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를 겪으면서 국민의 일각에서는 국가개조론이 불거져 나왔다. 관료주의의 폐해와 부정부패가 난무하여 안전수칙을 지키지 않고 안전시설을 점검도 하지 않았음이 드러났다. 거기에 부정부패가 개입되었다고들 느낀다. 구조작업도 실패하였는데 그 실패에는 무언가 석연치 않은 외부의 개입이 있었다는 의혹이 제기되었다. 참사의 원인을 규명하라는 외침이 유가족에서부터 울려나오고 점점 온누리에 함성으로 커져가고 있다.

요즈음에는 국정원이 세월호 참사에서 무슨 역할을 했는지를 밝혀야한다는 의혹이 일어난다. 국정원은 국가를 보위한다는 명분을 쥐고 있기에 그 동안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둘렀다.  간첩조작 사건을 만들어내기도 하고 선거나 국내정치에 개입하기도 하였다. 세월호 참사가 터질 즈음에 국정원 개혁의 문제가 큰 쟁점이 되고 있었다. 국정원에 대한 세인의 비난이 드세게 일고 있었는데 세월호 참사로 인해서 그 쟁점은 잠잠해졌다. 그 때문에 세월호 참사와 국정원의 관계를 질문하는 사람들이 점점 더 늘어가고 있다. 국정원을 정당화하는 ‘국가보위’가 무엇이기에 무소불위의 권력이 생겨났는가? ‘도대체 국가란 무엇인가?’라는 의문이 떠오른다.

세월호 참사를 당하여서 국가의 역할과 국가의 본질에 대한 인문학의 논의가 펼쳐졌다. 그 논의들은 이윽고 국가개조론 쪽으로 쏠렸다. 기독교계의 지성들도 교회의 사회참여로 국가를 개조해야 한다는 여론을 형성하였다. 교회가 참된 권력을 창출하기 위하여 정치에 참여해야 한다는 소리가 드높아졌다. 타락한 국가의 권력에 협력하는 대형교회는 개혁되어야 마땅하다는 자성의 소리도 드높다. 국가개조론에 대한 교회의 입장은 어떻게 정립해야 할까? 국가에 대한 성서의 가르침은 무엇인가?

성서는 국가의 존재를 완전히 부정한다. 성서는 국가를 폭력의 산물로 간주한다. 가인이 아벨을 죽이고 세운 에녹 도성이 국가의 모체였다(창4:17). 폭력을 휘두르는 용사들이 도시들을 세우고 그 도시들의 연맹으로써 국가가 탄생했다(창10:10). 성서는 국가의 권력 문제를 창세기 1~11장의 서론부분(원역사)에서 뜨거운 쟁점으로 제기하고 있다. 성서는 국가의 권력으로는 에덴동산으로 돌아갈 수 없음을 처음부터 끝까지 가르치고 있다.

구약성서는 국가의 대안으로서 하나님의 나라를 제시하고 하나님의 나라를 이룰 백성으로서 이스라엘을 택하여 계약을 맺으셨다. 이에 예수님께서도 ‘하나님의 나라가 가까웠다. 회개하고 복음을 믿으라’고 외쳤다(막1:15). 예레미야와 에스겔과 같은 예언자들도 국가를 철저히 부정하였다(렘8:18~9:1). 국가는 없어져야할 악의 실체다. 하나님은 국가가 없이도 일하신다. 국가가 하나님나라를 대적하고 있다(존브라이트, 『하나님의 나라』, 컨콜디아, p. 148). 직업예언가들이 국가의 구원과 번영을 외쳐댔지만 다 거짓으로 판명되었다. 예루살렘의 구원을 외쳐댔지만 역사는 처참한 국가의 멸망을 보여주었다. 시온성은 586년에 초토화되고 말았다.  

대한민국이라는 국가가 무서운 구조악에 빠져 있음을 세월호 참사가 보여주었다. 세월호 참사의 충격에서 채 벗어나기도 전에 여기저기서 대형화재와 폭발물 사고가 잇따랐다. 또 군대에서는 군인이 총기를 난사하여 여러 명이 죽었다. 얼마 전에는 체육관이 무너져서 많은 학생들이 참사를 당했다. 이 모든 참사들을 겪으면서 국가라는 구조악의 문제가 심각한 문제임을 서서히 알게 되었다.

세계를 살펴보자. 일본에 쯔나미가 덮쳐 원자로가 터졌다. 온 토지와 바다가 피폭되었다. 우리나라의 원자로도 심각한 문제인데도 정부는 쉬쉬하고 있다. 팔레스타인 상황이 악화되고 있다. 하마스가 이스라엘 청소년들을 납치해서 죽였기 때문에 이스라엘이 가자 지구에 대대적인 보복의 공습을 감행하고 있다. 하마스의 요원을 맏아들로 둔 가족 8명이 몽땅 피폭당하여 몰살하였다. 하마스도 대응으로 미사일을 발사하여 이스라엘 국민도 공포에 떨고 있다. 이스라엘의 민간이 폭격이 세계여론의 비난을 받고 있다.

동북아시아에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일본이 재무장하고 전쟁을 도발할 가능성을 합법화했다. 이에 주변의 한국과 중국이 긴장하고 있다. 중국과 일본의 군비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미국의 메가톤급 원자력 항공모함이 한반도에 접근해오자 북한이 미사일을 쏘아대는 등 예민한 반응을 보인다. 게다가 우크라이나 상공을 지나던 말레이시아 항공이 친러시아 군대의 오인으로 인하여 미사일에 피격을 당했다. 승객 300여명이 공중에서 몰살하였다. 러시아와 미국의 갈등이 빚어낸 사건이다. 얼마 전에 중국으로 향하던 말레이시아 항공기가 실종된 적도 있다. 국가들이 안과 밖에서 뿜어내는 갈등으로 온 창조계가 폭력의 도가니로 휩싸여 있다.

성서가 이 문제를 제기한다. 네필림들이 세상을 지배하자 ‘세상은 하느님 앞에 타락해 있었다. 세상은 폭력으로 가득 차 있었다’(창6:11). 아브라함 시대에도 온 세상의 국가들은 전쟁의 도가니에 휩싸여 있었다(창14:2). 예레미야의 경우를 살펴보자. 예레미야는 폭력과 전쟁으로 어지러운 세상을 살았다. 그 와중에서 성도 개개인은 고요한 영성을 유지할 것을 예언자는 권고하였다. 반면에 개인들을 억압하는 권력자들의 양심을 향하여 심판의 예언을 선포하였다. 예수님도 심령의 변화를 받아 회개하고 하나님의 나라를 영접할 것을 촉구하였다. 이것은 국가개조론이 아니다. 하나님의 나라는 현실 국가의 대안으로 선포되었다. 국가에 의존하지 말고 하나님나라를 세워나가라는 회개의 부름이 예언자의 선포이다. 하나님의 나라에로 부르는 회개는 세상의 국가를 해체하거나 폐기하라는 요구이며 그 대안으로서 하나님의 통치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라는 권고다.

성서에 등장하는 국가권력자들은 하나같이 회개하지 않는 특징을 보여준다. 세월호 유가족이 특별법을 제정하자고 제안하였다. 이 제안은 다 같이 회개하자는 울림이다. 완고한 권력자들은 회개의 요구를 거부한다. 국가의 엘리트 그룹이 송두리째 타락해 있음은 공직자의 선정을 위한 청문회를 통과할 수 있는 인물이 없다는 것으로 입증되었다.

국가의 권력에 기생하고 협력하는 교회들이 있다. 죄악덩어리로 부패한 국가를 번영과 풍요의 기복신앙으로 받드는 교회들이다. 애국심이란 이름으로 복음을 변질시킴으로써 참된 신앙은 퇴색하고 광신도들이 설친다. 이들 광신도들이 WCC를 반대하고, 차별금지법을 저지하고, 카톨릭과 대화를 추진하는 NCC의 신앙직제위원회의 활동을 정죄하며, 또 세월호 유가족의 특별법 제정 요구를 반대하고 나선다. 인도에 있는 불교성지에 가서 땅밟기를 행한다. 이러한 광신도들도 한국교회에 있다. 거짓목사들이 교회 안에 광신도의 가리지를 뿌려놓았기 때문이다. 최근에 대형교회의 재정장로가 자살함으로써 교회가 비자금을 관리한다는 의혹이 불거지고 있다. 세속주의와 우상숭배가 교회 안에서 판을 치고 있는 증거다.

교회는 세속국가를 본받을 것이 아니다. 오히려 대형의 국가를 해체하고 작은 교회공동체들을 수십만 개 세워야 한다. 국가를 닮은 대형교회는 하나님나라가 될 수 없다. 세상을 이기는 작은 공동체로 교회가 셀 수도 없이 많이 세워져야 한다. 성서는 하나님의 백성 공동체를 세워서 온 세상의 죄를 예수의 보혈로 다 덮을 것을 명령한다. 예수의 사랑으로 온 세상을 덮기 위하여 사랑으로만 살아가는 교회 공동체들이 수백만 개 설립되어야 한다. 사랑이 국가의 권력을 대체할 때 인류의 미래에 희망이 있다. 그런데 교회가 대형권력체가 되면 모두 망한다. 교회가 성서 속으로 긴 순례의 길을 멈추지 말아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회개하고 성서로 돌아가자. 그래야 산다.

이영재 목사 (Ph.D., 전주화평교회/전주성경학당/CBS성서학당)

이영재 목사  rheeyjae2005@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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