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경험의 핵심에는 안전하고, 소중하고, 사랑받는다는 느낌에 대한 욕구가 존재한다. 이 욕구는 식량, 은신처 등 의식주에 대한 욕구만큼이나 인간 깊은 곳에서 나온다. 이 욕구가 수렵, 농업, 주거를 낳았고, 의복, 공동체, 국가, 교육도 낳았다. 과학, 운송수단, 통신기술, 가구와 같은 도구들 또한 이 욕구로부터 생겨났다. 우리가 주변에 있는 사물을 주의 깊게 살피고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었던 것도 이 욕구에서 기인한다.

- <감정을 과학한다>에서

[단숨에 쓰는 나의 한마디]

과학자들에 의하면, 우주는 암흑에너지 73%, 암흑물질 23%, 성간물질(가스, 먼지) 3.6%, 그 외 물질(은하계, 별, 태양, 지구, 인간 등) 0.4%로 구성되어 있다고 한다. 이 가운데 암흑에너지와 암흑물질의 실체는 아직 규명되지 못하고 있다. 그러고 보면 우리가 아는 것은 극히 미미하다. 아니 그 앎조차 세월이 흘러 모두 뒤집어질 수 있다. 오묘한 세상이기에 끊임없이 궁금증을 자아낸다. 그러면서도 위의 글을 보고는 고개를 끄덕인다. 현재의 인간이 일구고 있는 문명의 실체도 알고 보면 간단한 원리로 이루어졌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안전을 위해 의식주 확보에 전념하고, 소중함을 위해 협력과 상생을 도모하며 제도를 만들고, 사랑받기 위해 누구는 나누고 누구는 독점하고. 진화심리학 이야기인 <오래된 연장통>을 보면 ‘인왕제색도’는 안전 욕구를 충족시켜주고 있어 오랫동안 사랑받지 않을까 하는 추측을 하고 있다. 아마 그럴 것이다. 안전, 소중, 사랑, 이 세 욕구에 충실한 예술작품이 명품의 반열에 있지 않을까? 물론 내 생각일 뿐이다.

▲ 김서정 작가 1966년 강원도 장평에서 태어났고 한국외국어대학교 독어교육과를 졸업했다. 1992년 단편 소설 <열풍>으로 제3회 전태일문학상을 수상했으며 장편 소설 《어느 이상주의자의 변명》, 어린이 인물 이야기 《신채호》, 《김구》, 《마의태자》 등을 썼고, 북한산 산행기로 산문집 《백수 산행기》, 먹거리와 몸을 성찰하는 에세이 《나를 살리고 생명을 살리는 다이어트》, 평화 산문집 《분단국가 시민의 평화 배우기》, 글쓰기 강의인 《나를 표현하는 단숨에 글쓰기》를 지었다. 오랫동안 출판사에서 일했고, 지금은 프리랜서로 출판 편집일과 글쓰기 그리고 글쓰기 나눔을 실천하고 있다.

김서정 작가  kims441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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