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중년기를 지난 노인들은 대부분 앞서 언급한 청년기와 거의 반대되는 성격을 가지고 있다. 그들은 오랜 세월을 살아 왔고, 속임을 당한 적도 있으며, 적어도 한 번 이상은 실수를 저지른 경험도 가지고 있다. 또한 대부분의 세월 동안 그들은 인간적인 것들이 악해지는 것을 목격했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은 어떠한 확언도 삼가는 경향이 있으며, 실제로 해야 할 말보다도 훨씬 적게 이야기하곤 한다. 그들은 항상 ‘내 생각에는’이라고 말하지, 결코 ‘내가 아는 것은’이라고는 말하지 않는다. 그리고 의심을 품으면서 이렇게 덧붙이곤 한다. ‘아마도 가능할지도 모르지.’ 그들은 항상 그런 식으로 말한다.

-<수사학2(아리스토텔레스)>에서

[단숨에 쓰는 나의 한마디]

어제 본래 가려던 목적지에서 방향을 틀어 서대문형무소에 들렀다. 교육 중인 평화 샘의 안내를 모니터링했다. 역사적인 사실을 이야기한 뒤 “개인적인 견해인데요”라는 접속어를 넣고는 사실에 대한 가치를 부여한다. 평가 자리에서 그 연유를 물었다. 두려움 때문이었다고 했다. 하고자 하는 말에 대한 자신감의 결여라고 했다. 그 자리에서 말을 하지 않았지만 나는 다른 부분에서 깜짝 놀랐다. 자기의 감정 상태를 저렇게 직시하면서 그것을 말로 풀어내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평화샘들과 뒤풀이를 하고 둘만 남아 잠깐 더 이야기를 나누었다. 내 책을 읽었다는 그 샘이 내게 물었다. “치유가 목적인가요, 글을 잘 쓰기 위한 것이 목적인가요?” 내가 늘 골머리를 앓는 부분이지만, 이렇게 말했다. “자신이 힘들 때 종교 활동을 하거나 취미 활동을 하는데, 그러한 방법 중의 하나가 글쓰기”라고. 그 기저는 위의 글처럼 ‘내 생각에는’이다. 하기야 그리스 시대의 노인은 현재의 내 나이층을 지칭하는 것 아닌가?

▲ 김서정 작가 1966년 강원도 장평에서 태어났고 한국외국어대학교 독어교육과를 졸업했다. 1992년 단편 소설 <열풍>으로 제3회 전태일문학상을 수상했으며 장편 소설 《어느 이상주의자의 변명》, 어린이 인물 이야기 《신채호》, 《김구》, 《마의태자》 등을 썼고, 북한산 산행기로 산문집 《백수 산행기》, 먹거리와 몸을 성찰하는 에세이 《나를 살리고 생명을 살리는 다이어트》, 평화 산문집 《분단국가 시민의 평화 배우기》, 글쓰기 강의인 《나를 표현하는 단숨에 글쓰기》를 지었다. 오랫동안 출판사에서 일했고, 지금은 프리랜서로 출판 편집일과 글쓰기 그리고 글쓰기 나눔을 실천하고 있다.

김서정 작가  webmaster@ecumen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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