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가지는 일관성은 모순을 수용하는 사랑의 행위가 없이는 불가능하다. 다시 말해, 인간의 일관성은 모순이라는 근거 위에 서 있는 것이다. 그런데 정서적으로 취약한 사람들은 모순을 견디기 어렵다. 화가 난 사람들은 자신이 옳다는 사실을 증명하기 위해 많은 논리를 개발한다. 그러나 이런 현상 자체가 이미 모순적이다. 화라는 부정적 감정을 토대로 해서 발전시킨 논리이기 때문에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화난 사람들은 이런 현상을 인식하지 못한다. 왜냐하면 화는 인식을 제한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가까 감정>에서

[단숨에 쓰는 나의 한마디]

‘모순(矛盾, 창과 방패라는 뜻으로, 말이나 행동의 앞뒤가 서로 맞지 않음을 뜻하는 말)’은 <한비자>에 나온다. 우리가 늘 쓰는 말이다. 하지만 해서는 안 될 행동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모순 속에서 살고 있다. 위의 글에서는 인간이 가지는 일관성이라고 한다. 맞는 말인데, 그 다음 글 “정서적으로 취약한 사람들은 모순을 견디기 어렵다”는 말에 고개를 갸우뚱거린다. 내 딴에는 풍부한 정서를 가지려고 글까지 쓰는데, 그럴수록 내 모순이 더욱 선명히 보이고, 그것을 줄이려고 하지만 잘 안 되어 심적으로 부담이 커진다. 그것을 다시 글쓰기로 이겨내려고 하지만, 마음의 응어리는 좀처럼 가시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이 글의 마지막 부분, “화는 인식을 제한하는 역할”을 한다는 것에 수긍이 간다. 나도 문제이지만, 나라님도 문제이다. 정당한 분노가 아닌 개인적인 화가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들고 있다. 국가와 개인에 대한 인식 틀이 참으로 협소하고 모순적이다.

▲ 김서정 작가 1966년 강원도 장평에서 태어났고 한국외국어대학교 독어교육과를 졸업했다. 1992년 단편 소설 <열풍>으로 제3회 전태일문학상을 수상했으며 장편 소설 《어느 이상주의자의 변명》, 어린이 인물 이야기 《신채호》, 《김구》, 《마의태자》 등을 썼고, 북한산 산행기로 산문집 《백수 산행기》, 먹거리와 몸을 성찰하는 에세이 《나를 살리고 생명을 살리는 다이어트》, 평화 산문집 《분단국가 시민의 평화 배우기》, 글쓰기 강의인 《나를 표현하는 단숨에 글쓰기》를 지었다. 오랫동안 출판사에서 일했고, 지금은 프리랜서로 출판 편집일과 글쓰기 그리고 글쓰기 나눔을 실천하고 있다.

김서정 작가  kims441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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