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따라 내가 참 소중한 자리에 앉았구나 너의 옆자리
생각해 보니 그 동안 우리가 함께한 삶 속에서
이 작은 우리교회만큼 적당한 거리에서 너를 바라보고
너를 느끼며 너를 생각한 자리도 없었구나
특히 네가 언니 뒤를 이어 피아노를 칠 때부턴
네 반주에 맞춰 성가대와 함께 엄마는 노래를 부르고
작은 우리교회 가득 은혜의 찬송소리 그윽하고
찌들고 닫혔던 우리들 마음은 열려 축복이 넘치고
샘솟듯 작은 행복들이 방울방울 피어올라
얼굴얼굴들이 미소로 가득할 때
내 마음이 얼마나 벅차고 기뻤겠니?
그 모든 것이 너와 함께한 기쁨이었구나
네가 중국 주재원으로 상해로 가고부터는
네 자리에 다른 분이 앉았지만
나는 네가 앉았던 자리였다는 것만으로도
그 분이 너무 멋져 보이는 것도
어찌 보면 너에 대한 그리움도 함께 했기 때문이겠지
그러면서 그 시간 상해의 어느 교회에 앉아 있는
너를 그려보며 혼자 빙그레 웃음 짓곤 했단다
그런 네가 이제 때가 되어 결혼을 한다니
다음주일이면 남편이 되어 있을 잘 생긴 사내와
오늘 이렇게 셋이 나란히 앉아 예배를 드리고 있으니
그 동안의 너와 나의 거리와 이제 새로 생길 거리
그 사이의 자리에 앉아 있는 나의 모습이
뿌듯하고 기쁘면서도 한편으로는 조금은 쓸쓸하구나
모든 관계의 사랑은 거기에 알맞은 적절한 거리인데
우리의 사랑도 이 작은 우리교회에서 새로운 계절을 맞는구나
네가 태어나던 그 햇볕 따가웠던 여름날
내가 너에게 줄 첫 번째 선물인 너의 이름을 생각하며
번쩍 ‘빛’을 떠 올린 것은
언제나 가장 빛나고 화려하고 강하고 환한 것이 아니라
지금 우리가 앉아 있는 작고 어두운 곳에도 찾아와
그 따뜻함과 부드러움으로 이웃을 밝히고
조그마한 즐거움과 희망 한 점이라도
주고 싶었기 때문이 아니겠니?
작은 기쁨과 희망이라도 우리교회처럼 이렇게 작으니까
넉넉하고 가득한 것처럼 우리도 그런 마음으로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며 더욱 사랑하며 살자꾸나
내 사랑하는 빛이야

▲ 필자 이수호.       그는 전 전교조 위원장, 전 서울시 교육위원, 전 민주노총 위원장, 전 방송문화진흥회(MBC) 이사, 전 민주노동당 최고위원, 전 박원순 서울시장 공동선거대책위원장, 현 한국갈등해결센터 상임이사로 활동 중에 있다.

이수호  president1109@hanmail.net

<저작권자 © 에큐메니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