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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효수(경동교회 부목사) : 그런데 부활의 근본정신이 개신교는 잘 전달되지 않는다. 과거적 부활에 포커스를 맞추니까 현재적 부활의 의미를 찾지 못하고 부활 신앙을 박물관으로 밀어 넣는다. 그러다 보니 교회들이 부활절을 절기로서만 지내는 경우가 많다. 

이병두 : 절기니까 할 수 없이 지내는 것은 불교도 마찬가지다. 부활절이 불교의 성도일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드는데, 지금까지 부처님 오신 날만 성대하게 치렀다. 어떻게 보면 성도일이 더 중요한데 거의 행사 자체가 없었다. 절기로서만 지키고 있다. 

이찬수 : 부활을 삶의 측면과 죽음의 측면으로 나누어 본다면 삶의 측면은 지금 말씀하신 성도와 같은 것으로 보인다. 같은 것을 다른 세계관을 가지고 설명하는 것이 아닐까? 그런데 성경에서 부활은 삶의 문제뿐만 아니라 죽음 이후의 문제도 포함하고 있다. 부활은 영생의 문제와 연결되는 것이다. 따라서 기독교에서 말하는 부활은 예수 그리스도 뿐만 아니라 모든 이에게 해당된다. 그런데 이러한 것들이 교회안의 언어로 대중화되지 않는 것이 문제다.

김근수 : 그것은 종교인들이 쓰는 언어의 문제다. 사실 우리가 언어를 잘못 쓰고 있으면서 성도에게 이해하지 못한다고 야단치는 꼴이다. 

원익선 (원광대 정역원 연구교수, 일본불교학) ⓒ에큐메니안

원익선 : 작년 11월에 학회가 있어 일본에 갔다가 은퇴하신 지도교수님을 만났다. 정토종 승려이신데, 죽을 날이 가까워지니 죽음 이후의 삶을 생각할 때 사후세계가 반드시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하신다. 예전엔 그런 이야기를 한 번도 하신 적이 없었기에 놀랐다. 학자가 그런 이야기를 하신다는 것이 놀라웠다. 

인간은 누구나 죽는다. 부처도 결정적인 출가의 생각을 하게 된 것은 죽음을 보면서이다. 결국 유한한 존재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하는, 유한한 것이 어떻게 무한의 희망을 가질 것인가 하는 문제에 직면한 것이다. 지도교수님의 말씀을 들으며 그것이 맞구나 싶다. 인간의 유한성을 어떻게 돌파할 것인가 하는 문제를 극복하는 것을 기독교에서는 케리그마화되었다고 말하는 것 같다. 초기 교회 스스로 기독교에서 일어났던 유한한 사건을 대중을 향해 자신 속으로 케리그마화시킨 것이 곧 부활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김근수 : 인간의 유한성 문제를 어찌 기독교 신자들만 생각했겠는가? 모두가 고민했을 것이다. 

윤인중(에큐메니안 운영위원장) : 십자가 처형을 부활과 연결시켜 보면, 예수는 제국의 권력에 의해서 처형된 것이다. 안병무 선생은 부활을 봉기로 이해하기도 한다. 깨달음이 역사 현장의 역동성과 연결되지 않으면 부활의 역사성이 없을 것이다. 초대 교회 성도들에게 예수가 살아났다고 하는 고백은 위험한 일이기도 했을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생각해 볼 수 있다. 

이찬수 : 부활이 개인의 정신, 영혼만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정치적인 문제라는 것은 중요한 지점이다. 그것은 초두에 이야기했던 정의의 문제기도 하다. 여기에서 고난 받는 사람들에 대한 공감, 실천이 나오게 되는 것이다. 부활이 그렇듯이, 깨달음 이후에 더불어 사는 삶에 대한 문제에 이르게 되는 것도 마찬가지 아니겠는가. 성도나 해탈 혹은 열반도 이러한 측면에서 볼 수 있지 않을까? 

이병두 : 불교에서 성도가 개인적 차원이라면 해탈, 열반은 사회적 의미로 확장된다. 석가모니 붓다의 깨달음도 개인의 깨달음은 아니었다. 깨달음 이후 45년 동안 석가모니는 맨발로 인도를 걸으며 사람들을 만나고 격려해주고 길을 알려주었다. 투쟁의 방식은 아니지만 고국이 몇 차례 대국에 의해 위험에 처했을 때 앙상한 나무 밑에 앉아 군대가 발길을 돌리게 한 적도 있다. 이는 개인적인 깨달음이 아니었다는 뜻이다. 그런데 이런 석가모니의 정신이 한국에 들어오면서 부처님 없는 노장노름으로 변질되면서 개인적 의미로 축소됐다. 

김근수 : 기독교에서 부활사상이 생긴 것 자체가 개인의 자연적인 죽음에서 출발한 것이 아니고 불의한 세력에 의해 학살당한 슬픈 죽음에 대한 해석이다. 처음부터 부활은 사회적 의미가 있다. 나중에 역사에서 개인의 문제로 축소된 것이다. 부활의 문제를 죽음 이후의 육신의 문제로 해석한다면, 노숙자, 장애인, 난민은 부활을 싫어할 것이다. 그런데 그게 아니고 사회적 약자, 역사의 희생자에 대한 하나님의 선언이라고 생각하면, 오히려 이런 분들이 부활을 감사하게 생각할 것이다. 이런 면이 그리스도교에서 강조가 되지 않으니까 부활교리가 박물관 유물처럼 되어버리고 나하고 관계없는 것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이찬수 : 요한계시록을 보면, 요한은 환상 중에 하늘에 있는 순교자들을 본다. 당시 네로 황제 시절에 박해 받아 죽은 사람들이 있는 곳이 천국처럼 묘사되고 있다. 이것을 사회적 의미로 환원해 보면 요한계시록도 결국 고통당하는 현실을 이야기하는 것이고 고통이 고통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보상이 있다는 희망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이것은 현실의 예수라는 분이 십자가에서 죽은 사건과 직결된다. 그러니까 부활은 현실과 무관하게 영혼의 눈으로 미래를 바라보는 방식이 아니라 현실과 더불어 그 안에서 그 이상을 지향하는 것이다. 

원익선 : 로마에서 카타콤베에 가본 적이 있다. 그곳에서 카타콤베 자체가 사회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카타콤베에 들어간 많은 사람들이 국가권력에 의한 희생자가 되어 예수 사건이 반복되었다. 결국 예수의 삶이 드러나게 된 것이다. 이것은 특수한 상황이 아니고 오늘날에도 다시 재생되고 반복될 가능성이 있을 것이다. 이것이 부활의 현재화라는 생각이 들고, 불교 입장에서는 선험적인 세계이지만 기독교 입장에서는 많은 사람들에게 공유시켜야 할 교리인 것 같다. 

김근수 : 정말 보물 같은 교리다. 

원익선 : 불교인들도 너무나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는 교리다. 

이찬수 : 이런 이야기가 종교방송에서 생중계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지성적 레벨에서의 종교적 대화의 현장이다. 각자 사용하는 언어의 근원으로 가보면 서로 교류하는 지점이 있다는 것을 지금처럼 짧은 시간 중에도 느낀다.

이찬수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HK연구교수, 종교평화학) ⓒ에큐메니안

종교간 대화의 최종적인 목적은 어디까지 갈 수 있을까? 일치가 가능한 걸까? 상호 이해하고 다시 자기 자리로 돌아가는 정도일까? 부활을 중심으로 이야기했는데, 열반에 대한 이야기도 하고 싶다. 

원익선 : 나는 부활과 열반이 같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부처님이 유한한 육체를 벗어나서 재생한 것이기 때문이다. 열반은 인간의 모든 고통을 벗어난 세계를 말한다. 곧, 법신에 합하는 것이다. 진리적인 세계로부터 중생을 구제하려고 오신 화신으로서의 부처님이 궁극적으로 원래 세계인 법신으로 합하여 돌아가신 것이다. 그것을 통해 부처님도 완성되신다. 그것이 부활과 다를 것이 무엇이겠는가? 

김근수 : 그리스도교에서 부활의 교리를 합리적으로 설명하고 싶은 마음이 있는 한편, 열반과 해탈을 합리적으로 설명하는 분을 만나고 싶었다. 

원익선 : 결국 열반이라는 것은 대 안정과 대 안심이다. 내가 하나님의 우편에 간다는 것만큼의 안심과 안정이 어디 있겠는가. 해탈이라는 것은 대 자유이다. 그 해탈은 열반에 이르는 과정과 일치되어 있다. 

책에 보니까 예수님이 지상에 오신 것은 율법을 완전하게 하기 위함이라고 나와 있는데, 유대인들이 갇혀있던 지역세계 내에서 유월절의 의미를 부활을 통해 완성시켰다고 생각된다. 제대로 의미전환이 됐다고 본다. 부처님도 예수님처럼 새벽에 열반에 이르셨다. 예수님이 기존의 유월절의 의미를 완벽하게 현재, 미래의 의미로 전환시킨 것처럼 부처님도 열반을 통해 지복과 기쁨을 얻는 것을 추구하셨다. 이는 기독교 신앙과 다르지 않다고 본다. 

이찬수 : 결국 모든 종교들이 비슷한 목표를 지향하면서도 외형적 언어가 다른 것일까, 아니면 언어가 다르면 지향하는 목표도 다르다고 보아야 할까? 

원익선 : 언어의 문제는 철학적인 문제이다. 20세기 철학을 다 동원해서 설명해야할 것이다. 그런데 원인적인 측면에서 보면 한국사회에 가톨릭, 개신교, 불교가 들어올 수 있었던 근본적인 요인을 살피면서 각 교의를 해석해야 할 수 있을 것이다. 거기서 나오는 다양한 주체적 철학을 통한 다양한 해석이 가능함과 동시에 다종교의 공존상황이 평화적으로 갈수만 있다면 새로운 것을 형성해낼 수 있는 기회가 아닐까? 

김근수 : 종교가 쓰는 언어는 다르지만 어디서든 만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영원히 평행선을 유지하지 않는 이상 만날 것이다. 이 질문은 각 종교 간의 대화가 진행되고 성숙되서 끝날 무렵에 답을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그런데 지금은 시작 시기니까 일단 대화를 계속 해 나가야 한다. 토론뿐만 아니라 삶에서도 종교에서 배운 가르침을 개인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실천을 많이 한 다음에 어떤 길을 걸어왔는지 살펴봐야 한다. 

김근수 (가톨릭프레스 발행인, 해방신학) ⓒ에큐메니안

예수가 신약성서에서 유일하게 진 논쟁이 있다. 한 페니키아 여인과의 대화가 그랬다. 여인의 반박을 예수는 수긍했다. 나는 이를 종교간 대화의 한 장면으로 본다. 대화는 이기는 것이나 내 의견을 관철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고, 역사의 희생자, 사회적 약자, 불리한 사람에게 유리한 의견을 찾는 것이다. 내 종교의 의견을 상대에게 납득시키려는 노력이 아니고, 지혜를 모아서 어떻게 하면 사회적 약자를 위해 의견을 모을 것인가, 이것이 종교 대화의 하나라고 생각한다. 

이병두 : 궁극적 일치는 불가능하다고 본다. 종교들끼리 서로 갈등하고, 같은 종교 내부에서도 갈등하고 있는 실정이지 않는가. 그러나 갈등은 어느 시대에나 있었다. 동시에 상대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대화를 하려는 흐름도 동일하게 있다. 갈등의 상황 속에서 언제나 일치의 꿈은 꿔 왔던 것 같다. 

김근수 : 평화를 연구하는 분들이 부활의 가치에 대해 이야기했으면 좋겠다. 평화 문제를 정치 경제적으로만 다루지 말고 부활교리를 인용하면 풍부해 질 것 같다.

이찬수 : 최근 평화 분야를 공부하면서 느끼는 것은 학자들이 국제 관계, 정치 질서에 대한 이야기를 주로 한다는 것이다. 말하는 인간 혹은 말하는 주체는 빠져있을 때가 많다. 연구자 자신의 인격이 투영되는 일은 부담스러워 하기 때문일 것이다. 종교 언어를 기존 평화 연구와 연결시켜보려 하면, 비종교인 학자들은 종교 언어를 보편적이거나 학문적인 언어로 인정하지 않는 것 같은 표정을 짓는다. 이렇게 된 데에는 종교인 탓이 크다고 생각한다. 결국은 정치적, 제도적 차원의 평화 연구에 종교적 영성의 차원을 결합시키는 일을 해야 한다. 

원익선 : 부활이라고 하는 의미만을 놓고 본다면 실제로 완벽하게 죽어야 한다. 죽지 않고는 부활이 없다. 실제로 완벽하게 죽는 것이 필요한데, 그것은 개인적으로도 죽어야 하지만 사회적으로도 죽어야 한다. 구체제와 권력이 죽어야 한다. 죽어야 뭔가 새로운 것이 나올 텐데... 이것은 한용운 선생님이 말씀하셨던 것이다. 모든 것을 파괴시켜야 새로운 것이 나온다고 하셨다. 또한 예수님도 성전에 들어가셔서 하셨던 이야기일 것이다. 완벽하게 죽는 것이 필요하다. 새로운 사회적 질서를 만들어내는 것에 있어서 부활이라는 에너지가 필요하다. 부활이 사회적으로 강력한 메시지가 있다면 ‘죽자, 그 위에 새로운 싹을 틔워보자’가 아닐까? 

이병두 (종교칼럼니스트/ 북칼럼니스트, 전 문화체육관광부 종무관) ⓒ에큐메니안

이병두 : 선시 중, 현애살수라는 말을 좋아한다. 절벽에서 붙들고 있던 나뭇가지를 놓아야 살 수 있다는 말이다. 그것을 놓지 않고 있는 꼴이 종교인들인 것 같다. 

이찬수 : 기독교 안에서도 부활의 영광을 누리려 하고 십자가의 죽음은 외면하는 경향이 있다. 설교자 자신도 고통과 죽음은 부담스러워 한다. 그래서 영광스러운 승리만 얘기하지 승리에 이르는 죽음은 피해가는 경향이 있다. 십자가와 죽음은 동전의 양면이라는 사실을 교회 현장에서 진지하게 성찰하고 반성할 기회를 제공해야할 책임이 우리에게 있다. 

이병두 : 절에서도 마찬가지로 초파일에 ‘빈자의 일등’에 대한 강론은 하지 않는다. 가난을 긍정하면 신도들이 비싼 등을 달지 않기 때문이다. 불교만의 문제가 아닐 것이다. 

원익선 : 다른 종교의 입장에서 거울삼아 보면 자신의 얼굴이 비춰질 것이다. 종교간 대화는 다른 종교를 거울로서 보는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자신을 객관화 시킬 수 있는 그런 일이 종교간 대화라고 생각한다. 평범한 이야기일 수 있지만 실제로 그렇게 하기가 쉽지 않다. 결국 다른 종교를 통해서 자신의 종교의 모습을 볼 수 있다면 자신의 도그마에서 벗어날 수 있지 않을까? 

김근수 : 동감한다. 서로 교리의 이해 가능성에 집중할 것이 아니라 각 종교의 역사를 반성하는 쪽으로 확장되어야 할 것 같다. 종교간 대화 책이 많은데 가르침을 비교하는 책이 더 많다. 여기에 역사적 반성이 들어가야 한다. 

원익선 : 기독교를 통해서 느낀 것이 굉장히 많다. 시간이 되면 신학도 공부하고 싶다. 

이병두 : 불교계 내에 신학을 공부한 사람이 하나도 없을 것이다. 비교종교학은 있지만. 불교계도 개신교에 대해 배타하는 측면이 있다. 

이찬수 : 부활의 개인적, 사회적 차원에 대해 쉬운 언어로 풀어낼 수 있는 대화 시간을 한번 더 가지면 좋겠다. 

김근수 : 요약하겠다. 부활은 지금 우리 삶과 직결되어 있고 사회정치적 의미를 갖고 있고 역사적 희생자의 질문에 대한 답으로 시작됐다. 부활의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면 모든 인류, 종교의 공통 유산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찬수 : 제대로 이해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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