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는 힘의 사람으로 세상에 왔다. ‘힘’처럼 세상에 죄 된 것이 없음을 그는 몰랐다. 어찌 그만 일까? ‘힘’의 숭상은 인류가 타락하면서부터 빚어진 것이다. 공존, 공생, 공산의 대명(大命)을 상실하면서 시작된 것이다.

도대체  힘이란 뭘까? 어떻게 힘이라는 게 생겨났을까? 도대체 힘이란 무엇이기에 예수를 그리스도로, 하나님으로 믿는다는 기독교까지도 그 예수, 그 하나님을 ‘힘’으로 그리게 되었을까? 능력의 하나님, 만왕의 왕 예수하는 성서 속의 칭호들은 힘이요, 왕이요 하는 것들을 하나님의 역사 속에서는 수용할 수 없다는 선언이었거늘 어쩌면 그리스도의 몸이라는 교회까지도 하나님을, 그리스도를 ‘힘’으로 노래하게 된 것일까? 하나님만 힘이요, 능력이라 한 것은 인간들로 하여금 힘이요, 왕이요 하는 것들, 하는 소리를 제하라 하심에서인데 어떻게 그리스도의 몸이라면서 교회가 대량(大量·힘)을 노래할 수 있게 된 것일까? 수(數)가 은혜인가? 수(數)의 예찬, 그것은 힘자랑 아닌가? 잘 났구나. 너 한국 교회야!
‘힘’을 종교로, 지존으로 믿은 박정희. 그 박정희가 어떻게 가능했던 것일까? 그 박정희를 한국교회가 키웠다. ‘어떻게 그 박정희를 한국교회가 키웠다는 말이냐?’하는 반론에 대해서는 장(場)을 바꾸어 말하기로 하고 마(魔)의 신, ‘힘’이 어떻게 박정희를 악용했는가를 보기로 하자.
박정희는 1917년 11월 14일(음력 9월 30일) 경상북도 선산군(善山郡) 구미면(龜尾面) 상모리(上毛里)에서 태어났다. 그의 천적으로 일생을 살아가는 장준하(張俊河)는 바로 그 다음 해 1918년 8월 27일, 평북 의주군(義州郡) 고성면(古城面) 연하동(煙霞洞)에서 나는데, 박정희의 1917년에 바로 잇대어 오는 1918년의 장준하는 박정희의 발꿈치를 잡고 나온 것이었던가...

직업군인을 능가하는 박정희 총검술

참으로 박정희는 한반도족(韓半島族)으로는 돌연변이었다. 착하고 순하고 어질고, 외적들의 침입에는 죽음으로 싸워 자기 땅을 지켜내면서도 남과의 싸움질은 절대로 먼저 하는 법이 없는 족속. 세계에 없는 평화족성(平和族性)의 민족 속에 위기자(爲奇者·이상한 짓을 하는 자, 노자의 덕경 74 制惑)가 나타난 것이다. 바로 박정희 말이다. 이상한 짓이라니? 그의 무(武)의 놀음을 두고 하는 말이다. 이상하리만큼 박정희는 심심산골의 소학시절부터 <쌈질>을 즐겼다. 땅 따먹기, 땅 넓히기...

그는 구미보통학교 6년을 마치고(1932) 대구사범에 진학하게 되는데(1932), 대구사범 시절의 박정희는 사범생이라기보다는 검도수련생에 어울리는 모습을 지녀가고 있었다. 취미, 소질이 칼싸움이었다. 그의 성적표 취미란에는 아예 <검도>로 기제 되었다.
“검도에서는 전교에서 손꼽히는 勇子(용자)로서 방과 후에는 죽검을 들고 연습하는 모습을 종종 발견할 수 있었다. 평소에 학우들과 장난칠 때도 검도하는 흉내를 내어 머리를 치곤했었다. 시범 때 그가 자주 조교로 뽑혔다. 특히 총검술은 직업군인을 능가할 정도로 우수했다.”
박정희와 칼놀이는 그의 3년여의 교사 시절에도 계속된다. 아예 <전쟁놀이>이다. “박정희는 토요일 오후나 일요일에는 학생들을 불러내어 전쟁놀이를 시키곤 했다. 막대기를 주워 총으로, 칼로 사용하게 했고, 화약을 제조하여 그 사용법도 익히게 했다. 정말로 희한한 것은 학생들의 전쟁놀이에 박정희가 가르치는 군편대(軍編隊) 규칙이었다. 학생들 중 큰 키에 의젓, 탄탄, 기민한 아이들을 일본군으로, 동작이 굼뜨고 약골인 아이들은 중국군으로 편성하여 대전을 치루는데 항상 이기는 편은 일본, 지는 편은 중국으로 했다.”(조갑재, 「朴正熙의 결정적 순간들」 58쪽) 박정희는 타고난 일본인(日本人)이었다.

칼의 사람 박정희의 이야기가 또 있다. 유신통치 하에서의 이야기다. 박정희의 소년용 전기(傳記)를 준비하던 김종신 공보비서관이 대통령 박정희에게 대구사범을 사직하고 일군의 만주군관학교로 생의 노선을 바꾼 이유를 물었다.
“왜 만주에 가셨습니까?”
“긴 칼 차고 싶어서 갔지.” 박정희의 단답이었다. 박정희는 무(武)의 사람, 이 점에서 그는 하늘의 특은(?)을 입은 사람이었다!

김재규, 사살자(司殺者)의 명(命)을 받다

아, 칼의 사람 박정희! 여기 기어이 덧붙여야 할 말이 있다.
“칼을 도로 칼집에 꽂아라. 칼을 쓰는 사람은 칼로 망하는 법이다.”
그리스도께서 하신 말씀이다. 그래서 하늘은 김재규를 불렀다. 칼을 애용하는 자를 제거하기 위해서였다. 김재규는 역사의 참 큰 도구로 쓰인 사람이다.
“세상에 죽이기 하는 자가 따로 있는데, 저놈 죽이겠다고 나서는 자는 작두질도 못 배운 주제에 대목(大木)하겠다고 나서는 자와 같다. 결국 제 손 다치지 않는 자가 드물 것이다.” 한 노자의 말로 김재규를 탄해서는 안 된다.
노자가 염려하는 대로 악정배(惡政輩)를 죽이겠다고 팔 걷어붙이고 나서는 것도 턱없는 일이지만, 사살자(司殺者·하나님: 필자주)가 죽일 자를 죽인다 해도 사살자가 직접 죽이는 것이 아니고 그 살(殺·죽이는 일)을 담당할 ‘사람’을 찾아서 죽이는 것이기 때문이다. 김재규의 박정희 살(殺)은 아주 분명한 사살자(司殺者)의 명에 의한 것이다. 하나님의 뜻이었단 말이다.
대체적으로 박정희는 그의 소학교, 사범학교, 교사시절을 포함하여 일관되게 “힘의 종교를 신봉하는 광신자였다. 그의 칼 뽑아들기, 칼 쓰기, 칼 휘두르기는 다 힘의 숭상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그의 신인 힘은 끊임없이 그를 ‘힘’의 사람으로 고무하고 격려했다. 힘이 치솟도록, 힘을 쓰지 않고는 견딜 수 없도록 오도했다.

박정희 군부의 성장 토양, 한국 기독교

필자는 조금 전 박정희의 이 ‘힘’에의 예속의 거의 절대의 책임이 한국 기독교, 특히 수량(數量)을 문제 삼은 대교회에 있다고 단언했다. 적어도 1961년, 한국근대사의 반역사적인 군사 쿠데타 이후, 군부세력의 행태에 대해 한국교회는 1차적인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1961년, 박정희의 5·16 군부반란은 참과 거짓, 의와 불의의 규정이 역사적 규범에 의해서가 아닌 힘에 의해 이루어지는 것이라는 실로 참담한 논리를 수용하게 만들었다. 그런데 한국교회가 이 같은 박정희의 반성서, 반신학적인 오도(誤導)에 쌍수를 들고 연대를 한 것이다!
이제 한국교회가 할 일은 이제까지 역사의 도상에서 지켜 걸어온 전위(前衛)의 자리를 맨 손, 맨 맘, 맨 몸들의 민중들에게 내주는 일이다. 아예 그 역사의 도상에서 비켜서라는 말이 아니다. 천하의 모든 존재들이 사람이거나 짐승이거나 동물이거나 식물이거나 할 일이 있어 거기, 그렇게 있는 거라면 한국교회라서 예외겠는가? 한국교회는 그 힘을 믿는 사람, 칼을 즐기며 살아온 사람을 쌍수로 맞았다.

인민(人民; 국민이 아님)이 주권 행사로 세운 민주(民主)정부를 군화발로 짓이겼지만 누구 하나 ‘아니요’ 하는 이가 없었다. 교회는 있는데 예수는 없었고, 교인은 떼를 지어 몰려가고, 오는데 의인은 없었다.
박정희를 비롯한 군사반란의 수괴들은 “우리 군부가 궐기한 것은 현 정권과 기성 정치인에게 더 이상 국가의 운명을 맡겨둘 수 없다고 판단하고, 백천간두의 위기에서 방황하는 국가의 운명을 극복하기 위한 것”을 목적으로 한다면서 6개항의 혁명공약을 발표했지만 민주정부 수립 이후 민주당 정부는 박정희의 일부 군부세력이 쿠데타의 이유로 내세운 적어도 그 6개항에 대해서는 하나씩 하나씩 수행해가고 있는 터였다. 국가안보 문제, 사회·경제 문제, 교육 분야에 이르기까지 문제들을 하나씩 풀어가고 있었다.

<필자 소개> 문대골 * 전) 함석헌기념사업회 이사장 *한국기독교평화연구소 상임고문 *한국기독교장로회 생명교회 원로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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