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2월 1일 월요일, 바람 엄청 불고 서울에는 폭설, 지리산에도 눈
“여보, 다섯 시야. 일어나서 갈 준비하셔야지.” 진이가 시집가던 날, 새벽 6시 30분 차표를 끊어 놓고 6시까지 늦잠을 자서 정신없이 차를 몰아 함양 갔던 일이 있어 보스코의 목소리에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런데도 나의 서울행 준비를 하느라, 보스코 아침상을 차리느라, 시간이 너무 빠듯하기에 차라리 수동으로 나갔다. 함양에서는 차로 7분쯤 걸리는데 우리 동네에서 가면 더 가깝다. 다른 때라면 수동, 안의, 서상으로 도는 차편은 직행보다 서울에 40여분 늦기 땜에 가능하면 안 타는데 오늘은 그런 노선이 있다는 게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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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아저씨는 “당신 한 사람 땜에 여길 들렀수다.”하는 뚱한 표정으로 저녁에 몇 시에 돌아올 거냐고 묻는다. 수동 들르는 차가 밤 9시 30분차 밖에 없어서 그걸 타야겠다니까 대뜸“수동 내리는 손님 없으면 고속도로에서 읍으로 직행해도 되니까 그냥 앞 차로 읍에 가서 수동 가는 시외버스를 타쇼. 기사 애먹이지 말고 빨랑빨랑 다니쇼.”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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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 보니 거의 다 여자목사이거나 목사사모들인 여동문 중 유일하게 개신교(改新敎)에서 구교(舊敎)로 건너간 내가 입방아에 오르기도 했다. 가톨릭저명인사 성염씨와 결혼한 게 전순란이 한신에 유일하게 공헌한 일이라는 둥, 아들을 낳아 가톨릭사제로 키워낸 게 그 다음 공적이라는 둥 모든 여자들이 깔깔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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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시 30분 함양 직행을 타고 돌아오는 길. 눈보라는 앞이 안 보일 정도로 몰아치지요, 땅은 얼어서 버스는 미끌미끌하지요, 버스 기사는 짜증을 내지요(“토끼새끼들도 아이고 이 눈 속에 뭐 찾아먹겠다고 이리도 차들 몰고 나왔노? 미친 넘들. 오늘도 조졌다조졌어”), 그래도 읍에 도착해서 거창 가는 막차를 타고 수동에 가 주차장에 세워둔 내 차를 몰고 집에 오니 10시 정각! 그 심한 눈길에도 한 시간밖에 안 늦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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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순란 한국신학대학 1969년도에 입학. 전) 가톨릭 우리밀 살리기 운동 공동대표 현) 이주여성인권센터 상임이사 / 두레방 상임이사 Gustavo Gutierrez의 해방신학을 번역했으며, 전 서강대 철학과 교수를 지낸 성염(보스코, 아호: 휴천)교수의 아내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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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기독교에 남아 있는 일본 제국주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