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백여 년 전 루터의 종교개혁은 개신교 탄생의 시작이 되었다. 하지만 신자들에게 종교개혁 정신은 얼마나 의미 있는 절기로 기억될까? 아마도 절기와 연관한 목사의 설교에 그치거나 목회자만의 의례적인 행사로 지나치기 마련이다.
 
2017년은 종교개혁 5백 주년으로 그 의미가 남다르다. 특히 사회적 지탄의 대상이 되어버린 한국사회에서는 지금이라도 종교개혁의 정신을 되살려 새로운 한국교회의 초석을 다질 것을 말한다. 아마도 얼마 전, 3회째를 맞은 '작은교회 박람회'가 그러한 시도로 평가될 수 있다.

▲ 11일(주일) 부천 약대동에서 열린 '지역 종교개혁 문화제'에서 김진호 목사의 강연을 참가자들이 듣고 있다. ⓒ에큐메니안

지난 11일 부천시 약대동에서도 작은교회 및 단체가 함께 '지역 종교개혁 문화제'를 진행했다. 마을의 교인들의 연주와 합창, 강연, 새로운 모델의 교회들이 소개됐다.

주일예배를 마친 교인들이 약대동 마을카페 달토(달나라 토끼)에 모였다. 무대라고 하기에는 비좁은 카페 한켠에서 저마다 준비한 공연을 꺼내놨다. 먼저 새롬교회(이원돈 목사)와 타원형교회(류순권 목사)의 찬양대가 합창을 선보였다. 또한 플롯 및 피아노 연주 감상하고, 종교개혁 영상을 시청하며, 루터의 종교개혁 정신을 되새기기도 했다. 1부 공연의 마지막에는 루터가 만든 585장 찬송가를 불렀다.

이어진 강연에서는 김진호 목사(제3시대그리스도연구소 연구실장)가 ‘새로운 종교개혁과 작은교회’라는 주제로 이야기를 전했다.

김 목사는 지난 종교개혁이 교회에 어떤 변화를 가져왔는지 분석했다. 그에 의하면, 원시적 형태로 존재하던 교회가 4세기 기독교 공인으로 보편교회가 탄생했다. 이후 16세기 종교개혁까지 제국의 일방적 교회로 존립해오던 교회는 자기 지역, 경험, 문화를 함축하는 언어를 중심으로 하는 국가교회로 변모한다. 그러나 종교개혁 후 5백년이 지난 오늘날은 국가교회의 틀을 뛰어넘는 시대가 됐다. 명확한 종교의 경계를 뛰어넘는 신자들이 등장했으며, 교회의 권위를 더 이상 맹신하지 않는다.

김진호 목사는 “대형교회 자체로는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지만, 사회적 신뢰는 곤두박질 치고 있다”며, 신자들도 “자신의 교회 목사를 존경한다고 하지만 설교조차 기억하지 못한다. 대형교회가 유지되고 있는 동기가 종교성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시대에 따라 종교개혁이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 왔듯이 앞으로 변화되는 시대에 맞춰 이전과는 다른 방식의 종교개혁이 진행될 것”이라며, “작은 교회의 새로운 시도와 실험, 이에 대한 신학들이 끊임없이 연구돼야 한다”고 전했다.

이번 지역종교개혁 문화제를 준비한 이원돈 목사(새롬교회)는 “이번 행사를 함께 준비한 교회, 단체들처럼 한국교회 안에 여러 가지 새로운 생태계가 등장하고 있다”며, “작은교회 박람회처럼 종교개혁을 정신을 새기는 행사가 있었으면 했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지역에서 에큐메니칼 정신을 지향하는 작은 교회들의 종교개혁 정신을 기리기 위한 작은 시도와 도전이 새로운 실험과 바람을 일으켰으면 한다.

고수봉 기자  gogo99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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