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에는 분명 언어 자체의 개념적 의미와 함께 언어 외적인 정서도 함축되어 있습니다. 삶 속에서 경작된 그 사람의 인품과 체온 같은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각 단어의 문자적 의미가 아닙니다. 단어들이 만들어내는 언술(言述)이 더 중요합니다.

언어도 결국은 언술을 구성하는 요소에 불과합니다. 나의 개인적인 느낌입니다만 이공계나 자연과학 전공자들이 구사하는 언술의 특징은 더 많은 팩트를 제시하는 방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 주장에 도움이 되는 플러스 팩트를 쌓아 가는 방식입니다.

수평면을 확장하는 방식입니다. 그러나 다른 방식의 언술도 얼마든지 있습니다. 자기주장을 그와 반대되는 것과 대비함으로써 그것의 특징을 부각시키기도 하고, 시간적 변화 속에 그것을 배치함으로써 그 의미를 확장하고 시각화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마치 시적인 관점처럼 동서남북 춘하추동의 다양한 시각에서 보여주는 방식입니다.

-<담론>에서

 
[단숨에 쓰는 나의 한마디]

모든 일은 구체성에서 발생한다. 그것은 순간순간의 모음이다. 모음의 양은 그 순간에 결정된다. 누구는 많이 모으고 누구는 적게 모은다. 오감이 열려 있으면 어마어마한 양이 될 것이고, 오감이 닫혀 있으면 휘황찬란한 불빛만 좇을 뿐 이면의 어둠은 보지 못할 것이다. 그것은 어떻게 결정되는가? 연습된 사색의 힘이다.

<담론>의 부제는 ‘신영복의 마지막 강의’이다. 오래전 문학공부를 할 때 신영복의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은 교과서였다. 겉멋 빼고 있는 그대로 그러면서도 깊이 있게 삶을 성찰하는 교본이었다. 하지만 그때는 그 의미가 크게 다가오지 않았다. 겉멋이 잔뜩 들었기 때문이었다.

요즘 글쓰기 강의를 하면서 유독 내 입에 오르내리는 게 술이부작(述而不作)이다. 위의 글을 옮기면서 언술이 눈에 들어왔는데, 국어사전에 “일정한 사실을 자세히 말함”이라고 되어 있다. 짓지 말고 있는 그대로 진술하는 것과 사실을 자세히 말하는 것은 같은 개념 같다. 그래서 오늘의 위 글은 더욱 반갑고 고맙다. 뭔가를 또 느낌으로 안 것 같아서 말이다.

김서정  webmaster@ecumen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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