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오감을 통한 감지로 자신의 인격과 성격을 형성한다. 특히 시각은 인간에게 특별하다. 인간이 영장류에서 출발해 호모 사피엔스가 될 수 있었던 이유도 여러 사물들을 대충 보는 것이 아니라 집중해서 볼 수 있는 시각적인 능력 때문이다. 인간은 자신의 영적인 눈과 정신적인 눈으로 보는 것에 의해 정의된다. 신은 아모스에게 “네가 무엇을 보느냐?”라고 묻는다. 이 질문은 아모스가 자신의 두 눈으로 보는 대상에 관한 것이 아니라 아모스의 궁극적인 관심이 무엇인지를 묻는 것이다.
우리는 무엇을 보고, 무엇을 소중하게 여기며, 삶의 다양한 관심사 중 무엇을 가장 우선순위에 둘까? 아모스의 눈은 다른 사람들의 눈과는 달랐다. 그는 자신이 속해 있는 공동체의 취약점을 감지하고 가슴 아파하는 전형적인 ‘호모 심파티쿠스’였다.

- <신의 위대한 질문>에서
 

[단숨에 쓰는 나의 한마디]
 
글쓰기 수업할 때 야외에 한 번 나간다. 3시간 정도 걷고 그 느낌을 그 자리에서 온전히 떠올려 글을 쓰는 것이다. 그걸 주문해야 하는데 내 말이 매끄럽지 못해 참 부끄러웠다. 그러다가 <나는 걷는다>의 한 구절을 보았다. “생각은 이미지와 감각과 향기를 빨아들여 모아서 따로 추려 놓았다가 후에 보금자리로 돌아왔을 때 그것들을 분류하고 각각에 의미를 부여하게 될 것이다.” 나도 대략 이런 느낌인데 맛이 참 다르다.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할 것 같다.
올 가을에는 야외 수업만 집중적으로 하는 글쓰기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다. 매주 토요일 5회 정도 이곳저곳 걷고 그 자리에서 바로 글을 쓰면 좋은 훈련 방법이 되지 않을까? 무엇보다 쓰기 때문이다. 연구를 해봐야겠다. 어떤 식으로 할지 말이다.
위의 글을 필사하면서, “네가 무엇을 보느냐?”에 시선이 꽂혔고, 그것은 글쓰기의 기본 가운데 기본이라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시선이 개인적이건, 호모 심파티쿠스적이건, 일단은 시선을 확장해서 여는 훈련을 의도적으로 해야만 좋은 글쓰기가 가능하다. 받아들인 만큼 나오는 것이 글이기 때문이다. 모든 감각을 열고 사는 일상, 그것이 중요한데 말처럼 쉽지는 않다. 여전히 노력할 뿐!

▲ 김서정 작가 1966년 강원도 장평에서 태어났고 한국외국어대학교 독어교육과를 졸업했다. 1992년 단편 소설 <열풍>으로 제3회 전태일문학상을 수상했으며 장편 소설 《어느 이상주의자의 변명》, 어린이 인물 이야기 《신채호》, 《김구》, 《마의태자》 등을 썼고, 북한산 산행기로 산문집 《백수 산행기》, 먹거리와 몸을 성찰하는 에세이 《나를 살리고 생명을 살리는 다이어트》, 평화 산문집 《분단국가 시민의 평화 배우기》, 글쓰기 강의인 《나를 표현하는 단숨에 글쓰기》를 지었다. 오랫동안 출판사에서 일했고, 지금은 프리랜서로 출판 편집일과 글쓰기 그리고 글쓰기 나눔을 실천하고 있다.

김서정 작가  webmaster@ecumen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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