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법부에서 법을 만들지만, 그 법의 의미를 구체적 사건에서 밝혀 법에 생명력을 불어넣음으로써 비로소 법이 국민생활에 살아 적용되기 시작하는 것은 바로 사법부를 통해서다. 그 사법의 최종 판단권이 대법원에 있는 것이다.

대법원은 최종심으로서 국민의 인권을 보장하는 최후의 보루이자, 구체적 사건을 통해 정책 판단을 내림으로써 우리 사회가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는 막중한 역할을 한다” - 임지봉 서강대 법학교수(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실행위원)

대법관 5명이 오는 7월 퇴임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는 29일 ‘민주화운동 기념 사업회’ 교육장에서 ‘2006년 대법관 임명제청, 무엇을 중시해야 하나’라는 제목의 토론회를 열어 ‘사법부의 변화와 개혁’을 촉구했다.

▲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가 29일 민주화운동 기념사업회에서 토론회를 열어 대법관 임명제청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 참여연대

임지봉 교수는 <우리는 이런 대법관들을 원한다!>는 주제발표에서 “‘대법원 인적 구성의 다양화’는 ‘대법관 출신 직역의 다양화’가 아닌‘대법관 성향의 다양화’를 통해 달성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임지봉 교수는 바람직한 대법관 인선 기준으로 ▲국민의 기본권 보호와 사회적 약자 보호에 충실할 것 ▲사법부 변화를 이끌 수 있는 개방적인 태도와 합리적 식견을 갖췄을 것 ▲법관 내부 서열에 따른 임명제청 관행을 뛰어넘을 것 등을 제시했다.

“대법원, ‘직역’아닌 ‘성향’의 다양화 이뤄야”

임지봉 교수는 ‘법원조직법’과 ‘민사소송법’ 개정으로 빠르면, 내년 2007년부터 ‘고등법원 상고부’가 각 고등법원에 설치될 것을 거론하며, “대법원이 정책판단이 필요한 소수의 사건에만 집중할 수 있게 된다면 대법관 인선 기준과 방향은 분명 과거와 확연히 달라야 한다”고 밝혔다.

‘고등법원 상고부’가 설치되면 일 년에 18,000건에 이르는 상고사건의 대부분을 각 고등법원에서 처리하고, 대법원은 ’정책판단이 필요한 주요사건‘에 집중할 수 있게 돼 법률심만 전담하게 되는 ’정책법원의 역할‘을 하게 되는 것으로 굳이 대법관 인선기준에서 재판실무능력을 필요이상으로 강조할 필요가 없다는 지적이다.

임 교수는 “‘출신 직역’ 중심의 대법관 인선은 ‘대법원 인적 구성의 다양화’라는 본래 의도를 벗어나 왜곡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며 “지금처럼 전체 대법관 중 검사 출신 1인이라는 식으로 ‘검사직역’ 자체가 자동으로 대법관 자리 하나가 할당되는 방식이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최근 새만금 사건에서 소수의견이 2명뿐이었음을 거론하며, “대부분 대법관들은 아직도 ‘변화’보다 ‘법적 안정성’의 미명으로 ‘기존 법질서 고수’에 무게를 싣는 보수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12명의 대법관 임명 제청권을 가진 대법원장은 다종다양한 배경을 지닌 인사들을 대법관 후보로 제청함으로써, 국민 각계각층의 다양한 이익과 의사를 대법원 판결에 두루 담아낼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법개혁위원회도 지난 2004년 6월 이와 관련, “대법원은 최고사법기관으로서 법률심의 성격을 더 강화하고 사회의 다양한 가치관을 충분히 반영할 수 있어야 하고, 이를 위해 대법관의 구성은 경력, 성별, 가치관 등 여러 측면에서 더 다양화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힌 바 있다.

대법관 인선에 대한 시민단체 추천·기준제시, 사법의 독립 침해 아니다

토론자로 나선 장주영 변호사(민주화를위한 변호사모임 전 사무총장)는 시민단체의 추천이나 기준제시가 사법의 독립을 침해한다는 지적에 대해, “사법부의 독립성은 재판과정과 결과의 독립성을 뜻하는 것이지 최고법원인 대법원 구성과정이 폐쇄적이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이어 김기덕 변호사(민주노총 금속산업연맹법률원장)는 ‘국민의 기본권 보호에 충실하고, 전관예우에서 자유로운 독립성과 공정성을 갖춘 인물’을, 여영학 변호사(환경법률센터 소장)는 ‘여성, 환경, 노동 등 현대사회문제에 기존과 다른 태도로 임할 수 있는 인물구성’을 강조했다.

장영수 교수(고려대 법학)도 “대법관은 하급심 법관보다 높은 전문성과 도덕성, 사회 통합적 안목을 가진 인물이어야 한다”며 “특히 현실과 동떨어진 형식적 법적용을 뛰어넘어 현실 이해력과 적용력이 뛰어나야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는 지난 25일 대법원에 조용환 변호사(사시24회, 법무법인 지평), 이홍훈 서울중앙지법원장(사시14회), 전수안 광주지법원장(사시18회), 김상준 서울행정법원 부장판사(사시26회), 윤재윤 서울고법 부장판사(사시21회), 이인복 서울고법 부장판사(사시21회), 유원규 법원도서관장(사시19회) 등 7명을 대법관 후보로 추천한 바 있다.

이들은 추천이유로 ‘기본권 보호와 약자보호’, ‘기업범죄에 대한 엄정한 형량 선고’, ‘사법개혁과 재판관행 혁신·전문성’, ‘개방되고 합리성 있는 긍정적 판결사례’ 등을 들었다.

대법원장은 29일까지 대법관 제청대상 후보자에 대한 법원안팎의 추천을 받아 며칠 내로 대법관제청자문위원호의 자문을 거쳐 대통령에게 대법관 후보자 5명을 제청할 예정이다.

이철우 기자  cyberedu@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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