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경제부총리 최경환. 한국 정치가 중 대표적인 친대기업주의자, 시장주의자, '임금인상=국가붕괴'론자다. 물론 새누리당의 정치가들은 거의 다 친대기업주의자이지만 그들은 별다른 자신의 이론도 없이 그저 대기업이 좋고 부자가 좋고 또 임금 올리는 것은 무조건 반대 대상으로 단순하게 생각하고 있는 반면, 그는 주류경제학에 입각한 '자유주의적' 이론을 바탕으로 하여 이른바 '수구' 경제론을 꽤 체계적으로 주장해왔다. 그러니까 소위 '후루꾸' 우파 경제통은 아니라는 말이지. 

그런 그가 '가계소득 증대'니 '비정규직 문제 해결'이니 하는 소위 우리 진보진영의 용어들을 빌려 쓰며 '수출'이 아닌 '소득'이 주도하는 경제성장론을 청문회 내내 강조했다. 이 양반이 하느님으로부터 무슨 은혜를 받고 회개했는지 갑자기 '착한경제'를 강조했다. 하느님 안에서 '변화'하여 대표적인 친대기업주의자인 그가 갑자기 '가계소득 증대 방안'을 내놓았다. 
 
이 양반의 '변화'가 하도 수상해서, 그가 청문회에서 향후 나라경제 운영과 관련된 거의 모든 발언들을 다 들여다보았다. 아니나 다를까 그가 말하는 '가계소득 증대'에는 구체적인 방안이 전무하다. 추상적인 얘기들뿐이다. 역시 경제부총리 지위 달기 위한 언론 플레이에 불과했다. 노동자의 임금은 어떻게 올릴 것인지, 비정규직 고용을 어떻게 정규직화할 것인지, 국민의 주거비 부담은 어떻게 경감할 것인지, 즉 '무엇을 할 것인가' 이전에 '어떻게 할 것인가'가 전혀 보이지 않았다.

특히 서민과 노동자를 위하는 '착한경제'를 해보겠다는 사람이 부동산 경기를 자극시켜 경제를 활성화시켜야 한다는 부동산 소유자 또는 부동산 부자들을 위한 정책 기조만큼은 청문회에서도 자신의 가보를 지키듯이 지켜내고자 했다. 또 최근 이를 향후 경제팀 운영의 있어 가장 중요한 정책기조로 설정했다. 부동산 금융규제를 완화하여 아파트 값을 올리겠다는 것인데, 이렇게 부동산 경기를 자극시키면 국민의 소득이 증대한다고 믿는 것일까? 아니면 실은 이 부동산 경기 부양정책이 그의 경제정책의 핵심이고 위의 '착한경제'는 소위 ‘쯔끼다시’에 불과한 것일까? 나는 이 양반이 후자의 입장에 서 있다고 생각한다.

최경환이 임금도 올리고 고용도 안정화시켜 소득이 주도하는 경제를 구축하겠다는 것과 아파트 값 올리고 아파트 매매 거래를 활성화시키는 것을 동시에 하는 건 불가능하다. 토지+자유연구소의 최근 연구결과에 의하면, 현재 우리나라 부동산 시장 상황은 최경환이 혈안이 되어 있는 부동산금융 규제완화를 강행한다 하더라도 국민들이 대출을 더 받아 주택 구매를 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임을 지적하고 있다.

즉 독자 여러분들 중 많은 분들이 부동산 대출규제가 완화되어 은행에 가서 쉽게 부동산 대출을 받아 아파트를 구입했다 하더라도 즉 아파트를 구입하는 사람들이 늘어난다 하더라도, 임금 인상, 고용 안정화, 복지 증대를 통해 독자 여러분들의 소득은 늘지 않고 부동산 대출에 따르는 이자 부담만 늘어 가면 결국 독자 여러분들의 가처분소득은 더욱 줄어들게 되어 있는 것 아닌가.

결국 최경환이 '착한경제'를 운운하면서 부동산 경기 부양에 뜻을 버리지 않고 있고 또 구체적인 임금 인상, 고용 안정화 방안을 제시하지 않는 것은 가계소득 증대 방안을 슬쩍 내밀어 자기 자신도 총리 자리에 앉고 향후 경제정책은 부동산 중심으로 가겠다는 것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다. 명백한 대국민 사기이다.

결국, 그가 '부동산 경기 활성화' 정책을 운운할 때 그의 다른 입으로 얘기하는 '착한경제'는 논리적으로 불가능한 거짓말이었음을 알아차렸어야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야당은 이에 대한 제대로 된 지적은커녕, 전혀 예상하지 못한 '착한경제'를 그가 내놓자 야당은 그의 그러한 파격적인 '변화'에 매료되어 그 제안을 보다 비판적으로 또 보다 구체적으로 따지지 못했다. 야당에겐 경제이론적 관점도 부족했을 뿐만 아니라 지금 이 무능한 집권여당과 싸우기 위해 갖춰야 하는 집요함도 부족했다. 

해서, 최경환 경제부총리의 등장은 한국경제에 관한 토론에서 야당이 '순진하게' 패배했음을 의미한다. 야당과 국민들이 그리고 내가 간과했던, 부동산 경기 부양하는 것과 국민 소득을 올리는 것 간에 존재하는 이른바 '트레이드 오프(trade-off)'는 결국 최경환이 내놓은 '가계소득 증대방안'의 허구성과 부실함을 의미한다.

야당은 지금 당장이라도 임금 인상, 고용 안정화, 복지 증대와 같은 진정으로 우리 국민의 소득을 높일 수 있는 구체적인 정책을 내놓아야 한다. 야당이 최경환의 '가계소득 증대방안'의 부실함을 채우는 것은 정부의 부동산 경기 부양 정책을 제대로 견제할 수 있게 할 뿐만 아니라 국민의 야당에 대한 불신을 해소시켜 줄 것이다.

양준호 교수(인천대 경제학과)

양준호 교수  junho@incheon.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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