방식으로 재미와 의미, 보람과 가치를 두루 실현할 수 있다는 것을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입증하고 있다.

지속가능한 삼림경영을 하는 벌목회사 ‘콜린스 파인’, PVC를 사용하지 않는 스포츠용품 회사 ‘나이키’, 완전 재활용이 가능한 카펫을 개발한 ‘인터페이스’는 환경을 해치지 않는 기업경영의 대표적인 사례다. 사막화한 지역의 물 부족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고 생태계를 살려낸 인도 우타프라데시 지역과 해양자원을 보존하면서 굴 채취산업을 성공시킨 멕시코만, 풍력과 태양열을 이용하여 에너지 문제를 해결하고 있는 독일과 토론토, 욕구를 충족하면서 동시에 천연자원도 보호하는 혁신적인 도시를 실험하고 있는 시카고·베를린·포틀랜드·보고타 사례 등 이 책에는 크고 작은 유쾌한 소식들로 가득하다. 지은이들은 대안을 실현하는 사람들은 쪼개는 방식에서 묶는 방식으로, 단기적이 아닌 장기적 안목에서 일을 설계하고 실현한다는 공통점이 있다고 말한다.

“이들은 우선 자기가 지향하는 세상과 삶에 대해 긍정적이고 소박한 비전을 세운다. 오늘날 산업처럼 분기별 전망을 내놓는 것이 아니라 향후 수십 년을 내다본다. 그리고 행복한 아이들, 커다란 공원, 깨끗한 물, 풍부한 야생 생물, 벌목을 하지 않는 숲, 양질의 일자리 등 자신들이 원하는 모든 것을 상상 속에 그려 넣고 이를 현실로 옮기기 위해 노력한다. 지속가능성에 입각한 긍정적이고 새로운 접근 방식은 사람들에게 힘과 집중력을 더해줄 뿐만 아니라 개별적인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찾는 데에도 오히려 더 큰 성공을 거두고 있다.”

이 책에 소개된 사례들의 계획과 방법론은 매우 다양하고 유연하지만, 이 모든 것을 대변할 만한 한 단어를 찾는다면? 지은이들은 ‘겸손’이라 말한다. 곧 ‘자신이 틀렸다는 것을 전제하라’는 것이다. 맞다. 지금까지 우리가 상식과 당연으로 생각해 오던 삶의 방식과 사고방식이 틀렸거나 틀릴 수 있다는 것을 전제하는 것, 거기서부터 이 지리멸렬한 세상을 구원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날마다 좋은 소식을 듣고 싶다면? 그럼 나부터 좋은 소식의 생산자가 되면 되지 않을까. 이미 시작한 수많은 사람들이 저만치 앞서 가고 있으니.

김경환  bardo615@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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