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로 글로 적어놓아 올바른 문장으로 만들어질 수 있는 말을 하는 사람은 생각보다 드물다. 누구나 말을 버벅거릴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을 때의 말도 글로 적어보면 대개는 비문으로 그치는 경우가 허다하다. 말은 글보다 훨씬 더 다양한 요소 이를테면 표정이나 성조, 어감, 분위기에 좌우되기 때문이다. 글쓰기가 말하기보다 조금 더 어렵게 느껴지는 까닭은 바로 그런 요소들을 오로지 글로 나타내야 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작가들은 글에 쓰려는 내용에 더해 표정까지 만들어내야 한다. 그게 얼마나 힘이 들면 표절의 유혹에 빠져드는 것일까. 그러니 누군가 조금 말을 이상하게 한다고 해서 시시콜콜 그런 것까지 꼬투리를 잡을 필요는 없을 것이다.

 -<딱새의 지저귐만도 못한 말>에서(김진송, 경향신문, 6월 30일자)

[단숨에 쓰는 나의 한마디]

칼럼을 중동무이해 글쓴이에게 죄송하지만, 며칠 전의 일이 떠올라 이 글만 따 옮긴다. 전날의 숙취를 안은 채 오로지 글쓰기 3기 강좌 홍보를 위해 길을 나섰다. 모임에 가서 한 분의 도움으로 홍보의 물꼬를 트고는 내가 일어섰다. 불편함을 무릎 쓰고 얼굴에 살짝 미소를 지으며 말을 여는데 늘 그렇듯이 엄벙덤벙 중구난방이다. 목적은 홍보인데 그것이 몹시도 압박으로 다가와 말은 소용돌이만 친다. 그때 좌중에서 한 마디가 들려온다. 대략 ‘말이 앞뒤도 안 맞고, 논리도 없고, 연결도 안 되고’ 등의 뉘앙스였다. 그러고는 결정타가 들려왔다. “저래서 책이 팔리겠어요?” 가슴에 돌이 얹어지는 느낌이었지만, 꾹 참고는 “맞아요. 실제로 책이 안 팔려요”라고 말했다. 팩트를 집어내니 더 이상의 응대는 불필요했다. 이제, 글쓰기로 당시의 감정을 해소시키려고 한다. 그러면서 나도 곰곰이 떠올려본다. 무심히 뱉은 나의 말로 누군가 깊은 상처를 입고 있을지 말이다. 그에게 권해본다. 글쓰기로 감정을 바꾸라고.

▲ 김서정 작가 1966년 강원도 장평에서 태어났고 한국외국어대학교 독어교육과를 졸업했다. 1992년 단편 소설 <열풍>으로 제3회 전태일문학상을 수상했으며 장편 소설 《어느 이상주의자의 변명》, 어린이 인물 이야기 《신채호》, 《김구》, 《마의태자》 등을 썼고, 북한산 산행기로 산문집 《백수 산행기》, 먹거리와 몸을 성찰하는 에세이 《나를 살리고 생명을 살리는 다이어트》, 평화 산문집 《분단국가 시민의 평화 배우기》, 글쓰기 강의인 《나를 표현하는 단숨에 글쓰기》를 지었다. 오랫동안 출판사에서 일했고, 지금은 프리랜서로 출판 편집일과 글쓰기 그리고 글쓰기 나눔을 실천하고 있다.

김서정 작가  kims441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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