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 파악을 잘 하면 좋은 글을 쓸 수 있다

실제로 인간은 사회관계에 의존하는 생존 전략을 인간 존재의 근본 원리로 만들었다. 지구 어느 곳에서도 인간은 사회를 벗어나 생존할 수 없었다. 결과적으로 지구 어느 곳에서도 인간은 자신의 동료 인간을 감각적으로 깊이 느끼고 이해하지 않고서는 살아갈 수 없다. 그렇다면 사람들도 타고난 심리학자로 진화해온 것일까? 그래서 가족관계와 공동체가 작동하게 된 것일까? 이런 심리적 진화가 우리의 두뇌와 지능이 진화하게 된 원동력이었을까? 그렇다면 인간 진화에 관한 거의 모든 초기 이론들은 위아래를 거꾸로 뒤집어놓은 것이다. 15년 전만 하더라도 인간의 진화를 다루는 어떠한 교과서도 인간에게 심리학이 필요했다는 사실을 언급하지 않았다. 그 내용은 모두 사회적 지능보다는 도구 제작, 창던지기와 불의 사용 등 실제적 지능에 관한 것이었다.

- <감정의 도서관>에서

[단숨에 쓰는 나의 한마디]

어제 책을 빌리러 도서관에 갔다가 오래전 함께 산에 다녔던 동네 분을 우연히 만났다. 생각해보니 그 분과 한라산에 함께 올랐고, 내 책에 그 이야기가 단숨에 글쓰기 사례로 실려 있다. 그래서 나는 그 분에게 내 책을 주었고, 그 분은 답례로 저녁을 사주겠다고 했다. 간단한 식사 타임은 무려 4시간이 흘렀다. 그 분의 공부 과정이 주였다. 아, 재야의 고수? 아무튼 위의 책과 같은 내용을 과학으로 푸는데 내 귀가 황홀했다. 사이언스 같은 과학 잡지를 원어로 본다니 깊이가 남달랐다. 그러고 보니 내 책의 참고문헌은 100% 국내서이다. 뭐 아무렴 어떠랴. 내 수준이 딱 거기까지인데. 내 주제를 잘 파악하고 인정하는 것, 그것이 생존을 위한 글쓰기의 출발이다.


▲ 김서정 작가

1966년 강원도 장평에서 태어났고 한국외국어대학교 독어교육과를 졸업했다. 1992년 단편 소설 <열풍>으로 제3회 전태일문학상을 수상했으며 장편 소설 《어느 이상주의자의 변명》, 어린이 인물 이야기 《신채호》, 《김구》, 《마의태자》 등을 썼고, 북한산 산행기로 산문집 《백수 산행기》, 먹거리와 몸을 성찰하는 에세이 《나를 살리고 생명을 살리는 다이어트》, 평화 산문집 《분단국가 시민의 평화 배우기》, 글쓰기 강의인 《나를 표현하는 단숨에 글쓰기》를 지었다. 오랫동안 출판사에서 일했고, 지금은 프리랜서로 출판 편집일과 글쓰기 그리고 글쓰기 나눔을 실천하고 있다.

김서정 작가 kims441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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