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강정이야기는 진부하다 할지 모른다. 얼마 없으면 만8년을 넘게 되니, 그렇게 이야기하는 사람의 마음도 이해할 수 있을 듯하다. 그러나 다시 강정 이야기를 꺼내본다. 그 강정 이야기 속에 이미 ‘에큐메니안’ 이야기가 있기 때문이다.
 8년 전 이야기이다. 2007년 4월 어느 날, 필자는 제주 지방지의 하나인 제민일보에 [4월이 살고 있다!]라는 칼럼을 보내 놓고 있었다(그 내용 중 일부만 소개한다).

2007년 4월까지의 강정마을은 정말 그랬다. 법당도 교회도 굿당도 한 하늘을 우러르며, 강정 사람들은 모두 그 한 하늘의 식구들로 살아가고 있었다. 어쩌면 강정 사람들은 그들 자신이 알지 못하였지만, 이미 ‘에큐메니안’들이 되어 있었던 것이다. 서로 다른 모습, 서로 다른 신앙, 서로 다른 삶의 자리를 가지고 있었으나, 그들은 그저 서로 어울렸고, 그저 서로 바라보며 웃었고, 그저 서로 베풀었고, 그저 서로 하나가 되었다. 그들에게 있어서, 서로 다르지만 또한 서로 하나가 되어 살아간다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일 뿐이었다.
 그런데 바로 그 2007년 4월 강정에는, ‘자신들과 다른 생각들’은 없어져야 할 대상으로 여기는 무지막지한 ‘배타적인 생각’이 대포알처럼 벽을 뚫고 들어와서는, 강정사람들의 아름다운 공존의 울타리를 깨기 시작하였다. [해군기지 찬성]이라는 막무가내식의 배타적 생각은 그 때까지 ‘서로 다른 생각들의 함께 살기’를 너무나 자연스럽게 생각하던 강정 사람들을 당혹스럽게 만들었다. 그러나 뜻있는 몇 사람(기독교 신자들이 중심)이 그 무지막지한 힘에 굴하지 않고, ‘강정의 자연생태도 고려하지 않고 민주적 절차도 무시한 채 밀어붙이려는 해군기지 유치’에 반대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였다. 그 작은 반대의 목소리가 다양한 목소리로 활활 불타올라 어언 8년 가까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 만큼 강정 사람들의 목소리는 단순히 해군기지에 대한 반대에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생각이 함께 살 수 있는 자리를 빼앗는 그 어떤 ‘배타적인 힘’들에 대해서도 분명히 ‘NO’하는 의지를 담고 있는 것이다. 

‘해군기지 찬성’이라는 배타적 생각은 ‘해군기지 반대’라는 생각을 도저히 품어 안으려 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를 어쩔 것인가? 배타적 생각은 또 다른 배타적 생각을 만들어낸다던가? 이것은 역사가 증명하는 듯하다. 강정마을이라고 이에서 다를까? 8년 가까이 된 ‘해군기지 반대운동’은 이제 두 가지 흐름 앞에 서 있다. [해군기지 찬성 주민들]을 적으로 생각하여 그들을 품어 안을 수 없다는 ‘배타적 반대론’과, 정말 그들이 한 짓거리가 밉고 싫지만, [해군기지 찬성 주민들]도 품어 안아보자고 하는 ‘공존적 반대론’이 그것이다. 지금 강정마을은 ‘해군기지 찬성파와 해군기지 반대파’의 갈등 속에, 배타적 찬성반대파와 공존적 찬성반대파의 갈등이 내재되어 있다. 

에큐메니즘(ecumenism)이 무엇이던가? 교파가 다르더라도 나아가서 종교가 다르더라도, ‘서로 다른 생각과 서로 다른 신앙과 서로 다른 문화’를 아름답게 보며 ‘함께 살아가자’고 하는 운동이 아니겠는가? 배타적 찬성론과 배타적 반대론은 서로를 인정하지 않고 함께 살기를 거부하는, 그래서 생명이 관계적 소통 속에 생동한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는 ‘죽음의 세력들’과 같다. 그러나 공존적 찬성론과 공존적 반대론은 서로 다른 생각이지만, 서로의 잘못을 용서와 화해로 풀어가고자 하는, 그래서 생명이 서로 다른 존재들의 관계적 소통 속에서 생동한다는 것은 실천하고자 하는 ‘생명의 세력들’이다. 에큐메니안의 길이 있다면 그것은 아마 후자의 길일 것이다.
아, 강정! 어느 길을 가야 할 것인가? ‘강정 마을 안 해군관사 건설을 반대하는’ 현장을 오고가는 필자의 마음도 무겁다.

조영배(강정생명평화교회 목사, 제주대학교 교수)  bori@jeju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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