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쟁이덩굴 - 나의 숙주는 누구인가?

우리교회 뒤뜰과 벽에 여러 식물들이 자라고 있습니다. 뒤뜰에 제일 많은 제비꽃(종지나물, 미국제비꽃), 아이들이 잘 따먹는 까마중, 입구에서 흰 솜털을 날리는 뽀리뱅이, 작년에 심은 박하, 뒤로 돌아가면 돌나물과 철쭉, 저절로 싹이 나서 자라고 있는 뽕나무, 한 교우가 뒤뜰에 그늘을 만들기 위해 심은 머루나무, 매년 꽃을 피우는 능소화(양반꽃), 이사할 때 교회 담벼락을 돌려가며 심은 담쟁이덩굴, 아파트에서 넘어와서 뒤뜰을 덮는 등나무와 수수꽃다리가 있습니다. 이 외에도 더 많은 종류가 있는데 우리가 잘 모르거나 눈에 띄지 않을 뿐입니다.

교회 주위를 빙 둘러 심은 담쟁이덩굴은 그 중에서 몇 주가 담벼락을 타고 올라갔습니다. 오징어 빨판 같은 흡착근(吸着根)을 벽돌에 붙이면서 타고 올라가기 때문에 석벽려(石薜荔)라고도 합니다. 지금 새순이 돋고 있는데, 여름이면 푸른 잎으로 벽을 덮고, 가을이면 빨간 단풍이 아름답습니다. 줄기가 꽤 굵어져서 열매도 맺어 겨울이면 새들이 와서 따먹기도 합니다.

폐렴에 걸린 노화가 오 헨리의 마지막 걸작 「마지막 잎새」에서 폐렴으로 생을 포기하려는 주인공에게 희망을 준 것이 바로 담쟁이 잎사귀 하나입니다. 상춘등(常春藤)이라고도 하는 담쟁이덩굴의 꽃말은 ‘영원한 사랑’, ‘우정’입니다. 오래된 건물에 담쟁이가 뒤덮고 있는 모습은 그 건물이나 공동체의 역사와 전통을 말해주기 때문에 명문대학을 ‘아이비리그(Ivy League)’라고도 합니다. 우리교회도 올해 창립 17주년을 맞지만, 역사가 오래될수록 그 전통과 향기가 깊어질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합시다.

담쟁이의 뿌리와 줄기는 한방에서 매우 귀중한 약재로 사용하는데, 지금(地錦; 땅을 덮는 비단)이라고 합니다. 담쟁이덩굴의 맛은 달고 약간 떫으며 성질은 따뜻한데, 어혈을 없애고(골절) 아픔을 멎게 하며(관절염, 근육통) 몸 안에 있는 딱딱한 덩어리를 풀어 주는데(담석) 뛰어난 효력이 있는 약초입니다. 특히 당뇨병과 고혈압에 좋습니다.

그런데 주의할 것이 있습니다. 담쟁이덩굴은 자기가 감고 올라간 것(숙주)으로부터 양분을 취하기 때문에, 돌이나 시멘트 담장에 기생하는 것은 오히려 독이 됩니다. 그러므로 반드시 나무에 붙어사는 것을 채취하되, 가장 좋은 것은 적송(붉은 소나무)에 붙어사는 것이며, 다음이 참나무에 붙어사는 것입니다. 사람들은 나무를 타고 올라가는 담쟁이덩굴이 혹시 자기의 숙주가 되는 나무를 해치거나 죽인다고 오해합니다. 그러나 서로 상생하는 것이지 결코 죽이지 않습니다. 송악이나 마삭줄, 새삼 같은 덩굴들은 나무를 감고 올라가지 않고 흡착근으로 붙어있기 때문에 나무를 죽이지 않습니다.

무엇에 붙어사느냐에 따라서 같은 담쟁이덩굴도 서로 다른 효과를 냅니다. 사람들은 서로에게 영향을 주면서 살고, 또 그럴 수밖에 없습니다. 기왕이면 한평생 사는 동안 서로에게 독이 아니라 좋은 기운을 주고받으면서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리스도인은 예수 그리스도에게 붙어살면서 성령의 인도하심을 따라 사는 사람입니다. 사도바울은 할례 문제로 서로 갈라져 있는 갈라디아교회에 보내는 편지에서 간곡히 부탁합니다.

“형제자매 여러분, 어떤 사람이 어떤 죄에 빠진 일이 드러나면, 성령의 인도하심을 따라 사는 사람인 여러분은 온유한 마음으로 그런 사람을 바로잡아 주고, 자기 스스로를 살펴서, 유혹에 빠지지 않도록 조심하십시오. 각 사람은 자기 일을 살펴보십시오. 사람은 각각 자기 몫의 짐을 져야 합니다. 여러분은 서로 남의 짐을 져 주십시오. 그렇게 하면서 여러분이 그리스도의 법을 성취하십시오.”<갈 6:1…5>

칡넝쿨과 등나무 : 무리한 자기확장은 다른 생명을 죽이지만

담쟁이덩굴처럼 다른 나무를 타고 올라가는 식물이 있습니다. 생태적으로는 홀로 설 수가 없어서 뭔가를 끌어안고 올라가는 식물이 등나무와 칡넝쿨입니다. 칡넝쿨(나팔꽃)은 오른쪽으로 등나무(인동덩굴, 박주가리)는 왼쪽으로 각각 다른 방향으로 감으면서 기어오르는 습성이 있습니다. 칡과 등이 한 곳에서 자라면 서로 반대쪽으로 감고 올라가는데, 한 바퀴를 돌 때마다 부닥치고 꼬이는 가운데 갈등하며 자라는 모습이면서 삶이 끝날 때까지 만나기만 하면 사생결단이라도 하듯이 감고 늘어지는 양상입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일이 뒤얽히고 꼬여 서로 불편함을 느끼는 관계를 표현하면서 갈등이라는 낱말을 칡(葛)과 등(藤)의 합성어로 만들어 사용합니다.

얼마 전에 천리포 수록원에 청년들과 함께 다녀왔습니다. 그곳에서 큰 소나무 두 그루가 나란히 있는데 하나는 죽었고, 하나는 살아 있습니다. 죽은 것은 칡과 등이 감고 올라간 나무이고, 살아 있는 것은 담쟁이가 타고 올라간 나무입니다. 흡착근으로 몸 붙여 더불어 사는 담쟁이덩굴과 달리 칡넝쿨과 등나무는 오른쪽으로나 왼쪽으로나 감고 올라가기 때문에 그렇게 오랜 시간이 지나면 결국에는 지지대 역할을 하는 그 나무는 죽게 됩니다. 하물며 칡과 등이 한 나무에 서로 엇갈려 감고 있었다면 오죽 하겠습니까?

칡과 등이 그렇게 사는 것은 자연적인 생존의 방편입니다. 칡넝쿨이 다른 식물에 올라 타 넓은 잎으로 햇빛을 가려 버리니 그 아래에서 살아갈 식물이 없습니다. 풀은 물론이고 나무도 고사하고 맙니다. 콩과식물의 특성인 햇볕을 좋아하는 것 때문에 나무를 감고 올라가서 숲을 뒤덮거나 나무의 숨통을 조이는 것은 자기만을 위한 것입니다. 결국에는 나의 생존을 위한 습성이 자기 확장을 위한 최상의 조건을 확보하기 위해서 남을 죽이게 되는 것입니다.

자기를 돌아보지 않는 습성이나 본능은 자기를 속이는 것이며, 결국에는 자기를 드러내놓고 자랑하려는 데까지 이르게 됩니다. 사도바울은 그것이 바로 하느님을 조롱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어떤 사람이 아무것도 아니면서 무엇이 된 것처럼 생각하면, 그는 자기를 속이는 것입니다. 각 사람은 자기 일을 살펴보십시오. 그러면 자기에게는 자랑거리가 있더라도, 남에게까지 자랑할 것은 없을 것입니다. 자기를 속이지 마십시오. 하나님은 조롱을 받으실 분이 아니십니다.”<갈라디아서 6:3…7>

그렇다고 해서 칡넝쿨과 등나무 자체가 악하거나 부정적이지는 않습니다. 그러한 욕구가 지나치게 강할 때에 다른 생명을 해치는 결과로 나타나는 것입니다. 운동장 옆에 조성된 등나무의 그늘막은 뜨거운 햇볕을 가려주고, 그 달콤한 향기의 꽃은 사람의 마음을 안정시키고 즐겁게 합니다. 등나무는 적은 양으로도 염색되는 좋은 매염재로 사용합니다. 등나무의 새순을 등채라 하여 삶아서 나물로 무쳐 먹고, 꽃은 등화채라 하여 소금물에 술을 치고 함께 버무려서 시루에 찐 뒤 식혀서 소금과 기름에 무쳐 먹는데, 지체 높은 양반들 사이에서 풍류식으로 인기가 있었다고 합니다. 등나무 혹과 등나무 혹벌레는 민간에서 암 치료의 명약으로 알려져 있는데, 등나무 혹에는 등나무가 암과 싸우면서 만들어 낸 면역물질이 많이 들어 있어서 사람의 암에도 치료 효과가 있습니다.

이해인 수녀님은 “등꽃 아래서”라는 시에서 등나무 꽃이 아래로 매달리는 모양을 겸손이라고 하면서 이렇게 묘사합니다. “차마 / 하늘을 바라볼 수 없는 것일까 / 수줍게 늘어뜨린 / 연보라빛 꽃타래 // 혼자서 등꽃 아래 서면 / 누군가를 위해 / 꽃등을 밝히고 싶은 마음 // 나도 이젠 / 더 아래로 / 내려가야 하리 // 세월과 함께 / 뚝뚝 떨어지는 추억의 꽃잎을 모아 / 또 하나의 꽃을 피우는 마음으로 / 노래를 불러야 하리 // 때가 되면 아낌없이 / 보랏빛으로 보랏빛으로 / 무너져 내리는 등꽃의 겸허함을 / 배워야 하리”

칡은 생명력이 몹시 질긴 식물이다. 굵고 질긴 뿌리가 땅속을 깊이 파고들어 땅속에서 물을 빨아들여 굵은 몸통 속에 저장합니다. 그래서 사람의 몸속에서도 설사를 멎게 하는 작용을 하고, 땀으로 물기를 내보내고 열을 내려 열병으로 인한 병을 낫게 합니다. 칡은 이것 한 가지만으로도 당뇨병, 부종, 설사, 황달, 술독, 고혈압, 두통, 협심증 등에 좋은 효험을 볼 때가 많습니다. 칡은 하나 버릴 것 없이 유용하게 쓰입니다. 갈화(꽃; 차, 술), 갈용(어린잎; 효소, 나물), 갈근(뿌리; 즙), 갈분(녹말가루; 면), 갈포(옷감, 종이) 등의 이름으로 뿌리, 줄기, 잎 꽃 모두가 버릴 것이 없습니다. 또한 독성이 없어서 아무에게나 잘 어울립니다.

칡넝쿨이 자기의 생명력으로 다른 식물을 자라지 못하게 한다고 하여 잡초나 귀찮은 무법자로만 생각하기보다는 그것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서 우리의 생활에 매우 유용한 존재가 될 수 있습니다. 제거하고 뽑아버리려고만 한다면 오히려 지쳐버릴 것입니다. 적절한 때에 적절하게 채취하여 생활에 활용한다면 우리의 건강에 매우 유익한 존재가 될 것입니다. 요즘 우리의 삶은 주변에 지천으로 널려 있어서 흔히 얻을 수 있는 것을 마다하고 엉뚱한 것을 찾아서 헤매는 모양입니다. 정작 몸에 좋은 것은 자연 속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데, 우리는 그러한 모든 지혜를 잊고 삽니다.

심는 대로 거둔다 : 무엇을, 언제, 어디에, 어떻게?

담쟁이와 칡과 등나무를 보면서 떠오르는 옛말이 있습니다. “심는 대로 거둔다.” 사도바울도 이렇게 말합니다. “사람은 무엇을 심든지, 심은 대로 거둘 것입니다. 자기 육체에다 심는 사람은 육체에서 썩을 것을 거두고, 성령에다 심는 사람은 성령에게서 영생을 거둘 것입니다.” 이 말은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난다.”라는 말처럼 무엇을 심느냐가 중요하다는 의미로 사용합니다. 농사하는 사람뿐만 아니라 우리 삶에서 무엇을 심느냐 하는 결정을 하는 것 자체가 굉장히 중요합니다. 이 결정은 한 해의 소출과 수입을 결정하기 때문에 더욱 중요합니다.

그것은 내가 담쟁이덩굴과 같은 사람이 되느냐 아니면 칡넝쿨이나 등나무와 같은 사람이 되느냐 하는 결단입니다. 내가 어떤 마음을 품느냐 하는 것은 사람의 인생에 있어서 무엇을 하며 어떻게 살 것인지를 선택하는 것입니다. 또한 여러분 개개인이나 우리 공동체가 예수님을 따라서 어떤 일, 어떤 선교를 할지를 결정하는 것입니다.

지금 우리는 무엇을 심고 있습니까? 교우 여러분의 삶과 강남향린교회의 활동에서 무엇을 중요하게 여기고 무엇을 추구하고 있습니까? 우리의 삶에서 무엇은 우리가 중요하게 여기고 추구하는 가치일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의 삶 속에서 아무리 중요한 것이라고 생각하더라도 그것이 절대적이고 영원하지는 않다는 것을 경험을 통해서 알고 있습니다. 여러분 각자가 삶의 신조로 삼고 있는 덕목이 있을진대, 그것이 진정 윤리적이든 법적이든 영원히 옳다고 주장할 수는 없습니다. 단지 그 시간과 공간에서 최선의 것을 선택하고 행동할 뿐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 순간순간에 무엇을 심는가 하는 선택과 결정이 중요합니다.

또한 “심는 대로 거둔다.”는 말은 무엇을 심을까 하는 고민과 함께 언제 어떻게 심을 것인가 하는 또다른 요구를 우리 앞에 던지고 있습니다. 그것은 심는 상황과 방법에 관한 것입니다. 아무리 좋은 씨앗일지라도 한 겨울 눈 속에 심는다면 곧 얼어서 죽고 말 것입니다. 씨앗이 싹트고 자라고 열매를 맺는 환경은 씨앗마다 정황마다 다르기 때문입니다. 씨앗마다 파종의 때가 다르고 가장 잘 자라고 열매 맺는 조건이 다릅니다. 몇 년째 옥상에서 작은 텃밭을 가꾸면서 새삼 깨닫게 되는 것이 똑같은 씨앗이나 모종도 언제 어디에 어떻게 심었느냐에 따라서 자람과 열매 맺음이 전혀 달라진다는 것입니다. 특히 요즘같이 날씨가 변덕스러울 때에는 더욱 그렇습니다. 화분의 크기에 따라서, 햇빛을 받는 시간에 따라서, 언제 어디는 생명의 조건과 환경입니다.

그러므로 “심는 대로 거둔다.”고 할 때에 심는 일은 심을 무엇과 함께 각각의 생명마다 필요한 조건과 환경을 잘 선택해야 한다는 사실을 심각하게 고민하고 포함해야 합니다. 담쟁이덩굴이 나무에 붙어있느냐 시멘트벽에 붙어있느냐에 따라서 약이 되기도 하고 독이 되기도 합니다. 칡을 우리가 어떻게 활용하고, 칡넝쿨과 등나무가 어디에서 자라느냐에 따라서 다른 생명을 죽이기도 하고 매우 유익한 존재가 되기도 합니다. 우리가 주장하는 무엇이 제대로 열매를 맺기 위해서는 언제 어떻게 주장할지를 함께 생각해야 합니다. 심는 일에서 상황과 방법을 무시하고 무엇만을 강조한다면 아무리 좋은 덕목일지라도 때때로 갈등(葛藤)의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우리가 함께 심는 일

할례는 하느님의 백성으로서의 이스라엘을 하느님 앞에 선 개인과 공동체로 유지하기 위한 중요한 표식이었습니다. 개인으로서는 언제 어디서나 야훼 하느님의 백성으로서 살아야 한다는 조건과 함께 어떤 상황에서든 하느님이 보호하신다는 희망을 품게 하였습니다. 이스라엘은 주변의 다른 나라보다 약하고 보잘 것 없었지만, 할례 받은 사람들이라는 공동체적 결속은 강한 나라들의 틈바구니에서 자기 공동체를 보존하는 힘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처음교회, 특히 갈라디아교회의 상황에서 할례는 공동체를 갈등으로 몰아갔습니다. 하느님의 백성으로써 이스라엘이라는 공동체에서 할례를 받았느냐 받지 않았느냐가 매우 중요한 문제였지만, 시대와 대상과 상황이 바뀌었을 때에 할례는 교회공동체에서 갈등의 원인이 되었습니다. 갈라디아서 본문은 바로 그러한 갈등을 안고 있는 교회 공동체를 향하여 할례가 공동체의 평화를 깨뜨리면서까지 지켜야 할 중요한 무엇이 아님을 일깨우는 사도 바울의 충고입니다. 그렇다고 바울이 할례가 전혀 무의미하다거나 할례 자체가 악한 무엇이라고 주장하지는 않습니다. 바울은 루스드라와 이고니온에 있는 유대인들을 배려해서 자기와 함께 다닐 제자인 디모데에게 할례를 행하기도 합니다.

사도 바울은 할례의 유무보다도 더 중요한 덕목으로 갈라디아교회 사람들에게 이렇게 권면합니다. “선한 일을 하다가, 낙심하지 맙시다. 지쳐서 넘어지지 아니하면, 때가 이를 때에 거두게 될 것입니다. 그러므로 기회가 있는 동안에, 모든 사람에게 선한 일을 합시다. 특히 믿음의 식구들에게는 더욱 그렇게 합시다.”<갈라디아서 6:9-10> 믿음의 식구들에게 더욱 선한 일, 유익한 일을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선한 일이 마냥 쉽거나 즐겁지는 않을 것입니다. 때로는 자기의 신조나 중요한 덕목을 드러내지 않아야 할 때도 있고, 자존심을 꺾어야 할 때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때가 되어 거둘 때까지 낙심하지 맙시다.

현실에서 부딪히는 벽, 당장은 넘을 수 없을 것 같은 벽을 넘어가는 담쟁이의 모습을 생각하며 용기를 가집시다. 도종환(1954~ )님의 “담쟁이”라는 시입니다. “저것은 벽 / 어쩔 수 없는 벽이라고 우리가 느낄 때 / 그때 / 담쟁이는 말없이 그 벽을 오른다. // 물 한 방울 없고 씨앗 한 톨 살아남을 수 없는 / 저것은 절망의 벽이라고 말할 때 / 담쟁이는 서두르지 않고 앞으로 나아간다. // 한 뼘이라도 꼭 여럿이 함께 손을 잡고 올라간다. / 푸르게 절망을 다 덮을 때까지 / 바로 그 절망을 잡고 놓지 않는다. // 저것은 넘을 수 없는 벽이라고 고개를 떨구고 있을 때 / 담쟁이 잎 하나는 담쟁이 잎 수천 개를 이끌고 / 결국 그 벽을 넘는다.” 한 뼘씩이라도 꼭 여럿이 함께 올라간다면 더욱 좋을 것입니다.

우리는 예수님의 이름으로 모인 사람들입니다. 함께 예수님을 닮아가기 위해 모인 사람들입니다. 예수님을 따라서 옳은 것을 행하려고 애쓰는 우리들입니다. 자기의 일을 살피면서 서로 남의 짐을 져 주면서 함께 갑시다. 하느님 나라의 좋은 것을 심고 아름답게 자랄 수 있도록 좋은 환경을 만들면서 거둘 때를 기다립시다. 모든 생명에게, 모든 사람에게, 특히 믿음의 식구들에게 선하고 유익한 일을 하면서도 낙심하지 맙시다. 혹시라도 누군가가 지쳐서 넘어지려 한다면 서로 일으켜주면서 함께 갑시다

이병일 목사(강남향린교회)

이병일 위원  dotorikey@yahoo.co.kr

<저작권자 © 에큐메니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