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2월 6일 금요일, 맑음
“이모님, 오늘이 울 엄마 생일이에요. 축하 전화 한 통 해 주세요. 제 말 마시구요.” 공안과에 눈 검사 예약을 하고 9시까지 가야 해서 서둘러 집을 나서는 나에게 엽이가 하는 부탁이다. 며칠 전 서울 도착하던 날 우유를 사려고 유미네 가게 ‘쉼터’엘 들렸을 적에 유미엄마가 하던 말. “사모님 댁 세 들어오는 총각들은 왜 하나같이 착해요? 이번에 온 총각도 인사성도 너무너무 바르고 반듯해서 눈여겨봤는데요... 자기 엄마가 왔다 간 날 집 열쇠를 맡겨놓아 찾으러 왔다면서 ‘엄마가 오셨다 가셨어요.’라면서 눈물을 ‘뚝’ 흘리잖아요? 요즘 어떤 애들이 엄마에 대해 그런 애절한 정이 있겠어요. 더구나 남자애가?”
시골에서 농사를 지으며 요양보호사로 살림을 돕고 게다가 문예창작을 전공해서 글을 쓰겠노라는 배움의 정열을 불태우는 ‘귀여운 여인’ 정옥씨를 나 역시 마음으로 깊이 사랑하고 있지만, 외아들의 엄마에 대한 애절한 사랑은 정말 갸륵하다. 아침의 그 부탁을 하루 종일 기억하다 저녁에서야 정옥씨에게 전화를 했다. 미역국이라도 끓여먹었냐는 물음에, 엽이나 전화를 했지 아무도 모른다고, 시어머니는 고사하고 남편도 모른다고. 수십년 그런 대접을 받아 서운할 것도 없다고 한다. 지난 주 이미 작은 선물을 주고 온 길이어서 다시 축하를 해주며 “내게도 그런 남편 하나 있구나.” 하면서 속으로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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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스코의 팔을 끼고 종로를 걷는 길이 얼마만인가? 그의 얼굴이 환하다. 45년 전 연애시절에 내가 초동교회 주일학교 총무를 맡고 있을 적에 나를 만나러 와서 주일학교 끝나기를 기다려 함께 걸은 이후 처음일 게다. 내가 우스운 말을 할 적마다 빙그레 웃는 얼굴이 귀여워 상으로 ‘곰보냉면’에 들러 함흥냉면을 사주었다. 그가 외식을 하면서 유일하게 품목을 대는 요리가 함흥 회냉면이다. 딴 것은 품목 선택 자체를 귀찮아해서 언제나 내게 일임하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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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염 목사의 그 작은 어깨에 맨 배낭처럼 아무리 힘든 일도 져나르는 그 투지는 하느님이 찾아내서 매어주신 게 틀림없다. 이 나라에 저렇게 많은 이주여성들이 밀물처럼 밀려와서 어줍잖고 무능력하여 동포 여자 하나 못 차지하는 남정들의 옆을 건사해주게 되리라는 것을 하느님은 미리 아셨을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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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돌아오는 지하철에 잘 아는 정성수 시인의 시가 붙어 있어 반가웠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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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순란 한국신학대학 1969년도에 입학. 전) 가톨릭 우리밀 살리기 운동 공동대표 현) 이주여성인권센터 상임이사 / 두레방 상임이사 Gustavo Gutierrez의 해방신학을 번역했으며, 전 서강대 철학과 교수를 지낸 성염(보스코, 아호: 휴천)교수의 아내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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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순란 webmaster@ecumen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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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기독교에 남아 있는 일본 제국주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