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일 목사 ⓒ 문영진

새해가 시작되었습니다. 새해에 "복 많이 받으세요!" 하면서 인사하는데, 저는 "복 많이 지으세요!"하고 인사합니다. 그 인사에 덛붙이자면 "복 많이 지으세요, 덕 많이 쌓으세요, 복과 덕을 나눕시다!" 라고 인사합니다. 이와 함께 새해에 소망하는 일들을 모두 이루시기 바랍니다. 새해 소망을 이야기하는 자리에서 어떤 분은 소망을 가져보는 것이 소망이라고 했습니다. 그분이 게으르거나 미래에 대한 생각이 없어서 소망이 없는 것이 아니라 소망을 가질 수 없도록 암담한 현실 때문에 힘겨워 하는 것을 알기에 참으로 안타까웠습니다. 혹시 여러분 중에 이러저러한 이유로 아직 소망을 잡지 못한 분이 계시다면 올해 하루하루 살아가면서 여러분이룰 소망을 꼭 만드시고, 여러분이 세운 크고 작은 소망들이 이루어질 수 있기를 빕니다.

교회에서 여러분과 함께 나누고 싶은 소망이 있습니다. 어찌 보면 너무나 추상적이고 하루아침에 이룰 수 없는 것처럼 보입니다. 따라서 평생을 화두로 삼아야 할 것이기도 합니다. 지난해 예수읽기마당을 함께 하면서 제안했던 내용입니다. 마가복음에서 예수를 읽으면서 참 나를 찾아서 함께 나누었습니다. 그 내용을 확실하게 말하면 '나는 누구인가'라는 물음에 답하는 것입니다. “나는 누구인가?”

일기쓰기, 자기 내면 돌아보는 훌륭한 훈련

“나는 누구인가?” 하는 물음은 수련회 프로그램이나 자기의 수련을 위해 많이 사용되었습니다. 자기를 표현하는데 처음에는 자기를 둘러싼 관계들을 통해서 자기를 보며, 다음에는 자기의 내면적인 이야기를 합니다. 그러나 더 깊이 들어가려하면 막막해지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그러나 매일의 삶에서 자기가 느끼는 자기 자신을 일기에 적으면서 자기를 돌아보면 훌륭한 자기 훈련의 방편이 됩니다. 때로는 기쁘고 즐겁지만, 때로는 아프고 외롭기도 한 자기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마냥 선하기만 한 것처럼 생각했는데 때로는 악한 자기 자신을 깨닫게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자기 자신을 진지하게 돌아보면서 “나는 누구인가?”에 응답하는 일이 필요합니다.

예수님은 예루살렘을 향한 여행을 시작하기 전에 가이샤라 빌립보에 갑니다. 그곳은 갈릴리 북쪽에 있는데, 그곳에는 헤르몬 산이 있습니다. 헤르몬 산에서는 갈릴리 건너 남쪽 유대 지역과 예루살렘으로 뻗쳐 있는 지역을 내려다 볼 수 있습니다. 아마도 예수님은 이제까지 갈릴리를 중심으로 행했던 그의 활동을 뒤돌아보면서 앞으로 예루살렘에서 맞이할 운명을 멀리서 바라보고 싶었는지도 모릅니다.

그곳에 가는 길에서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묻습니다. “사람들이 나를 누구라고 하느냐?” “그러면 너희는 나를 누구라고 하느냐?” 아마 예수님도 사람들과 제자들의 대답을 통해서 자기가 누구인지를 확인하고 싶었던 가 봅니다. 사람들은 예수님을 세례자 요한, 엘리야, 예언자들 중의 하나라고 생각하였습니다. 베드로가 제자들을 대표해서 예수님을 그리스도이며 하느님의 아들이라고 대답하였습니다.

왜 예수는 예수를 "하느님의 아들"이라고 고백한 제자들의 말을 꾸짖었나 

그런데 참 이상합니다. 지금까지 예수님을 믿고 따르는 그리스도인들은 예수님을 하느님의 아들이며 그리스도라고 고백했습니다. 그런데 똑같은 고백을 한 베드로와 제자들에게 자기에 대하여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라고 꾸짖었다고 합니다. 참 이상합니다. 맞는 말을 했는데 왜 꾸지람을 듣고 엄중히 경고를 받았을까요? 제자들은 예수님을 하느님의 아들이면서 그리스도라고 말했지만, 그 내용(의미)이 예수님이 생각하고 있었던 것과는 전혀 다른 것이었기 때문입니다.

당시에 그리스도(메시아)는 오랫동안 유대인들을 지배하고 억압하던 로마제국주의 세력으로부터 이스라엘을 구원할 하느님의 사람으로 기다려졌습니다. 유대의 종교-정치 지배자들은 로마세력을 물리치고 다윗왕의 영광을 재현할 메시아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유대의 민중들은 그들과 조금 달랐는데, 민족적인 해방뿐만 아니라, 민족을 팔아먹고 로마제국에 빌붙어서 유대 민중을 억압하는 지배자들까지도 물리치는 것이었습니다.

베드로를 비롯한 제자들은 예수님을 그리스도(메시아)라고 고백한 것은 이제 예루살렘으로 올라가서 로마 군대뿐만 아니라 성전에서 같은 유대민족으로부터 빼앗은 재물로 호의호식하던 제사장들을 몰아내고 새로운 왕조를 세울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제자들은 나중에 예수님이 왕이 되면, 더 높은 자리에 앉게 해달라고 예수님께 간청을 하고 자기들끼리 싸우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하느님의 아들이고 그리스도라고 생각했지만, 유대 지배자나 민중이나 제자들이 생각하고 기다리던 그리스도와는 다른 그리스도였습니다.

같은 예수따르지만 이웃종교인보다 더 말이 통하지 않을 때가 빈번

오늘날 우리의 현실 속에서 같은 하느님을 믿고 같은 예수님을 따른다고 하는 기독교 안에 있으면서도 그 신앙이나 삶이 전혀 다른 사람들이 많이 있습니다. 같은 기독교인이면서도 이웃종교인들보다 더 말이 통하지 않을 때가 많습니다. 같은 용어를 사용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추구하는 것이 전혀 다를 때가 많습니다. 어떤 사람은 하느님의 이름으로 전쟁을 하고 생명을 죽이는데, 어떤 사람은 전쟁을 반대하고 생명을 사랑하자고 합니다.

같은 기독교에 속한 사람이라도 이렇게 생각이 다른 이유는 메시아에 대하여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지고 기다리던 사람들, 또한 예수님을 메시아라고 고백하면서도 예수님과 다른 뜻으로 생각했던 사람들이 있었다는 것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예수님에 대한 고백과 믿음의 내용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에 대한 고백과 믿음은 기독교의 중심이기 때문에 그것이 다르면 모든 생각과 행동이 다르게 됩니다. 따라서 예수님을 하느님의 아들이고 그리스도(메시아)라고 바르게 고백하고 믿는 것이 필요합니다. 예수님이 어떤 일을 했고 예수님이 꾸었던 꿈이 무엇인지를 분명하게 알 때에 예수님을 올바로 고백하고 믿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2000년 동안 교회의 교리와 신앙은 이러한 예수님의 모습을 많이 왜곡시켰습니다. 우리가 만나는 기독교인들의 신앙이 우리와 사뭇 다르다는 것을 느낍니다. 특히 최근에 남한에서 교회는 몸집(세력)은 커졌으나 그들의 이야기는 세상의 웃음거리 조롱거리가 되었고, 심각한 반대(Anti)에 부딪혔습니다. 전통적인 교리와 신앙은 교회 밖에 있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교회 안에 있는 사람들도 따르기 어려운 것이 되었습니다. 그 원인이나 해법은 여러 가지가 있을 것입니다.

변화 원하는 평신도, 변화 두려워하는 목회자(?)

미국의 감독교회(성공회)의 뉴왁 교구의 감독으로 24년 동안 봉직하고 2,000년에 은퇴한 존 쉘비 스퐁 감독이 있습니다. 그는 우리나라에 <2000년 동안의 오해로부터 예수를 해방시켜라>, <기독교 변하지 않으면 죽는다>, <새 시대를 위한 새 기독교>의 저자로 알려져 있습니다. 책의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그는 “머리가 거부하는 것은 결코 가슴이 예배할 수 없다”는 확신으로 기독교의 전통 교리를 철저하게 재해석하였습니다.

그는 <기독교 변하지 않으면 죽는다>를 출간한 후에 책의 내용을 간추려서 12개 논제를 인터넷에 올리고, 이에 대한 독자들의 반응을 분석하였습니다(6천명). ①그 반응 중에서 3대 1의 표차로 부정적인 것보다는 긍정적인 것이 더 많았습니다. 이것은 새로운 변화를 원하는 사람들이 훨씬 더 많다는 것을 말합니다. ②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사람들의 90%는 평신도들이었습니다. 그들은 책을 읽으면서 막혔던 가슴이 뚫리는 경험을 있다고 하면서 자기의 삶에 대하여 이야기하면서 찬성과 격려를 보냈습니다. ③부정적인 반응을 보인 사람들은 글로 표현할 수 없을 전도로 노골적인 적대감을 드러내면서 죽이겠다는 협박도 있었습니다. 그들의 90%는 성직자들이었다고 합니다. 이러한 분석은 오늘 점점 더 분열되고 있는 근본적인 이유가 무엇인지, 우리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를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존 쉘비 스퐁 감독이 찾으려고 노력하는 것은 예수님이 제자들에게 물은 “너희는 나를 누구라고 하느냐?”는 물음에 올바른 대답을 하는 것입니다. 예수님의 물음은 2,000년 전 제자들에게 뿐만 아니라 모든 세대를 거쳐 오늘 우리 공동체에게 바로 나에게 계속해서 들려옵니다. ‘예수는 누구인가?’ 하는 물음에 대답하는 것은 곧, ‘나는 누구인가?’ 하는 그리스도인으로서의 자기 신앙과 정체성에 대한 물음이고 성찰입니다.

예수가 꿈꾸던 그리스도인의 정체성 찾는 길, 자신 뿐 아니라 이웃 위한 일

우리교회는 성서학당과 성서마당을 통해서 이러한 물음에 진지하게 답하기 위해 계속 고민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고민은 짧은 시간에 해결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서 마냥 손 놓고 있을 수만은 없습니다. 그리스도인으로서의 정체성과 신앙을 예수님이 꿈꾸던 것과 맞추어 가는 것은 우리 자신뿐만 아니라 우리 시대의 사람들을 위한 일입니다. 우리의 신앙과 정체성은 우리가 무엇을 꿈꾸느냐에 달려 있고 표현됩니다.

그리스도인으로서 ‘나는 누구인가?’ 예수님을 따라가는 신앙인으로서 ‘나는 누구인가?’ 하느님을 믿는 사람으로서 ‘나는 누구인가?’ 한 해 동안 강남향린 공동체에서 삶과 나눔을 통해서 그 물음에 대한 단초를 발견하시기 바랍니다. 이미 깨달은 사람은 깨달음을 나눔으로써 더 깊은 깨달음으로 이어지고, 단초를 발견하기 원하는 사람은 배움과 나눔을 공유함으로써 삶이 풍성해지기를 바랍니다. 또한 여러분 각자가 꿈꾸는 새해의 소망이 꼭 이루어지기를 빕니다.

정채봉 님의 <첫 마음>이라는 글입니다.

1월1일 아침에 찬물로 세수하면서 먹은 첫 마음으로 1년을 산다면,
학교에 입학하여 새 책을 앞에 놓고 하루일과표를 짜던 영롱한 첫 마음으로 공부를 한다면,
사랑하는 사이가, 처음 눈을 맞던 날의 떨림으로 내내 계속된다면,
첫 출근하는 날, 신발끈을 매면서 먹은 마음으로 직장 일을 한다면,
아팠다가 병이 나은 날의, 상쾌한 공기 속의 감사한 마음으로 몸을 돌본다면,
개업 날의 첫 마음으로 손님을 언제고 돈이 적으나, 밤이 늦으나 기쁨으로 맞는다면,
세례 성사를 받던 날의 빈 마음으로 눈물을 글썽이며 교회에 다닌다면,
나는 너 너는 나라며 화해하던 그날의 일치가 가시지 않는다면.
여행을 떠나던 날 차표를 끊던 가슴 뜀이 식지 않는다면.
이 사람은 그 때가 언제이든지 늘 새 마음이기 때문에
바다로 향하는 냇물처럼 날마다 새로우며, 깊어지며, 넓어진다.

이병일 위원  dotorikey@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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