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사물에 대해 실제로 갖고 있는 것보다 더 많은 느낌을 나타나려고 할 때 언어나 모든 예술에서 양식을 망친다. 오히려 모든 위대한 예술은 그 반대의 경향을 보인다. 위대한 예술은 윤리적으로 훌륭한 인간과 마찬가지로 감정을 억제하고 끝까지 발산하지 않는 것을 좋아한다. 감정을 반쯤 드러내는 이런 조심성은 예컨대 소포클레스에게서 가장 아름답게 관찰할 수 있다. 감정이 자기 자신을 실제보다 냉정하게 드러낼 때 감정의 표현은 아름답게 변용하는 것 같다.

-<인간적인 것, 너무나 인간적인 것>에서

[단숨에 쓰는 나의 한마디]

평화길라잡이 선생님들과 전쟁기념관을 돌았다. 무지하게 커서 관람객이 다소 있어도 텅 비어 보였는데, 메르스로 벌판 같았다. 한적해서 좋을 듯해도 걷다 보면 군데군데 들리는 소리로 움츠려든다. 더불어 전쟁 자체에 혐오감을 느끼면서도 막상 전쟁이 발발하면 어찌해야 하는 난감함도 스며든다. 모든 방어전쟁은 숭고하게 기억되고 있는데, 그 방어전쟁도 결국 살인과 같은 개념이라고 말하면 나는 매장되고 말 것이다. 2차대전 때 덴마크에서 방어전쟁도 시행하지 않은 일이 딱 한 번 있었지만 말이다. 전쟁기념관 안내를 한 지 5년이 되었다. 공부를 하고 생각을 모으면서 안내 태도에 변화가 생겼다. 처음에는 전쟁의 부당성에 중심을 두었는데, 이제는 전쟁 이후의 해결에 초점을 맞춘다. 그러다 보니 절제된 감정이 필요했다. 마음에 숨어 있는 폭력성의 일말이라도 내비치면 안 되었다. 헤어지기 직전 한 평화샘이 내 안내가 부드럽게 들렸다고 했다. 평소 나는 모든 감정을 드러내는 게 좋다고 했는데, 전쟁기념관에서는 그렇게 하지 않았구나! 니체의 위 글을 옮기다 보니 어제의 내가 그렇게 해석된다. 정말 알다가도 모르는 게 사람?

▲ 김서정 작가 1966년 강원도 장평에서 태어났고 한국외국어대학교 독어교육과를 졸업했다. 1992년 단편 소설 <열풍>으로 제3회 전태일문학상을 수상했으며 장편 소설 《어느 이상주의자의 변명》, 어린이 인물 이야기 《신채호》, 《김구》, 《마의태자》 등을 썼고, 북한산 산행기로 산문집 《백수 산행기》, 먹거리와 몸을 성찰하는 에세이 《나를 살리고 생명을 살리는 다이어트》, 평화 산문집 《분단국가 시민의 평화 배우기》, 글쓰기 강의인 《나를 표현하는 단숨에 글쓰기》를 지었다. 오랫동안 출판사에서 일했고, 지금은 프리랜서로 출판 편집일과 글쓰기 그리고 글쓰기 나눔을 실천하고 있다.

김서정 작가  kims441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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