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의 가장 유명한 정신과의사 중 한 명인 칼 융(Carl Jung)은 왜 자신이 부활이라는 주제에 그렇게 몰두하는지에 대해 스스로 질문을 던지곤 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문득 깨달았다. 그의 이름은 ‘젊은(young)'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었으며, 그래서 그는 태어날 때부터 젊음, 늙음, 부활 같은 개념들에 빠져 있었던 것이다. 20세기 초반의 저명한 정신과의사들은 서로 매우 다른 주제들을 연구하고 있었다. 융이 스스로 설명한 것처럼 “(독일어로 ‘기쁨’을 뜻하는 이름을 가진) 프로이트(Freud) 선생은 쾌락원리를 내세우고, (‘독수리’라는 뜻의) 아들러(Adler) 선생은 권력의지를 내세우며, (‘젊은’이라는 뜻의) 융 선생은 부활의 개념을 내세운다.”
- <만들어진 생각, 만들어진 행동>에서
[단숨에 쓰는 나의 한마디]
10여 년 전 모신문사에서 전화를 받았다. “올해 신춘문예 동화 부문 심사를 맡아주셔야겠습니다.” 나는 말했다. “그분은 여자이시고, 저는 남자입니다.” 전화를 끊고 나서 생각해보니 왜 “그분은 동화평론가이고, 저는 소설가입니다”라고 말을 못 했을까? 스스로 소설가라고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분의 본명은 따로 있었다. 그런데 왜 하필이면 나와 같은 이름의 필명을 쓸까? 나는 본명인데. 하지만 내 삶에 불편이 없어 잊고 말았다. 내 이름은 할아버지가 지어준 것이다. 서정(瑞正). 정(正)자 돌림에 맞추어 지었다고 한다. 서정(抒情/敍情). 이게 문학 관련 ‘서정’이다. ‘원형’을 탐색했다는 융의 발상이 웃음을 주어 나도 지난날을 들추어보았다. 문학판에 다시 뛰어들려면 한글 이름은 놔두고 한자만이라도 개명해볼까? 거참, 부질없는 생각이 내 웃음을 스스로 거두어 간다. 글쓰기로 유형, 무형의 나를 탐구하는 일에 정진할 뿐이다.
1966년 강원도 장평에서 태어났고 한국외국어대학교 독어교육과를 졸업했다. 1992년 단편 소설 <열풍>으로 제3회 전태일문학상을 수상했으며 장편 소설 《어느 이상주의자의 변명》, 어린이 인물 이야기 《신채호》, 《김구》, 《마의태자》 등을 썼고, 북한산 산행기로 산문집 《백수 산행기》, 먹거리와 몸을 성찰하는 에세이 《나를 살리고 생명을 살리는 다이어트》, 평화 산문집 《분단국가 시민의 평화 배우기》, 글쓰기 강의인 《나를 표현하는 단숨에 글쓰기》를 지었다. 오랫동안 출판사에서 일했고, 지금은 프리랜서로 출판 편집일과 글쓰기 그리고 글쓰기 나눔을 실천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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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서정 작가 kims441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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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기독교에 남아 있는 일본 제국주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