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두 주인을 섬기지 못한다. 한쪽을 미워하고 다른 쪽을 사랑하거나, 한쪽을 소중하게 여기고 다른 쪽을 업신여길 것이다. 너희는 하나님과 맘몬(재물)을 (아울러) 섬길 수 없다." (마6:24/눅16:13Q; 새번역)
"No one can serve two masters; for either he will hate the one and love the other, or he will be devoted to one and despise the other. You cannot serve God and wealth.(Matthew6:24; NASB)
성경에는 여러 예수말씀이 있습니다. 그러나 예수말씀이라 해서, 모두 예수의 육성이라고 볼 수는 없어요. 진정한 예수 말씀이라 볼 수 있는 것은 그중 얼마 안 되지요. 복음서에서 진정한 예수말씀으로 보이는 것 중에, 하나만 고르라고 한다면, 저는 서슴없이 본문말씀을 들겠습니다. 큐Q가 전해주고 있는 이 말씀에는 예수의 삶과 에토스가 녹아있기 있기 때문입니다. ‘한 사람이 두 주인을 섬길 수 없다. 한 쪽을 미워하고 다른 쪽을 사랑하든지, 한 쪽을 소중하게 여기고 다른 쪽을 업신여길 것이다. 너희는 하나님과 맘몬(재물)을 (아울러) 섬길 수 없다.’
누가본문에 따르면, “어느 종도 두 주인을 섬길 수 없다”라고 되어 있어요. 헌데 마태는 ‘종’을 ‘사람’으로 일반화하고 있어요. 당대 로마사회가 노예제 사회였음을 감안한다면, 누가의 표현이 진정성이 있어 보입니다. 한 종이 두 주인을 모신다는 것은 당시 로마제국의 사회제도의 관행으로 보아 있을 수 없는 일이겠지요.
본문에 나오는 아람어 맘몬mammon은 재물을 뜻합니다. 사람의 혼과 마음을 사로잡거나 매이게 만드는 일체를 일컫는 총칭어이기도 합니다. 예수의 물질관이 잘 드러나고 있는 본문말씀은 하나님과 맘몬의 기본 관계를 설명해주고 있어요.‘both A and B’가 아니라, ‘either A or B’의 관계라는 것이지요. 하나님과 맘몬은 결코 양립할 수 없으며, 선택사항이라는 것이 큐Q가 전하는 예수의 기본 입장이지요.
본문에서 하나님이라고 할 때, 하나님의 무슨 속성attribute을 암시하고 있나요? 정의입니다. 기원전 8세기 북이스라엘에서 활동했던 예언자 아모스는 “공법公法이 물같이 흐르게 하고, 공의公義를 강물처럼 흐르게 하라”고 했어요.(암5:24) 히브리어로는 미슈파트(mishpath)와 체다카(tzedakah)입니다. 미슈파트와 체데카를 왕국의 통치 이념으로 삼으라는 말이지요. 이 두 개념이 우리 성경에서 ‘공법’과 ‘공의’로 번역됐습니다.
미슈파트는 법률적 공公개념입니다. 법은 공공公共의 가치를 제도화한 것입니다. 사私가 끼어들어서는 법이라고 할 수 없어요. 공정무사公正無私함 법의 생명이지요. 법 앞에서 만인은 평등해야 합니다. 이와 달리 체다카는 사회경제적 공公개념입니다. 사회 소수자들social minority이나 주변인들marginal men도 사람다운 삶을 살 수 있도록, 그들의 인권을 보호하는 것이 체데카입니다. 일종의 경제 정의 개념이라고 볼 수 있지요. 미슈파트가 ‘재판의 공정함’(retributive Justice)이라면, 체다카는 ‘분배의 공정함’(distributive Justice)을 뜻합니다.
어느 사회를 막론하고, 법은 공정公正하고 무사無私하게 집행되어야 하고, 사회적 약자들의 인권보호를 최상의 가치로 삼아야 합니다. 법이 사유화되어 사회정의가 실종되면, 사회는 부패하고 비리가 판치게 돼 있어요. 사회정의를 근간으로 통치하는 것이 이스라엘왕국의 살 길임을 아모스는 제시하고 있습니다.
큐Q의 예수는 이러한 하나님의 정의 사상을 받아들였어요. 로마제국의 식민지배가 맘몬의 통치와 직결되어 있음을 보았던 것입니다. 맘몬이 사적私的 이익을 대변하고 있다면, 하나님은 공적公的 이익의 대변자입니다. 기독교는 원래 ‘공공의 복음’으로 출발했습니다. 로마의 맘몬주의에 의해서 하나님의 정의가 침탈당하고, 공공公共의 가치가 맘몬세력에 의해서 사유화되고 있는 현실에서, 예수는 “하나님과 맘몬을 겸하여 섬길 수 없다”고 선언합니다. 성장과 분배정의는 결코 양립될 수 없다는 의미로 번역이 가능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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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활동의 목적은 무엇입니까? 분배의 공정함을 이루는 데 있어요. 사회정의 실현이 일차적인 목표여야 합니다. 국가권력은 국민에게서 나온다고 헌법 제1조에 나오지 않나요? 국민이 위임해 준 권력이라면, 그것은 국민의 권익보호를 위해 행사되어야 할 것입니다. 기업에 의해서 사유화되어버린 국가권력, 공공의 이익이 아닌 기업의 사적 이익을 대변하는 국가권력은 국민에 의해 심판을 받고 폐기처분되어야할 것입니다.
기업 활동의 목적은 무엇인가요? 이윤의 극대화에서 찾는다면, 부분적으로 맞는 말일 것입니다. 그런데 이윤 극대화 자체가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그 다음, 무엇을 할 것인가를 반드시 물어야 합니다. 기업의 윤리 문제입니다.
이건희씨, 한 사람의 능력으로 오늘의 삼성이 존재한다고 보는 것은 잘못된 시각입니다. 삼성이 존재하기 위해서는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고 있어요. 무엇보다도 제품을 사 주는 고객이 있어야 합니다. '갤럭시'를 소비해주는 여러분이 있어 오늘의 삼성이 존재하고 있는 것이지요. 삼성전자의 연 수익이 얼마인지 아세요? 300조원이라고 해요. 삼성의 간부급 이사들이 받는 급여가 월 1억4천만원이라고 합니다. 대학교수의 20배가 넘는 액수에요. 고객인 국민을 대상으로 돈을 벌어서, 회사직원들 고액 월급 주는 것을 자랑으로 삼는다면, 기업의 사적私的 이익을 위해 편법으로 국가권력을 사유화하는데 돈을 쓴다면, 그런 반사회적反社會的인 기업은 윤리 면에서 빵점입니다. 전혀 자랑할 바가 못 됩니다. 한국사회에서 부의 쏠림 현상을 가져오는 가장 암적 존재는 무엇인가요? 재벌기업들과 이를 비호하는 정치세력입니다. 기업은 국민의 복지향상과 부의 사회적 환원에서 존재감을 찾아야 할 것입니다.
기독교의 존재이유는 무엇인가요? 맘몬과 하나님은, 결코 겸하여 섬길 수 없다는 예수말씀을 전파하는데서 찾아야 할 것입니다. 공공의 가치인 하나님의 정의를 사회화하는데서 찾아야 할 것입니다. 그것이 큐Q교회의 선교내용이었어요. 헌데 한국 개신교의 경우는 어떤가요? 하나님과 맘몬을 아울러 섬기는 것이야말로 구원받은 증거요 축복이라고 가르치고 있어요. 공공公共의 복음을 사적私的인 복음으로 변질시켜 전하고 있어요. 한국교회를 주도하고 있는 축복신학, 번영신학, 상급신학, 캘리포니아신학은 맘몬신학의 또 다른 얼굴들입니다. 이것은 예수 정신에 대한 반역입니다. 이제 한국교회는 맘몬신학의 바탕이 되고 있는 루터류의 ‘이신득의以信得義 신학’에서 벗어나 큐Q교회의 ‘하나님 정의 신학’에로 회향回向해야 할 때입니다. 교회의 도그마가 아니라 역사적 예수의 정신에 근거해서 복음의 정체성을 찾아야 할 때입니다.
하나님인가, 맘몬인가? 공적 가치인가, 사적 가치인가? 이러한 사회적 가치를 결정하는 집단은 누구입니까? 이 사회에서 특혜를 누리고 있는 엘리트집단입니다. 정치 엘리트, 경제 엘리트, 종교 엘리트입니다. 세월호 사건의 일차적 책임은 바로 엘리트집단에게 있어요. 이제 성장 일변도에서 궤도를 수정해야 합니다. 정의로운 복지사회 구현에로 사회의 방향을 틀어야 합니다. 큐Q가 전해주는 예수말씀처럼, 물질과 맘몬이 아니라, 하나님의 정의가 소통되는 사회시스템 구현을 선교의 일차적 사명으로 삼는 여러분이 되길 빕니다.
김명수(경성대명예교수,충주예함의집) kmsi@k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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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기독교에 남아 있는 일본 제국주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