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테네에는 새로운 ‘미디어’로서 문자가 등장하였지만, 그에 대해 소크라테스는 환영을 하기보다는 우려와 성찰을 표명했다. 그는 그 커다랗고 혁신적인 변화가 가져올 이점보다는 그에 수반될 수 있는 폐해를 더욱 크게 본 것이다. 평생을 대화와 문답을 통해 자신의 생각을 전파했던 그는 문자보다는 말의 힘을 믿었으며, 사상은 문자에 포박될 때보다는 화자의 입에서 직접 나올 때 더 큰 효과를 지닌다고 생각하였던 것 같다. 그리고 이것이 그의 확고한 입장이었다면, 그가 책을 쓰지 않았던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 것이다.

-<소크라테스 평전>에서

 
[단숨에 쓰는 나의 한마디]

소나기로 한 꺼풀 꺾이기는 했지만, 폭염이 여전히 적토마처럼 날뛰는 도심과 산을 어제 걸었다. 한양도성투어 인왕 구간 진행을 맡았기 때문이었다. 숭례문에서 정동을 지나 경교장, 홍난파 가옥, 인왕 정상, 그리고 윤동주 언덕까지 가는 동안 죽는 줄 알았다. 폭염은 둘째 치고 무거운 배낭이 내 어깨를 짓누르다 못해 나를 땅속에 파묻는 것 같았다. 그렇게 몸은 천근만근이었지만, 눈과 귀는 안내샘(1인)과 시민(2인)에게 쏠려 있었다.

여느 샘들보다 긴 안내(1시 12분에 시작해 6시 40분에 마무리)였지만, 분위기는 폭염을 누그러뜨리고도 남았다. 위의 글을 옮기면서 그 연유를 알았다. 안내, 질문, 대답, 리액션 등이 적절히 조화를 이루었다. 그러고 보면 요즘 이런저런 강의를 열심히 듣는 분들이 많다. 그 강의가 죽은 강의냐, 살아 있는 강의냐, 그것은 그 순간을 함께하는 분들의 의지에 달려 있는 것 같다. 즉, 매사, 매순간에 충실한 삶의 태도가 우리 삶을 나아지게 하는 것 아닐까? 그래도 어제 배낭은 인간적으로 너무 무거웠다. 지금도 어깨가 욱신거린다.

▲ 김서정 작가 1966년 강원도 장평에서 태어났고 한국외국어대학교 독어교육과를 졸업했다. 1992년 단편 소설 <열풍>으로 제3회 전태일문학상을 수상했으며 장편 소설 《어느 이상주의자의 변명》, 어린이 인물 이야기 《신채호》, 《김구》, 《마의태자》 등을 썼고, 북한산 산행기로 산문집 《백수 산행기》, 먹거리와 몸을 성찰하는 에세이 《나를 살리고 생명을 살리는 다이어트》, 평화 산문집 《분단국가 시민의 평화 배우기》, 글쓰기 강의인 《나를 표현하는 단숨에 글쓰기》를 지었다. 오랫동안 출판사에서 일했고, 지금은 프리랜서로 출판 편집일과 글쓰기 그리고 글쓰기 나눔을 실천하고 있다.

김서정 작가  webmaster@ecumen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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