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점진적 진보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 상상력, 경이, 호기심 그리고 막연하나마 미적 감각, 모방 경향, 자극적이고 새로운 것에 대한 동경은 관습과 유행을 변덕스럽게 변화시켰을 것이다. 최근 저술가 한 분이 ‘미개인과 짐승 사이의 가장 명백하고도 전형적인 차이는 바로 변덕이라고 했기 때문에 이것을 지적하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상충되는 갖가지 영향에 따라 인간이 얼마나 변덕스러워질 수 있는지를 부분적으로나마 이해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앞으로 살펴보겠지만 하등동물들도 인간과 마찬가지로 애정, 증오, 미적 감각에서 변덕스럽다는 것을 이해할 수 있다. 또한 동물들이 새로운 것을, 그저 새롭다는 이유만으로 동경한다고 여길 만한 근거가 있다.

-<인간의 유래>에서

[단숨에 쓰는 나의 한마디]

“변덕이 죽 끓듯 하다”는 속담이 있다. “말이나 행동을 몹시 이랬다저랬다 한다”는 뜻풀이가 국어사전에 있다. 부정적인 느낌을 주는 말로 많이 사용되고 있다. 그런데 위의 글을 보면 변덕은 우리 삶을 변화시키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또 하나 놀라운 것은 동물들도 그러한 감정이 있다는 것을 이해한다는 것이다. 2년 전 유럽 사람들과 오두산통일전망대를 간 적이 있다. 내 딴에는 철학적으로 접근한다고 “인간과 동물의 차이가 뭔지 아시나요?”라는 질문을 던졌다. 모두들 의아해했다. 나중에 통역사에게 물어보니 그 표정은 ‘인간과 동물은 같다’는 의미라고 했다. 아차 싶었다. 찰스 다윈을 제대로 배운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의 차이는 아주 컸다. 그 뒤로 찰스 다윈은 새롭게 다가왔다. 그의 사고 틀은 내 글쓰기를 변덕스럽게 변화시켰다. 고매한 글쓰기는 없고 자연의 한 생물로서의 변덕 같은 글쓰기만 존재한다고!

▲ 김서정 작가 1966년 강원도 장평에서 태어났고 한국외국어대학교 독어교육과를 졸업했다. 1992년 단편 소설 <열풍>으로 제3회 전태일문학상을 수상했으며 장편 소설 《어느 이상주의자의 변명》, 어린이 인물 이야기 《신채호》, 《김구》, 《마의태자》 등을 썼고, 북한산 산행기로 산문집 《백수 산행기》, 먹거리와 몸을 성찰하는 에세이 《나를 살리고 생명을 살리는 다이어트》, 평화 산문집 《분단국가 시민의 평화 배우기》, 글쓰기 강의인 《나를 표현하는 단숨에 글쓰기》를 지었다. 오랫동안 출판사에서 일했고, 지금은 프리랜서로 출판 편집일과 글쓰기 그리고 글쓰기 나눔을 실천하고 있다.

김서정 작가  kims441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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