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생, 5.18 ‘그곳’에 서다

ⓒ에큐메니안

5.18 민주화운동이 36주년을 맞이했지만 ‘임을 위한 행진곡’ 지정곡 거부 및 전두환 전 대통령의 발언 등 아직 지난 상처는 아물기는커녕 봉합조차 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5.18 정신을 기억하고 계승하고자 하는 신학생들이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감리교 신학생들은 지난 17일(화) 1박 2일간의 일정으로 광주를 찾았다. 이들은 고난함께와 평화교회연구소 등이 감신대 학생회와 공동주최한 광주평화순례에 참여한 것.

이미 5년 전부터 이어져 온 이번 순례에 대해 이관택 목사(고난함께)는 “작년까지 목회자 중심의 순례로 진행됐지만 이번 순례에는 많은 신학생들이 참여해 그 의미가 더 깊다”고 전했다.

이들은 첫날 광주 금남로에서 진행된 ‘제 36주년 5.18민중항쟁’ 전야제 행사에 참여했다. 오천여명의 광주시민들이 모인 전야제는 ‘1부-오월, 그날이 다시오면’, ‘2부-앞서서 나가니 산자여 따르라’, ‘3부-그대들과 함께 희망을 외치다’로 나눠졌고 각계각층 다양한 연령대의 예술인들의 무대로 꾸려졌다. 특히 모든 참여자들이 함께 부른 ‘임을 위한 행진곡’은 장관을 이뤘다.

광주 금남로에서 열린 36주년 5.18민중항쟁 전야제 행사에서 참가자들이 함께 '임을위한 행진곡'을 부르고 있다. ⓒ에큐메니안

전야제 행사에는 약 5천여명의 광주 시민들이 몰려들었다. ⓒ에큐메니안

둘째 날 학생들이 처음 찾은 곳은 5.18자유공원으로, 이곳에는 1980년대 당시 상무대가 보존되어 있는 곳으로, 5.18민주화운동 당사자들을 집행한 영창과 법정 체험을 할 수 있다. 주목할 점은 이런 체험을 진행하는 요원들이 당시 재판에 회부됐던 실제 당사자들이란 점이다.

체험을 진행시킨 김춘국씨(5.18 당시 27세, 5.18구속부상자회)는 “왜곡은 바로 이곳에서 시작됐다”며 “자신들의 입맛대로 죄명을 만들었고, 나 또한 내란중요임무종사자로 10년형을 받았다”고 전했다.

체험을 마친 학생들은 5.18 민주묘지로 이동, 안내에 따라 묘지에 담긴 많은 열사들의 사연을 듣고, 참배했다.

최지수 학생(14학번)은 “그동안 5.18민주화운동이 나의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곳에 와보니 나의 일이었다”며 “5.18의 정신을 기억하고 살아야겠다고 다짐했다”고 소감을 전했다.

전남병 목사(평화교회연구소)는 이번 평화순례로 그치지 않고, 4.3제주항쟁 등 기억해야 할 곳을 찾아 신학생들과 함께 방문할 것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