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자가는 감동이다. 2000년 역사 속에서 십자가는 그리스도의 피로 구원받은 자들과 하나님 나라를 꿈꾸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이었다. 그 감동으로 고난의 삶을 힘차게 산 신앙의 선배들의 이야기는 언제 들어도 우리 가슴을 뭉클하게 만든다.

매씨 또한 십자가의 감동으로 사는 사람이다.
1990년대 나환자 마을을 순회하면서 복음을 전하기 시작한 이래로 그는 지금 까지 성령에 사로잡혀서 나환자, 고아와 노약자, 장애우들, 정신 장애인들, 에이즈 환우들을 섬기며 역동적인 삶을 살고 있다. 그는 현재 뉴델리 변두리 나자부가에서 150명이 넘는 대가족을 섬기고 있으며 다급할 때 마다 전화로 기도를 요청한다.

“누님! 양식이 3일 분밖에 남지 않았어요. 밤새워 기도하고 집을 나섰는데 막막해요.”
“누님! 노인들이 몇 분이 동시에 돌아가시고 아이들이 집단으로 독감에 걸려서 미칠 지경이요. 머리가 터질 것 같아요.”
“누님! 힌두들이 고발을 해서 감사를 받고 있어요. 복지시설 허가를 취소한다고 해요.”
“누님! 아비쉐크라는 아이가 갑자기 죽어서 검찰에게 조사를 받고 있어요.”
“누님! 새 학기가 되었는데 아이들 책과 학용품, 교복을 살 돈이 없어요.”
“누님! 그 동안 우리 아이들은 학교 수업료가 거의 면제되었는데 올해부터는 면제가 되지 않아요. 우리 아이들이 수업료를 내지 못해서 이제 시험도 못 치루고 쫓겨나게 됩니다.”

그는 세상이 버린 아이들과 쓸모없어서 산 채로 벼려진 사람들을 섬기면서 숱한 위기와 고통, 절망과 고난을 묵묵히 겪고 있다. 그는 그들과 함께 사는 것을 하나님께서 주신 축복이며 은총이고 사명이라고 한다. 그는 그가 겪는 고난과 시련들을 하나님께서 주신 자녀들을 사랑하기 때문에 겪어야 하는 아버지의 아픔으로 받고 있다. 
그는 1988년 뿌렘담애슈람을 시작한 처음부터 지금까지 나환자의 자녀들과 한 집에서 살고 있다. 그는 애슈람의 가장 오래된 건물 입구의 오른쪽 방을 숙소로 사용하는데 그의 방이라고 해서 더 크거나 깨끗하지도 않다. 책상과 의자 그리고 사무집기가 더 있을 뿐이다.
그는 부인이 살아 있는 동안에도 그 방을 사용하였고 식사를 따로 하지 않았으며 큰 아들과 딸을 아이들 속에 두어서 미감아들과 한 가지로 키웠다. 학교도 같은 학교로 보냈고 의식주에 차별을 두지 않았다. 부인이 소천을 한 후에 그는 지적 장애아인 아들로 인하여 많은 고뇌를 겪었으며 지금은 아들을 외가로 보내서 보살피고 있다.
그는 출생 후 버려진 아기들과 성폭행을 당한 여성들에게서 태어난 아기들을 자기 이름으로 출생신고를 해서 실제로 법적으로 수많은 아이들의 아버지가 이며 그런 상황에 감사한다.
그는 때를 얻든지 못 얻든지 뿌렘담 애슈람(사랑의 집) 이야기를 하면서 자기를 써주시는 하나님의 살아계심과 십자가의 복음을 증언한다.
그는 절망스런 상황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믿음으로 기다리며 응답이 올 때 까지 끈질기게 구하고 찾고 두드린다. 그는 처음 나환자 사역을 시작하면서 서원한대로 하나님의 영광을 돌리고자 크리스천 속에서 모금을 하며 크리스천인 것을 숨기지 않고 드러내며 새벽부터 밤늦게 까지 예배와 신앙지도, 사무행정 처리와 교육, 아이들의 건강관리와 건물 관리 및 모금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2014년은 나에게 딴지를 걸며 터프하게 다가왔다. 나 자신을 겨우 추스르며 길을 가늠하며 뱡향 설정의 문제로 고뇌하며 주야로 울부짖고 있을 때, 그는 15살의 아비쉐크가 죽은 문제로 검찰에 출두해서 곤욕을 치루고 있었다. 그의 전화를 받고 두 차례나 델리로 가서 그를 만났고 그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그가 받고 있는 스트레스와 고통이 우주의 무게임을 느꼈다.

“매씨 내가 나를 팔아서 줄 수 있으면 주겠다. 그러나 그렇게는 하지 못하니 기도하자.”

8월에 첸나이를 방문한 그가 절박하게 아이들의 수업료와 양식 걱정을 했다. 두 가지는 한 번의 나눔으로 해결되는 것도 아니고 “사랑의 집”이 계속되는 한 계속 나누어야 되는 것이어서 절박한 느낌이 들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누구에게 도움을 요청해야 좋을지 생각이 떠오르지 않아서 마음만 무거웠다. 참으로 고맙게도 아비쉐크로 인한 고발의 문제는 주변의 많은 분들의 증언으로 무사히 해결되었으며 덕분에 많은 상담사들이 고아원에 정기적으로 근무를 하게 되었고 사회복지시설 허가가 취소될 위기에 있었지만 그 것 또한 사람들의 도움으로 기간이 연장되었다고 하였다. 발등에 떨어진 큰 불을 껐으므로 나는 그의 요청대로 그의 한국 방문을 추진하였다.
그는 한국에 도착한 첫 날 서울 남현동에 사시는 김권사님 댁에 머물렀다. 나는 그에게 인도의 일과 고아원 일은 다 잊어버리고 편안히 쉬라고 권하였다. 그러나 그의 마음은 쉬지 못하였다.

▲ 첸나이 양로원 방문 / 사진제공 이옥희 선교사

“누님, 우리 아이들 수업료 최종 납부기한이 10월 초인데 아직도 못 냈어요. 30여명의 아이들이 무더기로 학업을 중단하게 되니 잠이 안와요.”
“ 아직도 해결이 되지 않았어.”
“예, 양식문제만 불을 끄고 나왔어요.”

그는 긴 여행의 피로도 잊은 채 김권사님과 그의 딸 새봄에게 틈틈이 누에고치가 실을 토해내듯이 애슈람의 이야기와 자기의 삶의 스토리와 소명을 이야기 하였다.
충북의대 교수님들과 함께 식사하는 중에도 애슈람 이야기와 자기의 사역을 쉬지 않고 소개하였다.

자녀들의 학비문제로 가슴 아파하는 절박한 아버지의 심정이 내 마음을 흔들었다. 300만원에 30여명의 아이들의 운명이 달려 있다는 생각에 눈물이 났다. 나는 하나님께 기도를 드렸다.
“하나님 300만원을 자녀들을 위해서 예비하신 줄로 믿습니다. 토요일 저녁까지 응답이 오지 않으면 제가 마련하겠습니다. 그러나 하나님 가능하면 다른 사람들을 통하여 공급해 주십시요. 비즈니스 선교 준비 때문에 제 마음이 분주합니다.”

나는 그가 상처를 받지 않도록 뭔가 계획을 세워야겠다는 절박감에 사로잡혔다. 그리고 그의 한국 방문일정 중에 어디에서든지 기적이 일어나길 빌었다. 기적이 일어나지 않으면 내가 기적을 만들어야 한다는 강한 감동에 휩싸였다.

매씨는 뉴델리 나환자마을 의료선교에 참여했던 비전아시아 선교회 소속의 의사들을 만나고 싶어 하였다. 모두를 만나기에는 일정이 짧아서 부선생님을 뵙고 청주 우선생님 댁에서 쉬며 의대를 방문하고 광주로 가서 김성룡목사님께서 시무하고 계신 고백교회에 머물기로 하였다.
고백교회는 99년부터 지금까지 “사랑의 집”아이들의 영어교육비 기타 등등을 후원해주신 까닭에 매씨가 가장 방문하고 싶어 하는 곳이었다. 광주에 도착한 다음 날, 목사님의 배려와 교우님들의 환대로 다원을 비롯해서 광주시내에 있는 몇 개의 사회복지시설을 방문하였다. 그날 저녁식사를 교회에서 환영만찬으로 나눈 뒤에 숙소로 돌아왔다.
다음 날 매씨와 헤어져서 목포로 가야하는 상황에서 나는 3000달러를 마련할 일에 골몰하지 않을 수 없었다. 여러 가지 아이디어를 떠올렸지만 3000달러를 내 몫으로 받고 후원금으로 지원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무실의 홍전도사님을 통해서 공항에서 전달을 하도록 하든지 아니면 권사님께 부탁을 하든지 하기로 생각을 정리하고 전화기를 무심코 체크하였다. 화면에 떠있는 김목사님의 전화를 확인하고 통화를 시도하였다. 이내 전화를 받으신 목사님께서 나에게 물으셨다.

▲ 두으르 마을에서 만난 환자분 / 사진제공 이옥희 선교사

“우리가 3,000불을 헌금하려고 하는데 어떻게 드리는 것이 좋을까? 현금이 좋을까? 여행자 수표가 좋을까?”

내 귀는 의심을 했지만 마음이 감동으로 떨고 있었다.

“아, 주님께서 준비하셨군요. 매씨의 자녀들을 사랑하는 애틋하고 절박한 마음에 주님도 감동이 되셨군요. 주님, 감사합니다.”

매씨는 아이들의 수업료를 내고 너무 행복해서 비명을 질렀다.
“나의 잔이 넘치나이다!”
누가 고아들, 미감아들, 에이즈 환자들, 자폐아들, 지진아들의 아버지이고 싶겠는가!
매씨는 오늘도 그들의 밥으로서 살고 있다.
그는 하늘과 땅을 감동시킨다.
그는 감동이다.

이옥희 선교사  yiso57@hanmail.net

<저작권자 © 에큐메니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