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울의 마지막 편지입니다. 로마 황제 네로의 기독교 대 박해(AD 64-68) 시대였습니다. 예루살렘에서 체포되어 로마로 호송되었던 바울은 로마감옥에서 잠시 풀려났다가 네로 박해의 시작과 함께 재투옥된 상황입니다. 바울은 시시각각 다가오는 죽음의 시간을 예감하고 믿음의 아들 디모데에게 편지를 썼던 것입니다. 딤후 4:6 말씀입니다. “전제와 같이 내가 벌써 부어지고 나의 떠날 시각이 가까웠도다” 바울은 그 때 70이 다 된 노인입니다. 쑤시고 시린 곳도 많았습니다. 젊은 날의 옥살이와는 달랐습니다. 무엇보다 네로의 기독교 탄압이 이전과 차원이 다른 대박해였습니다. 바울은 시대의 겨울, 자연의 겨울, 인생의 겨울, 삼중 겨울을 맞아 디모데에게 편지를 쓴 것입니다. “너는 어서 속히 내게로 오라”(딤후4:9) “너는 겨울 전에 어서 오라”(딤후4:21) 그런데 바울이 디모데를 급하게 찾은 이유는 죽기 전에 믿음의 아들 디모데를 보고 싶은 인간적 그리움도 있었지만 박해의 한파, 영적 월동준비를 위해 그를 만나야 했기 때문입니다. 네로의 박해가 시작되자 바울과 함께 했던 많은 동역자들이 흩어지고 도망갔습니다. 초대교회와 바울 자신의 최대 위기였습니다. “데마는 이 세상을 사랑하여 나를 버리고 데살로니가로 갔고 그레스게는 갈라디아로, 디도는 달마디아로 갔고 누가만 나와 함께 있느니라”(딤후 4:10-11a) 추위와 외로움과 쓸쓸함이 묻어나는 편지입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박해시대, 믿음의 월동준비를 위한 매뉴얼이 바로 이 편지 특히 오늘 본문 속에 들어있습니다. 이것은 겨울공화국 이 시대 성도에 필요한 영적 월동준비 항목이기도 합니다. 성도 여러분, 겨울이 옵니다. 인생의 겨울, 시대의 겨울, 건강의 겨울이 옵니다. 월동준비를 해야 합니다. 오늘 본문 말씀을 통해 하나님은 우리에게 월동준비 목록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1. 마가를 데려오라

바울은 디모데에게 마가를 데리고 오라고 말합니다. 마가가 누굽니까? 마가는 바울에게는 ‘상처만 주고 떠난 사람’입니다. 바울의 1차 세계 선교 여행 때 바울과 바나바를 수행했던 인물로서 중도에 예루살렘으로 돌아갔던 인물입니다. 청년 마가에겐 그 선교여행이 힘들었겠지요. 하지만 바울은 마가의 그런 무책임한 행동이 용납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바울에게 마가는 쓸모없는 인물로 찍혔습니다. 그 만큼 실망과 상처가 컸던 것입니다. 그런데 2차 선교여행 때 마가가 다시 바울과 바나바 일행과 동행하려고 했습니다. 바울은 단호히 반대하였습니다. 그 때문에 함께 가자고 주장하는 바나바와 크게 싸우고 아예 헤어졌습니다. 마가는 바울에게 ‘함께 하고 싶지 않은 기피 인물’이었습니다. 그런데 바울이 마가를 데리고 오라고 디모데에게 편지를 합니다. 그러면서 ‘그가 나의 일에 유익하니라’고 했습니다. 20년이 지나 바울은 옥중에서 지난날을 회상할 때 마가의 일이 가시처럼 걸렸습니다. 젊은 마가의 실수를 좀 더 너그럽게 용서하지 못하고 정죄하고 내쳤던 것이 후회가 되었습니다. 마가는 마가대로 그 때의 뼈아픈 실수를 생각할 때 너무나 죄송한 마음이었습니다. 마가는 그 때의 실수를 거울삼아 자기성찰과 성장을 할 수 있었습니다. 나중에 베드로가 ‘내 아들 마가’라고 부를 정도로 초대교회의 신실한 일꾼이 됩니다(벧전5:13). 변화되고 성장한 마가의 소식을 바울은 듣고 있었습니다. 바울은 그런 소식을 들으면서 자신의 옹졸했던 과거가 더 아프게 다가왔습니다. 바울은 마가를 만나 그 마음을 전하고 용서를 빌고 싶어 마가를 데리고 오라고 디모데에게 당부했던 것입니다. 바울에겐 시간이 많지 않았습니다. 마음이 급했습니다. 무엇보다 마가에게 맡길 사명이 있었습니다. 마가는 문필과 헬라어에 능한 인재였습니다. 바울은 마가에게 하고 싶은 말이 많았습니다. 개인적 말만이 아니라 초대교회 공동체를 위한 ‘말’이었습니다. 복음서 집필에 마가가 필요했습니다. ‘그가 나의 일에 유익하니라’고 한 것은 그 사명 때문이었습니다. 결국 마가는 마가복음을 집필합니다. 전에는 도망자고 무익한 자였으나 시대의 겨울을 만난 초대교회에 가장 유익한 일꾼이 되었던 것입니다. 그러므로 바울이 ‘마가를 데려오라’고 한 것은 가장 중요한 월동준비였던 것입니다. 전해지는 말에 의하면 마가는 바울의 전갈을 듣고 서둘러 로마로 행하여 겨울 전에 바울을 만났다고 합니다. 마가는 마가대로 바울을 생각하면 자신이 저질렀던 행동이 부끄럽고 사과하고 싶었습니다. 그런 마음을 품고 있었는데 바울이 보고 싶다는 전갈을 듣고  서둘러 달려갔던 것입니다. 그런데 정작 디모데는 다른 일로 늦어져 그가 로마에 도착했을 때, 바울이 순교 당한 후였다고 합니다. 성도 여러분, 늦기 전에 만날 사람 만나야 합니다. 한해가 저물고 있습니다. 여러분 마음에 걸리는 형제가 없습니까? 여러분의 마가는 누구입니까? 겨울 전에 만나십시오. 과거 나를 화나게 하고 쓸모없다고 생각했던 사람이 사실은 ‘유익한 사람’이 되는 은혜의 비밀이 있음을 깨달으시길 바랍니다. 사랑과 화해가 최고 월동장비입니다. 남북한도 늦기 전에 화해해야 합니다. 그것이 시대의 겨울을 극복할 이 민족의 최고 월동준비입니다.

2. 겉옷을 가져오라

두 번째 월동장비는 겉옷입니다. “네가 올 때에 내가 드로아 가보의 집에 둔 겉옷을 가지고 오라”(딤후4:13) 그 겉옷은 선교여행 중 바울이 애용하던 것으로 바울은 드로아 가보의 집에 맡겨둔 채 로마로 긴급 호송되었던 것입니다. 그러면 디모데에게 왜 그 겉옷을 가져오라 했을까요? 개인 월동장비로 필요했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겉옷을 가져오라’는 말속에는 더 중요한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단순히 개인적 필요 때문이라면 거추장스럽고 무거운 겉옷을 굳이 그 멀리서 가져오라고 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요? 바로 자신의 죽음 이후 사도직을 이을 영적 지도자를 세우려는 뜻입니다. 겉옷은 영적 권위의 상징입니다.  목사 임직 때도 담임목사가 임직 받는 젊은 목사에게 가운을 입혀 줍니다. 왕상2:8-14를 보면 엘리야의 겉옷 이야기가 나옵니다. 그 겉옷은 엘리야가 그것으로 요단강을 쳤을 때 강이 갈라지는 이적이 일어났습니다. 그런데 그 겉옷을 엘리사가 물려받습니다. 엘리야가 불수레와 불말을 타고 회오리바람 속에 승천할 때 공중에서 떨어진 겉옷을 엘리사가 입습니다. 엘리사는 엘리야의 겉옷을 입고 하나님의 예언자로 많은 능력과 이적기사를 행합니다. 바울이 겉옷을 가져오라 한 것은 디모데에게 그 겉옷을 전수하여 교회 지도자로 세우려는 목적 때문이었습니다. 바울은 시대 겨울, 네로 박해로 자신을 비롯한 1세대 사도들의 순교 이후 교회를 생각했습니다. 영적 권위를 가진 새 지도자, 세우는 일이 급했습니다. 바울은 끝까지 자기 곁을 지킨 의사 누가와 함께 디모데와 마가, 이 세 사람을 새 지도자로 세우거나 사명을 주었습니다. 세 사람은 바울 순교 후 초대교회를 지키는 버팀목이 됩니다. ‘마가를 데리고 오라’ ‘겉옷을 가져오라’ 바울의 월동준비가 없었으면 불가능했을 것입니다. 그런데 그 겉옷의 권위는 엄밀하게 말하면 바울에게서 온 것이 아닙니다. 예수로부터 오는 권위입니다. 바울의 신앙 고백의 모토는 “예수 안에서”(엔 크리스토스)입니다. 바울의 진정한 영적 겉옷은 예수였습니다. 디모데게 부탁한 그 겉옷은  상징이었습니다. 우리도 그 겉옷을 입어야 합니다. “누구든지 그리스도와 합하기 위하여 세례를 받은 자는 그리스도로 옷 입었느니라”(갈3:27). “그러므로 하나님의 전신갑주를 취하라 이는 악한 날에 너희가 능히 대적하고 모든 일을 행한 후에 서기 위함이라”(엡6:13) 이 악한 시대, 겨울 공화국의 한파를 이길 월동장비입니다.
     
3. 책을 가져오라

“또 책은 특별히 가죽 종이에 쓴 것을 가져오라” 이 책이 무슨 책일까요? 바울은 가죽 종이에 많은 것을 기록해 주었습니다. 예수의 어록과 행적과 그리고 사도의 행적과 자신이 보낸 ‘바울서신’ 원본들이었습니다. 소중한 기록들이지요. 그것은 신약 성경 이전의 ‘원 신약성경’이었습니다. 바울은 자신의 갑작스런 순교로 그 소중한 기록이 없어질까 염려되었습니다. 그래서 디모데에게 그 존재를 확인시키고 그것을 가져오라 했습니다. 그것을 마가와 누가와 디모데에게 주어 새롭게 정리, 기록하게 하려 했습니다. 마가가 마가복음을, 누가가 누가복음과 사도행전을 집필하는데 ‘가죽 종이에 쓴 것’이 기초가 되었을 것입니다. 디모데도 이를 토대로 바울서신을 정리하고 보관하였을 것입니다. 그 가죽 종이에는 예수의 어록과 행적이 기록되어 있었는데 바울은 이것을 안전하게 다음 세대에 전하고 싶었습니다. 신약 성경의 집필의 원자료가 되었습니다. 시대의 겨울, 인생의 겨울을 만난 바울, 먼저 자신이 예수의 어록집에 기록된 예수님 말씀을 듣고 싶었고 또한 다음 세대에 전하고 싶었습니다. 그 가죽 종이에 쓴 것은 마가를 통해 마가복음으로 거듭났습니다. 바울의 세 번째 월동준비였습니다.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인생의 겨울이 옵니다. 그러나 겨울 월동준비를 한 사람에겐 두려울 것이 없습니다. 해가 저물고 있습니다. 겨울이 옵니다. 여러분 마음에 가시처럼 박혀 있는 ‘여러분의 마가’와 화해하십시오. 그리고 믿음의 겉옷, 예수 안에 거하십시오. 예수의 말씀을 마음에 새롭게 새기십시오. 겨울을 이길 힘이 거기 있을 것입니다. 믿으시길 바랍니다.

정상시 목사  anminlove1987@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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