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적인 교리에서는 “하나님이 계시고, 이 세상이 악하게 되었기 때문에 하나님께서는 아들을 보내셔서 세상 사람들의 죄를 짊어지게 하셨다. 그래서 예수그리스도를 믿으면 구원을 얻는다. 성령을 받으면 아들을 믿을 수 있다.”, 이렇게 되어있지. 오빠는 이 교리가 지니고 있는 함축적은 의미는 아직도 가치가 있다고 생각해. 그러나 번역의 문제와 이 문장을 이해하는 문제 때문에 폐기해야 한다고 생각해. 문장을 폐기해야 한다는 뜻이지, 의미를 폐기해야 한다는 뜻은 아니야. 폐기하고 문장을 다시 만들어야 하겠지.

어쨌든, 믿음에 대해서는 얼추 설명이 된 것 같고, 이제 예수님에 대해서 알아보기로 하자. 그래야 예수님을 믿는다는 의미가 무엇인지 알 수 있을 것이니까. 삼위일체부터 시작하자. 그렇다고 겁먹을 것 없어. 그렇게 어려운 이야기가 아니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 초기기독교에서 예수님을 설명하는 방식이 삼위일체론이었어. 하나님, 아들, 성령, 이 세 분을 삼위일체라고 하지.

삼위일체라는 말이 등장한 것도 그리스문화 때문이야. 그리스사람들에게 신(神)은 신이고, 인간은 인간이야. 신(神)이면서 인간이다, 이런 개념은 그리스문화에는 없는 이야기야. 신과 인간이 결합하면, 반신반인(半神半人)이 된다는 것이 그들의 생각이지. 그런데 예수라는 분이 등장했는데, 제자들은 이분이 신(神)이라고 주장을 했지. 아주 곤란한 문제가 생긴 것이지. 논리적 오류가 발생한 거야. 그것도 절대로 풀 수 없는 논리적 오류, 머리로도 이해되지 않고, 가슴으로는 더 이해되지 않는 그런 문제가 생긴 거야.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하겠어? 오빠가 생각할 때에는 둘 중 하나야. 예수님이 신이라는 생각을 포기하든지, 아니면 신이 인간이 될 수 없다는 문화와 사상을 포기하든지. 전자로 생각하면, 예수님을 가장 위대한 예언자 중의 한 사람으로 보면 되는 것이고, 후자로 생각하면 신이 인간으로 내려왔다고 보면 되는 것이야.

▲ 2001년 3월 영국 맨체스터대 리처드 니브 교수(법의학)가 1세기 유대인의 두개골을 토대로 복원한 예수 얼굴. 니브 교수가 복원한 예수는 높은 코에 짙은 올리브색 피부 짧은 곱슬머리를 한 시골 농부 모습, 이것이 당시 유대인들의 모습이다.

사실 이 문제는 따지고 보면, 그렇게까지 큰 문제는 아니야. 만일 예수님을 가장 위대한 예언자로 생각한다고 하자. 지금 하고 별 차이가 있나? 오빠가 생각하기에는, 별 차이 없어. 가장 위대한 예언자라면 그분의 말씀을 따를 것 아냐? 그렇지 않나? 그리고 신(神)이라고 생각해도 마찬가지야. 오늘날에는 대부분이 신(神)이라고 생각하잖아! 신이라고 생각하면, 예수님의 삶과 죽음, 그리고 가르침을 그렇게 소홀히 여길 수 있겠어? 신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예수님의 말씀을 발톱의 때만큼이라도 중요하게 생각하나? 예수님의 말씀은 완전히 개(犬)무시 당하고 있잖아. 정말 웃기는 짜장이야. 예수님을 신이라고 하든지, 예언자라고 하든지, 정말로 그렇게 생각한다면, 그렇게 하면 안 되는 것이잖아! 

별로 중요한 문제도 아닌 것을 가지고 아주 긴 시간을 싸우고 있지. 그 싸움은 아직도 끝나지 않았어. 그냥 서로가 서로를 인정하면 그만인 것을 아무것도 아닌 것을 가지고 싸우고 있어. 싸우는 사람들의 공통된 특징은 예수님의 말씀은 안중에도 없다는 사실이야. 따름 순종, 이런 단어들은 생각도 하지 않아. 자기의 생각을 가지고 싸우는 것이지. 생각과 생각의 싸움이라는 거야.   

근데 참 재미있는 것은, 우리나라 사람들은 신이 인간이 될 수 있다는 문화와 사상에 너무 익숙한 사람들이라는 사실이야. 그리스문화와는 아주 다르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인내천(人乃天)사상이 대표적이지. 인내천 사상을 동학(東學)에서 아주 많이 이야기했지만, 동학의 고유한 것은 아니야. 아주 오래전부터 우리나라 문화에 내재되어 있는 사상이지. “하늘이 곧 사람이고, 사람이 곧 하늘이다”, 이런 문화와 사상이 있기 때문에 우리나라에서는 삼위일체론이 문제가 되지 않아. 오히려 삼위일체론을 부정하는 것이 우리 문화에서는 더 이상할 거야. 아마 그리스도교가 우리나라에서 시작되었다면, 삼위일체론을 가지고 그렇게 큰 홍역은 치르지 않았을 것으로 생각해.

요즘의 서양의 진보적인 학자들은 예수를 하나님이 아닌 현자(賢者)로 보자고 하는 사람들이 많아. 그 사람들의 말이 틀린 것은 아니지만, 우리나라 문화에서 생각해 보면 꼭 받아들여야 할 이유도 없어. 그건, 그 사람들의 문제야. 인간을 신으로 생각할 수 없는 서양의 문화라고 생각해. 우리는 그냥 우리 식대로 이해하면 돼. 그렇다고 예수님을 제우스로 만들라는 의미는 아니잖아?

성육신(聖育身)이라는 교리는 우리나라 사람이 이해하는 데는 전혀 문제가 없어. 거룩이 몸으로 왔다는 것이 성육신이잖아. 하나님께서 인간의 모습으로 내려왔다, 이것이 삼위일체론의 핵심이야. 그분이 예수님이라는 것이지. 그리고 거기에다가 하나님의 거룩한 힘, 이것을 보고 성령이라고 하는데, 그것을 한 묶음으로 삼위일체라고 하는 거야.

사실 우리나라 문화에서는 “예수님은 하나님이다”는 것을 이해하기는 어렵지 않아. 우리나라 사람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문제는 다른 곳에 있어. 그 하나가 성령이라는 개념이야. 예수님이 하나님인 것은 이해할 수 있어. 그런데 성령이 하나님이라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어. 성령은 거룩한 영이잖아. 거룩한 영은 하나님의 영이고. 우리나라 사람들은 이 성령을 기운(氣)이라고 생각해. 우리는 이 기운이 하나님으로부터 나온다고 생각하지. 이 기운 자체가 하나님이라는 생각을 하기는 어려움이 있어. 이것을 해결하려면 또 철학의 힘을 빌어야만 해. 그러면 또 어려워지잖아. 그냥 하나님의 힘, 하나님의 기운으로 이해하면 쉬운데 인격이니 속성이니 하니까 어려워지는 거야. 

다른 하나는 아들이라는 개념이야. ‘신이 인간이다’, 이것은 쉬워. 그런데 신 따로, 아들 따로는 이해하기 힘든 구석이 있지. 그런 이유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단군신화에 너무 익숙해서 그래. 단군이 환인(桓因)은 아니잖아! 물론 단군이 환인은 아니지만, 연속선상에 있는 것은 모두 다 잘 알지. 그러나 우리나라 문화에서는 환인은 아직도 하늘에 있고, 단군은 땅에 있는 거야. 이것 때문에 아들이라는 개념을 이해하기가 너무 힘들어. 그리스도교의 하나님은 하늘에는 계시지 않거든. 에궁, 또 어려워지네. 

중요한 것은, 우리는 삼위일체를 이해할 때 “하나님은 인간의 몸을 입고 왔다”, 이렇게 이해하면 돼. 그리고 인간의 몸을 입고 있는 분은 하나님 아들이기도 하고, 신 자체이기도 하고........ 논리적 오류가 또 생기네. 그러나 뭐, 이해하지 못할 정도는 아니야. 언어라는 것이 원래 그래. 언어는 정확하지 않거든. 그래서 “변증법적”이라는 단어가 필요한지도 몰라. 변증법적이라는 말은, A이기도 하고, B이기도 하다는 뜻이야. 이 정도만 이해해도 충분하다고 생각해!  

다른 것은 생각하지 말자. 예수님은 하나님이다. 하나님은 예수님이다. 일단은 여기까지만 생각하자. 그러면 하나님과 예수님은 동일하잖아? 다른 것이 있다면, 하나님은 말씀으로 우리에게 자신을 나타내셨고, 예수님은 몸으로 우리에게 나타나셨다는 거야. 그러나 내용은 같아. 하나님 사랑과 이웃사랑을 말씀(행동언어)으로 나타나신 것이나, 하나님 사랑과 이웃 사랑을 몸으로 나타내신 것은 동일하다는 것이지.

처음 편지를 시작할 때, “누가 하나님인가?”라는 것을 알아봤지? 제국주의를 무너뜨리고, 사랑의 나라를 세우시는 분, 그리고 그분이 하신 말씀(행동언어)은 하나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하라는 것. 이 말씀에 순종하는 것이 믿음이라고 했잖아. 그리고 하나님 사랑은 세상의 권력구조를 사랑하지 않는 것이고, 이웃사랑은 이웃을 사랑하면 되는 것이야. 이런 모든 사항이 예수님에게도 그대로 적용된다는 것이야. 단지 예수님은 그것을 삶과 몸으로 보여주신 분이야.

복음서를 해석하면서, 예수님은 이런 분이다, 저런 분이다, 말들이 많잖아. 별로 도움이 되는 이야기들은 아니야. 저마다 자기가 생각하고 싶은 대로 해석을 하기 때문이야. 그리고 중요한 문제는 건드리지도 않고 모두 지엽적인 이야기뿐이야. 신학이라는 것이 원래 그래. 핵심으로 들어가면 너무 간단해서 할 일이 없거든. 그렇다고 해서 신학이 필요 없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야. 신학자 중에서는 꼭 필요한 것을 연구하는 사람들도 꽤 많기 때문이야. 문제는 핵심으로 신학을 하느냐, 아니면 핵심을 피해서 신학을 하느냐의 문제겠지.

예수님께서는 율법을 단 두 마디로 요약하셨어. “하나님 사랑과 이웃 사랑”. 예수님의 삶과 생애도 똑같아. 하나님을 사랑하고 이웃사랑을 몸으로 살아냈던 분이 예수님이야. 누가 예수인가? 하나님을 사랑과 이웃사랑이 예수님의 핵심이야. 이것과 관계없으면 아무리 고상하게 말한다고 하더라도 예수님이 아니야. 예수님은 사랑 자체이기 때문에 그래. 따라서 복음서를 읽고서 사랑하는 사람이 되면 복음서를 아주 잘 읽은 것이야. 그러나 복음서를 연구해서 아무리 훌륭한 이론을 찾아냈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사랑과 관계가 없으면 별 의미가 없어.

자. 그러면 이제 예수님을 믿는다는 말의 정의를 한번 해볼까? 이미, 정리되었을 거야. 예수님은 하나님 사랑과 이웃 사랑을 몸으로 사신 분이다. 따라서 “그분을 믿는다는 것은 그분의 삶을 본받는다는 것이고, 그분이 말씀하셨던 것을 삶으로 살아내는 것이다.” 그 일은 하나님 사랑과 이웃 사랑이야.

이렇게까지 정리해도 여운이 남을 거야. 왜냐하면, 예수님을 믿는다는 의미를 너무 많이 다른 의미로 사용했기 때문이야. 그 대표적인 것이 “예수님을 하나님의 아들임을 믿는 것이다, 다시 오실 것을 믿는 것이다, 동정녀 탄생을 믿는 것이다, 예수가 그리스도(구세주)임을 믿는 것이다, 예수는 기적을 일으키신 분임을 믿는 것이다, 등등”이야.

잘 생각해봐. 어려운 것은 아니지만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기 때문이야. 위에 언급한 것들은 해석하기 이전에, 알면 되는 것들이잖아. 예수님은 하나님의 아들이다, 믿을 필요가 있나? 알면 되는 것 아닌가? 왜, 인내천이잖아. 그걸 몰라. 예수님은 다시 오셔, 오빠는 그걸 알아. 예수님이 구세주인 것을 알면 되지, 그것을 왜 믿으려고 하지? 성경에서는 이런 것을 보고 믿음이라고 하지를 않아. 단어의 정의가 아주 다르지. 성경에서의 믿음은 순종이야. 더 이상도 더 이하도 아니야.   

하나님을 믿는 것은 하나님의 말씀에 순종하는 것이고, 예수님을 믿는다는 것은 그분의 말씀에 순종하고, 그분의 삶을 뒤따라 사는 것이다. 절대 잊으면 안 돼.

문동수 목사  litho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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