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군부 독재의 서슬이 퍼렇게 살아있던 1984년. 3,40대 목회자들이 온몸으로 저항하며 결성한 전국목회자정의평화협의회(상임의장 박승렬 목사, 총무 윤병민 목사, 이하 목정평)가 창립 30주년을 맞아 이를 기념하고 축하하는 감사예배를 개최했다.

▲ 12월 1일(월) 오후 3시 기독교회관 2층 강당에서 전국목회자정의평화협의회 30주년 기념 감사예배가 열렸다. 이날 감사예배에는 세월호 희생자 유족, 이석기 내란음모사건 구속자 가족들, 쌍차노조, 기륭전자 해고노동자, 이철 전의원, 한신대 김창락 명예교수, 금영균 원로목사, 정원섭 목사, 윤문자 원로목사, 이삼열 교수, 기장 황용대 총회장 최부옥 부총회장, 목정평 증경의장인 장성용, 박덕신, 문대골, 이근복, 김병윤, 정진우, 남재영, 서일웅, 정태효 목사, 성해용 목사, 최헌국 목사, 신복현 목사, 이광일 목사 등이 함께했다.ⓒ에큐메니안 이의진 기자

12월 1일(월) 오후 3시 기독교회관 2층 조에홀에서 열린 예배는 박규용 목사(공동의장)의 인도로 시작됐다. 이 자리에는 목정평 전 의장단을 비롯한 회원들과 에큐메니칼 인사들이 함께했으며 그동안 투쟁의 현장에서 연대해온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들, 기륭전자 노동자들, 이석기 내란음모사건 구속자 가족들, 세월호 유가족 등이 함께 했다. 또한 30주년 기념 설교집 “정의 평화 교회”를 봉헌하는 시간을 갖기도 했다.

▲ 감사예배는 목정평 공동의장인 박규용 목사의 인도로 시작됐다.ⓒ에큐메니안 이의진

누가복음 1장 46-55절 본문으로 “어머니 마리아의 시국선언”이라는 제목으로 말씀을 전한 서광선 목사는 “마리아의 노래라고 알려진 오늘 본문은 예레미야, 아모스, 호세아 등 선지자들의 글을 묵상한 가운데 선포된 어머니 마리아의 시국선언문”이라며 “‘주님은 전능하신 팔을 펼치시어 마음이 교만한 자들을 흩으셨습니다.’에 등장하는 ‘교만한 자들’은 바로 고난 받는 이들의 처지에 공감 않고 눈물 흘리지 않는 목사와 정치지도자”라고 규정하며 반성과 각성을 촉구했다.

▲ "어머니 마리아의 시국선언문"이라는 제목으로 말씀을 전하는 서광선 목사(이대 명예교수)ⓒ에큐메니안 이의진

서 목사는 “성탄절 메시지는 정의와 평화이다. 이 땅에 정의와 평화의 하나님 나라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온 30년 역사를 기리고 그 투쟁이 헛되지 않기 위해 앞으로 오는 30번의 성탄절을 맞이할 때마다 어머니 마리아의 시국선언을 가슴에 새기고 정의와 평화를 소리 높여 외치며 하나님 나라 운동을 전개하기를 기원한다.”고 격려했다.

▲ 기도시간에는 각지역 고난의 현장과 투쟁의 현장을 담은 영상을 상영했다.ⓒ에큐메니안 이의진

▲ 기도를 하고 있는 한석문 목사(부산지역목정평 의장)ⓒ에큐메니안 이의진

기도를 맡은 한석문 목사(부산지역의장)는 기도에 앞서 상영된 부산의 고리원전, 대구경북의 송전탑, 전북의 농업, 대전충남의 유성기업, 인천지역의 평화통일 등 다양한 현장 활동을 공유했다. 이후 한 목사는 “지난 30년간 주께서 가라하신 그 곳에 소명을 갖고 서 있었습니다. 앞으로도 예언자로 부른 당신의 생명, 정의, 평화의 사명을 잘 감당하도록 도와 달라”고 기도했다.

▲ 찬양단 렛츠의 공연. 감사와 찬양을 드리며, 군중의 함성ⓒ에큐메니안 이의진

▲ 30주년 기념 설교집 '정의 평화 교회' 봉헌사를 하고 있는 정진우 목사(목정평 전의장)ⓒ에큐메니안

정진우 목사는 30주년 기념 설교집을 봉헌하며 “정의와 평화, 복음의 행진 30년의 역사를 담아 하나님께 바친다. 여전히 무너지고 깨진 정의와 평화의 현실로 아파하는 수많은 벗들에게도 부끄러운 마음으로 웃음으로 건네고 싶다. 40편의 설교가 실린 책을 만들며 느낀 바는 ‘언어는 결국 진실을 배반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깨달았다. 30년의 증언과 말을 넘어 몸으로 사는, 언어가 아닌 행동으로 사는 것을 다짐한다.”고 말했다.

▲ 감사예배 때 봉헌 된 30주년 기념설교집 "정의 평화 교회"ⓒ에큐메니안 이의진

▲ 목정평 공동의장 정금교(좌측에서 세번째), 박경양(좌측에서 네번째) 목사의 집례로 시작된 성찬식ⓒ에큐메니안 이의진

성찬은 정금교, 박경양 공동의장의 집례로 진행됐으며 이후 정태효, 박정범 목사가 목정평 30주년 선언문을 낭독했고 박덕신 목사의 축도로 예배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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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목정평 30주년 기념 선언문을 낭독하는 박정범(좌측), 정태효 목사ⓒ에큐메니안 이의진

▲ 감사예배 축도를 하는 박덕신 목사(목정평 전의장)ⓒ에큐메니안 이의진

▲ 2부 환영과 인사의 시간 사회를 맡은 목정평 총무 윤병민 목사ⓒ에큐메니안 이의진

2부 축하와 인사의 시간에는 목정평 총무인 윤병민 목사의 사회로 진행됐다. 먼저 목정평을 대표해 상임의장 박승렬 목사는 “우선 하나님께 감사한다. 그리고 목정평 선배, 동료 목회자들께도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또한 고난의 현장에서 연대하며 함께 싸워온 모든 분들께 감사드린다.”고 인사말을 대신했다.

▲ 2부 축하와 인사시간에 목정평을 대표해 인사말을 전하는 박승렬 상임의장ⓒ에큐메니안 이의진

▲ 김지목 목사의 축하공연ⓒ에큐메니안 이의진

이후 연대사가 이어졌다. 쌍차노조 김정우 전지부장은 “지난 대법원의 해고정당화 판결 이후 많은 이들이 좌절했지만 후대를 위해서라도 정의와 진실이 이긴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라도 투쟁하겠다.”며 목회자들을 향해 “투쟁의 현장에서 만나 이 땅의 정의를 위해 함께 싸우게 되길 바란다.”고 요청했다.
 

▲ (좌측부터) 쌍차노조 김정우 전지부장, 기륭전자노조 유흥희 분회장, 전국농민회총연맹 김영호 의장ⓒ에큐메니안 이의진

기륭전자노조 유흥희 분회장은 “오랜 투쟁 끝에 얻어낸 미완의 승리를 완성하기 위해 다시 투쟁을 시작하려 한다.”며 “목사님들이 말씀하시는 ‘정의와 평화가 강물처럼 흘러넘치는 세상’이 현실에서 실현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전국농민회총연맹 김영호 의장은 “평소 교회와 목사 욕 많이 하는데 이 자리에 서게 됐다. 지난 주 촛불교회와 오늘 예배를 보며 이런 목회자들이 밤하늘 십자가가 서 있는 곳곳에 자리했으면 하는 마음이 생겼다.”며 연대의 인사를 보냈다.

이석기 내란음모조작사건 구속자 가족 한영, 정지영 씨는 “세상 모든 사람들이 손가락질 할 때 저희를 받아주고 위로해준 분들이 여기 있는 목사님들이었고 우리가 세상에 나와 진실을 말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준 이들 역시 이분들”이라며 고마운 마음을 표했고 이 땅에 아픔이 있는 모든 이들이 사라지는 시대가 오기를 바란다고 인사했다.

▲ (좌측부터)이석기 내란음모사건 구속자 가족, 세월호 단원고 희생자 임요한 군 아버지 임온유 목사,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김영주 총무ⓒ에큐메니안 이의진

세월호 단원고 희생자 임요한 군의 아버지 임온유 목사는 “기도와 행동으로 함께 해준 목회자들께 감사한다.”면서도 온 국민에게 진실을 알리기 위해 전국으로 돌아다니는 부모들은 지금 몸과 마음이 많이 지쳐있다며 관심과 지지를 계속 이어가 주기를 호소했다.

마지막으로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김영주 총무는 30주년 축하의 메시지와 함께 현재 목정평을 비롯한 에큐메니칼 진영에 “조금의 차이를 덮고 하나로 나아가야 함에도 우리는 종종 배타적 자리에 설 때가 있는 것이 아쉽다.”고 진단했다. 아울러 이 시대 목회자운동이 잊지 말아야 될 과제는 세월호와 비정규직 노동자문제라고 제시했다.

▲ ⓒ에큐메니안 이의진

이후 윤병민 총무의 안내로 참가자들은 단체사진 촬영과 저녁식사를 함께하며 친교의 자리를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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