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 2014년 4월 16일은 어떤 의미일까요?
너무나 충격적인 참사의 날? 어떤 이들에게는 조금 특별한 교통사고 발생일? 혹은 너무나 거대한 무엇인가에 의한 학살?

저는 안산시에 위치하고 있는 복지관에서 근무하고 있는 사회복지사입니다. 세월호 참사 당일, 함께 일하시는 분(희생자 학부모)께서 학교로부터 연락을 받고 황급히 단원고로 가시고 나서 우리 직원들 모두는 한 순간도 뉴스에서 눈을 떼지 못했습니다.

‘전원 구조래요. 이제 마음 놓으시고, 놀란 아이 잘 데리고 올라 오세요.’ 저희가 보낸 문자의 내용이었습니다.

그러나...

이상했습니다. 저렇게 큰 배가 기울어져 있는데 구명벌(구명 뗏목) 하나 바다에 떠 있지도 않았습니다. 뭔가 불길했습니다. 그 불길함은 그리 오래 가지 않았지요. 정말 뭐라고 할 수 없을 큰 충격이었습니다. 머리가 하얗게 된다는 말이 이런 거구나. 부모님들은 어쩌지?

안산에서는 그 날 밤부터 촛불 기도회를 열었습니다. 삼삼오오 함께 모여 촛불을 들었습니다. 무사히 가족들에게 돌아오기를 기원했습니다. 그러나, 하루, 이틀, 삼일...  30일, 50일...

저희는 목 놓아 부르짖고, 신에게 애원하기도 했습니다. 어떻게든 가족(실종자, 희생자 가족)분들의 뜻과 보폭에 관심을 갖고 함께 하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처음에는 다양한 말들을 들었습니다. 정부와 국가권력이 제 역할을 하지 않고 포기하고 방치해서 생긴 일에 너무나 조용히 대응하는 것은 아니냐고. 너무 추모만 하고 있지 않느냐고. 힘이 들었습니다. 사고 이후 40-50여 일 안산 시민촛불을 진행하면서 너무나 많은 말들을 들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믿고 있는 것이 있었습니다. 가족분들의 판단이 더 우선이고, 그 분들은 더 신중하고 현명하시다고. 그리고 실제로 그랬습니다. 주위의 많은 의견과 말들에도 불구하고, 중심을 지켜 제대로 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이 우선이라고 말을 해 주셨습니다. 서울을 중심으로 한 촛불집회와 안산에서 대규모 촛불집회 때, 사람들은 참 많이 모여 주셨습니다. 하지만, 제 각각의 주장과 구호를 외치기에 열중이신 분들이 다소 있었습니다. 안산 사람들은 많이 불편했습니다.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이 정권퇴진과 대통령 하야인지...

아직도 찬 바다 속에서 구조자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는 분들이 있는데...  그리고 세월호 반사이익을 챙기는 정치인들도 있었을 것이고, 자신들의 정치적 구호를 우선적으로 외치는 분들도 많았고, 처음부터 이런 일에 왜들 이렇게 부화뇌동 하느냐는, 그리고 국가가 무슨 죄냐 그러는 분들, 촛불만 들었다 하면 좌익 용공 떠드는 분들.

그렇게 처음에는 많은 의견과 주장 때문에 힘이 더 들었습니다. 과정을 찾아가는 길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럴 수 있겠다 했지만, 결과적으로는 더 혼란스럽게 하고 힘을 집중하지 못한 일이 되고 말았습니다. 그러나 근래에 와서는 가족대책위도 체계를 갖추고 하나의 목소리와 힘을 내고 계십니다. 그 주변을 지키고 함께 해 드리는 분들도 그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습니다. 여전히 잡음은 많지만, 그래도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싶습니다.

안산의 많은 시민들과 시민단체, 사회복지인들은 지금도 그 분들의 손과 발이 되고자 밤낮 없이 뛰어 다닙니다. 뭔가 딴 마음이 있었다면 이렇게 할 수 있을까요? 저는 근래의 상황을 보면서, 여전히 절망적이고 패배적인 마음이 들긴 합니다만 정말 거대한 기적을 보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듭니다.

‘우리 아이의 죽음으로 이 세상이 더 나은 세상이 된다면 더 바랄 것이 없어요.’라고 하시던 유가족 분의 말씀이 저와 저희 모두를 다시 일어서게 하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진실이 살아있고 사람이 소중한 안전한 대한민국을 위한 그 한 마음으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함께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을 보며 정말 감동스럽고 경외심마저 느낍니다.

아직 임시회기가 남았습니다만, 여전히 정치인들의 손에만 맡길 수 없습니다. 이제 우리가 더 목소리를 내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안산의 사회복지사들은 ‘집회’의 ‘ㅈ’자도 모르지만, 자정을 넘기도록 비 맞으며 가족들과 함께 하려고 서울까지 왔다 갔다 합니다. 왜 그렇게 하겠습니까? 사람이 사람답게 살아가고 존중받는 세상에 대한 신념. 그 한 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우는 자와 함께 울라’는 말씀처럼 사고 초기부터 함께 울며 함께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 시대는 ‘가만히 있으라’고 합니다. 거대한 그 무엇인가가 더 이상 다가오지 말라고 합니다. 급기야 유가족 분들이 농성하고 있는 광화문에 거대한 차벽이 다시 세워졌습니다. 높은 성벽입니다. 그 성벽 너머에는 어떤 세상이 있길래... 그 높은 성벽을 여리고성(정복 전쟁을 미화시키는 것은 아닙니다.)처럼 무너뜨려야 할 때입니다. 칼과 창이 아니라 모두 모여서 함께할 때, 그 높은 성벽은 한 순간에 무너지리라 생각합니다.

‘여호와께서 내게 기름을 부으사 가난한 자에게 아름다운 소식을 전하게 하려 하심이라 나를 보내사 마음이 상한 자를 고치며 포로된 자에게 자유를, 갇힌 자에게 놓임을 선포하며...
모든 슬픈 자를 위로하되.. 슬퍼하는 자에게 화관을 주어 그 재를 대신하며 기쁨의 기름으로 그 슬픔을 대신하며..’ (사 61:1-3)
하나(느)님을 믿는 자들은 공의를 위하여 ‘나 여기 있나이다.’ 고백할 때입니다. 그 기적을 믿는다면 함께 해 주세요. 그리고 고백을 실천해 주시기 바랍니다.

유가족 참여 특별법 제정 !!   수사권 기소권 보장 !!  안전한 대한민국 건설 !!

이제 여러분들에게 맡겨졌습니다. 작건 크건 그 ‘무엇’인가를 해주세요.
바로 여러분들의 일입니다.

* 이재홍 한신대 신학과 졸업, 한신대 사회복지실천대학원 졸업, 현재 안산시 단원구노인복지관 부장

이재홍(안산 단원구 노인복지관 부장)  corona915@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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