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민중의 눈으로 성서를 해석하고 설교로 이어갈 것인가?”

▲ 2013년 10월 17일, 한신대학교 신학대학원 장공기념관 2207 강의실에서 민중신학과 교회의 다섯 번째 세미나가 열렸다.ⓒ에큐메니안

2013년 10월 17일, 한신대학교 신학대학원 장공기념관 2207 강의실에서 민중신학과 교회의 다섯 번째 세미나가 열렸다. 이번 시간엔 이병일 목사(강남향린교회 담임목사)의 ‘민중적 성서해석과 설교’ 라는 주제의 발제와 원생들의 논찬과 질의응답으로 진행되었다.

1953년 안병무(민중신학자), 홍창의(의사,인의협고문)등이 한국교회의 갱신을 위해 새로운 신앙운동의 하나로 출발한 향린교회의 창립 40주년(1993년)기념교회인 강남향린교회는 이승만 독재, 유신체제, 5공, 6공으로 이어지는 민족사의 암흑기에 진리를 밝히는 조그만 불빛이고자 노력하여 왔다.

발제를 맡은 이병일 목사는 강남향린교회와 함께 성서 안에 있는 해방적 전통을 재구성하여 민족과 함께, 민중과 함께하는 신앙을 가지고, 야훼신앙과 예수신앙의 회복운동과 대형화, 물량화, 보수화로 치닫고 있는 한국교회의 갱신운동을 지향하고 있다.

▲ 발제를 진행한 강남향린교회 이병일 목사ⓒ에큐메니안

이병일 목사는 “굳이 성서를 해석하는데 있어서 민중적이라는 이야기를 붙여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예수의 율법의 정신을 따라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민중적이 될 것이기 때문에 성서해석은 민중적이 될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이다.

루터가 성서를 독일어로 번역하여 라틴어를 모르는 대중들도 스스로 성경을 읽을 수 있게 되었고, 그 후 여러 가지 언어로 번역이 되어 이제는 모두가 성서를 쉽게 접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에 “성경을 읽고 해석하는 몫을 목사에게 헌납하고 목사가 읽어주고 해석해 주는 성서가 정답이라고 생각하는 선입견을 버려야 한다.”고 말하였다. 

또한 신학생들에게 성서를 해석 하는데 있어 너무 익숙해져 버리면 더러는 선입관도 생기게 될 수 있음을 경계해야 한다고 하였다. 그래서 여러 가지 역본이나 영어와 독일어와 같은 외국어로도 성경을 읽어 보며, “자신이 설교하고자 하는 본문에 대한 사역(思繹)을 해보면 더 좋지 않겠는가?”하는 후배들에 대한 권언도 아끼지 않았다. 본문과 씨름해보고 본문의 내용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필요하며, 누군가가 해석을 해놓은 성서를 보는 것보다는 본문을 스스로 해석해 내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신학적인 의미와 주석적인 의미를 스스로 찾아가는 것이 무엇보다도 매우 중요하다고 하였다. 그리고 그 의미와 해석된 텍스트를 성서가 기록되었던 시절이 아니라 현실의 상황에 맞게 적용하는 것 또한 우리의 과제라고 하였다.

마지막으로 이병일 목사는 “성서를 낯설게 바라보자”고 하였다. 익숙한 성서 해석을 거부하고 조금 거리를 두고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며 단순하게 주어진 것이 아니라 성서를 더 입체적으로 그려내고 오늘날의 상황과 접목하며 해석을 하자는 이야기이다.

그는 결론적으로 “하나님 나라를 먼저 구해야 한다.”고 하였다. 그 나라는 성서의 표현대로 하나님 나라의 식, 의, 주. 즉 먹을 것 입을 것에 대한 걱정을 하지 않는 나라이다.

학생 논평자들(염세진, 양대종)은 소위 흐름이라는 행위에 민중신학을 가두어 놓은 것이 발제자가 바라는 ‘민중신학적 성서해석’에서 ‘민중신학’이라는 수식어를 분리 하는 데에는 아이러니하게도 방해가 될 것 같다고 하며, 이제는 사회학과 사회과학을 넘어서 다른 학문들과의 대화와 또 그 방법론을 넘어선 대화도 필요할 것이라고 하며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졌다.

▲ 학생 논평자. 염세진, 양대종 학생ⓒ에큐메니안

첫째, 발제문에서 “성서는 진리이고, 진리는 아무리 비판하더라도 파괴되지 않음을 믿는 것이 더 큰 신앙이 아닐까”라는 안병무의 글을 인용한다. 이는 성서에 대한 최대주의(Maximalist)의 주장처럼 들릴 수도 있다. 성서를 흔들리지 않는 진리라고 할 때, 그 진리의 내용과 논거는 무엇인가?

둘째, 마가복음 12장 1-12절을 ‘악한 포도원 농부들’에 관한 내용으로 해석을 하는 것은 이 비유를 민중과 연계시켜 알레고리적으로 해석하는 것이 아닌지 또한 하나님을 해명해야 할 설교에서 지나치게 인간론으로 빠진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

셋째, 누가복음 13장 18-21절의 “겨자와 누룩 같은 하나님 나라”라는 제목의 겨자씨와 누룩의 비유는 하나님 나라의 현실성이 지금의 모습과는 다른 양상으로 변화되는 것을 말하는데, 발제자는 민중이라는 렌즈에 치우친 나머지, 텍스트 본연의 메시지가 말하는 의미를 놓치고 있는 것은 아닌가?

넷째, 발제자는 ‘교리로부터 자유롭기’ 위해서, 로마서 3장 23-26절의 내용을 ‘대속의 의미’로 제시한다. 우리는 대속교리를 다시금 성찰해볼 필요가 있다. 누가 누구를 대신한다는 생각보다는 민중들이 처한 고난의 삶과 현장에서 고난 받는 동반자로서 끈끈한 연대와 보다 능동적인 참여라는 표현이 더 적절하지 않을까?
다섯 째, 민중적 성서해석과 설교는 그 실제와 예시에 있어서 복음서에 지나치게 편중되어 있다. 편식으로는 건강한 삶을 유지할 수 없듯이, 성서읽기에서 마찬가지일 것이다. 민중은 신약시대뿐만 아니라, 구약시대에도 존재했다. 민중신학, 혹은 민중적 성서해석과 설교가 민중과 신학이라는 내재와 초월, 혹은 초월과 내재라는 이 양자의 유기적인 상응과 관계성 속에서, 보다 설득력 있고, 보다 보편성을 확보할 수 있는 해석학적 지평을 열어가야 할 과제는 여전한 것 같다.

논평 이후, 발제자와 원우들 간의 질의응답 시간에 양대종 원우는 “선입견을 내려놓고 텍스트의 구조를 나눠보고 해석하여 성서가 무엇을 이야기를 하는지를 자세히 생각해 보는 것이 중요하다. 신학적 성찰이 필요하다. 부활절이라고 해서 예수님이 죽었다 살아난 이야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 어떤 신학이 있는지 재해석하며 고찰을 해야 할 것이다.”라고 하였다.

▲ 민중신학과 교회 세미나 담당교수인 김희헌 박사ⓒ에큐메니안

김희헌 교수는 성경을 누구의 눈으로 볼 것인지, 실제로 성경이 증언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그리고 성서를 사용하되 성서 문자주의자들과는 어떻게 다르게 사용해야할 것인지 우리가 고찰해야할 문제라고 하였다.

마지막으로 이병일 목사는 “때로는 구전된 성경이 더 하나님의 말씀을 잘 전하는 것일 수도 있다.” “신학적인 질문을 더 진지하게 하면서 더 민중에게로 나아가며 성서를 해석하자.”라고 말하며, 사람의 아들 예수가 베드로에게 사탄아 “내 뒤로 물러나라”라고 하신 말씀은 “나의 뒤로 돌아오라, 내가 갈 것이니, 네 생각은 접어두고 나를 따르라.”라는 말씀이라고 하였다. 제자들이, 또 우리가 예수를 부인하고 외면해도, 예수님은 끊임없이 우리를 다시 불러 주시고 제자로 삼아주신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끊임없이 따르는 그리스도인으로서의 정체성을 가져야 할 것이다.”라는 권언으로 세미나를 마쳤다.

다음 세미나는 10월 24일에 진행되며, ‘민중신학과 민중교회 영성’이라는 주제로 이진권 목사의 발제가 있을 예정이다. 시간은 오후 2시 30분부터 5시까지이며, 장소는 한신대학교 신학대학원 장공기념관 2207 강의실이다.

정도영 객원기자  airplane200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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