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론>에서 일관되게 말하고 있다. 이 세상 모든 것은 ‘있어 온’ 것이 아니라 ‘만들어진’ 것이라고. 앞에서 말했듯이 비와 바람과 꽃은 있어 온 것이 아니라 조건이 결합하여 만들어진 것이다. 주어는 실재하지 않는다. 오직 술어에 의해 주어가 임시적으로 존재한다. 그 주어를 존재하게 하는 술어도 ‘있어 온’ 것은 아니지만. <중론>의 논리에 의하면 인간의 선과 악의 품성, 잘못된 습관, 신분과 계급의 차별, 사회적 갈등은 모두 있어 온 것이 아니라 인간의 의도와 행위로 만들어졌다. 그러므로 모순과 고통의 근원적 해체가 가능한 것이다. 그래서 석가모니가 이렇게 선언한 것이다. “나는 혈통을 묻지 않는다. 다만 행위를 묻는다.”

- 법인 스님(4월 13일 경향신문에서)

[단숨에 쓰는 나의 한마디!]
제2의 부처라는 나가르주나의 오묘한 이야기를 내 어찌 알 것인가? 다만 주어가 실재하고 않고, 오로지 주어는 술어에 의해 임시적으로 존재한다는 말이 내게 큰 생각거리를 만들어주었다. 그래서 하루를 생각해보았다. 우리 말은 주어가 생략되어도 되지만, 생각만큼을 주어를 잡고 있어야 한다. 즉 아무리 긴 문장이라도 나를 중심에 놓고 있으면 그 글은 주어가 생략되어도 흐트러지지 않는다. 하지만 나를 망각하고 오로지 글에만 초점을 두어 멋을 부리려고 주어를 빼면 그 글은 혼란 그 자체가 된다. 그래서 글쓰기의 중심은 글이 아니라 나가 되어야 한다. 그러고 보면 위의 글은 글쓰기에 절대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내 어찌 그 고승의 깊은 진리를 알아낼 수 있다는 말인가? 다만 모든 것이 엮여 있다는 것쯤은 짐작할 만하다.

▲ 김서정 작가 1966년 강원도 장평에서 태어났고 한국외국어대학교 독어교육과를 졸업했다. 1992년 단편 소설 <열풍>으로 제3회 전태일문학상을 수상했으며 장편 소설 《어느 이상주의자의 변명》, 어린이 인물 이야기 《신채호》, 《김구》, 《마의태자》 등을 썼고, 북한산 산행기로 산문집 《백수 산행기》, 먹거리와 몸을 성찰하는 에세이 《나를 살리고 생명을 살리는 다이어트》, 평화 산문집 《분단국가 시민의 평화 배우기》, 글쓰기 강의인 《나를 표현하는 단숨에 글쓰기》를 지었다. 오랫동안 출판사에서 일했고, 지금은 프리랜서로 출판 편집일과 글쓰기 그리고 글쓰기 나눔을 실천하고 있다.

김서정 작가  kimsj441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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