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활동에 있어서 가장 민중적이라고 할 수 있는 예언자는 엘리사라고 볼 수 있습니다. 민중들과 가깝게 접촉하면서 민중들의 한과 소원을 들어주기 위해서 기적을 일으켰습니다. 또한 북 왕국 이스라엘과 시리아의 왕조 교체에도 영향력을 미쳤습니다. 하느님의 뜻을 대언한다는 것은 민중의 열망을 대변하는 것이기에, 모든 예언자들이 민중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유독 엘리사는 진정으로 민중들이 열망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자신의 몸으로 체험하고 그 민중들의 간절한 열망에 응답하는 예언자의 전형을 보여주었습니다. 불의한 권력을 보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잘못된 백성을 보고 질책을 하는 예언자이기도 하지만, 엘리사는 모든 경계를 뛰어넘어 사람들의 절박한 문제에 대한 답을 찾아주었습니다.
 

▲이병일 목사 ⓒ 장익성

엘리야에게서 떨어진 겉옷으로 요단 강물을 쳐서 갈라지게 하고 건너왔다(2:13-14). 불결한 몸에 소금을 넣어 좋은 물로 만들었다(2:20). 벧엘로 가는 길에서 아이들이 대머리라고 조롱할 때 여호와의 이름으로 저주하여 암곰 두 마리가 숲에서 나와 42명의 아이들을 찢었다(2:23-24). 유대와 에돔이 동맹하여 모압 왕과 싸울 때 물이 없어 고생하는 것을 보고 물을 내어 그 지경에 가득하게 하였다(3:20). 선지자의 생도의 아내에게 기름을 만들어 주어 빚을 갚게 하였다(4:7). 사렙지방 여인에게 아들을 낳게 하고, 그 아들이 죽은 것을 다시 살렸다(4:17,35). 우물물의 독을 제거하였다(4:41).

바알살리사에서 보리떡 20개로 100명을 먹이고 남았다(4:40-44). 나아만의 문둥병을 고쳐 주었다(5:24; 눅 4:27). 자기 종 게하시에게 문둥병을 주었다(5:27). 물에 빠진 도끼를 떠오르게 하였다(6:6). 자기 사환의 눈을 밝게 하여 불말과 불 병거가 산에 가득하여 엘리사를 호위한 것을 보여 주었다(6:17). 아람 군사의 눈을 어둡게 하여 사마리아로 인도하고 그 눈을 다시 밝게 하여 사마리아 성중에 있는 것을 보게 하였다(6:18-20). 엘리사가 죽은 다음 해에 어떤 사람이 죽은 시체를 엘리사의 무덤에 던져 놓았더니 그 시체가 엘리사의 뼈에 닿는 순간 다시 살아났다(13:2-21).

엘리사는 소 12겨리로 밭을 갈고 있을 때 엘리야가 지나 가다가 겉옷을 벗어던지며 부르니, 농기구를 불살라 소 한 겨리를 잡아 백성에게 주어 먹이고 엘리야를 따라가 제자가 되었습니다(왕상 19:16-21). 그 후 8년이 지났을 때의 이야기가 본문입니다. 엘리사는 엘리야의 뒤를 이어 예언자로서 활동하게 됩니다. 아합 왕의 아들 여호람의 통치시기에 활동을 시작한 엘리사는, 그 자신이 개입한 예후의 혁명을 거쳐 이루어진 예후왕조 시기까지 걸쳐 활동하였습니다(850-800).

엘리사와 함께 하는 엘리야의 최후 여행은 길갈, 벧엘, 여리고를 들러서 요단강을 건너갑니다. 이 장소들은 이스라엘의 역사에 있어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 장소들입니다. 족장들의 삶과 출애굽의 사건을 기억하기에 적합한 장소입니다. 또한 북 이스라엘과 남 유다로 갈라져서 팽팽하게 긴장관계에 있을 때에 북쪽에서부터 남쪽으로 내려가서 요단강을 건너는 것은 분단의 상황에 큰 의미를 던져 주고 있습니다. 엘리야는 요단을 건너기 전에 이 세 곳을 들렀고, 엘리사는 요단을 건넌 후 다시 이 세 곳을 들르면서 예언자로서의 활동을 시작합니다.

스승 엘리야의 뒤를 이은 엘리사 태도...예수 길 따르는 그리스도인이 본받아야

엘리야의 뒤를 이은 엘리사의 태도는 무엇을 말하고 있습니까? 엘리야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스승인 엘리야를 떠나지 않은 엘리사는 야훼 하느님의 살아계심과 스승이 살아 있음을 두고 맹세하면서 그렇게 합니다. 분단이 시대에 예언자가 왕들에 의해서 수배당하여 목숨의 위협을 받는 시대에 예언자로서의 길을 스승과 끝까지 가겠다고 하는 다짐은 오늘 예수의 길을 따라가는 그리스도인으로서 본받아야 할 마음입니다.

결국 요단강을 건넜을 때에 엘리야가 엘리사에게 무엇을 원하느냐고 묻습니다. 엘리사는 스승인 엘리야의 능력을 갑절로 받기를 원했습니다. 그것은 자기의 영광을 위한 것이 아니라 자기에게 주어진 예언자로서의 사명을 감당하기 위한 것입니다. 출애굽의 해방 사건을 주도하신 야훼 하느님의 대언자로서의 사명을 감당하기 위해 엘리사는 하느님의 영을 받아야 했기 때문입니다. 엘리야는 자기의 마지막을 볼 때에 그 능력이 엘리사에게 임할 것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그 능력을 받은 엘리사는 엘리야의 시신에 더 이상 미련을 두지 않고 하느님의 일을 합니다.

엘리사가 엘리야의 뒤를 이어서 본격적인 활동을 하게 되는데, 그 활동은 주로 기적을 동반합니다. 처음에 두 가지의 기적은 엘리사의 활동의 의미를 잘 보여줍니다. 예수님과 마찬가지로 엘리사가 일으킨 기적은 신비한 능력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 아니라 그 곳에 담긴 야훼 하느님의 뜻을 드러내기 위한 방편입니다.

물이 좋지 않아서 사람들이 죽고 유산하는 일이 있는 성(여리고)에서 엘리사는 샘의 근원에 소금을 넣음으로써 물을 맑게 고칩니다. 그것은 희망을 상실한 시대에 희망을 소생시키는 이야기입니다. 죽음의 기운이 드리워진 샘을 생명의 샘으로 바꾼 것입니다. 그 방법은 샘의 근원을 정화시키는 것입니다. 당장의 현상만을 치유하고 어루만지는 것이 아니라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서 새로운 그릇에 담긴 소금을 사용합니다.

비유나 이야기를 읽을 때에 그 속에 등장하는 인물이나 사물 속으로 나를 이입하는 일은 큰 의미가 있습니다. 지금의 나 우리의 모습은 누구 혹은 무엇과 비슷한가, 나 우리는 누구 혹은 무엇을 닮고 싶은지를 생각하면, 그 비유나 이야기가 생생하게 다가오고 나를 돌아보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우리의 모습은 무엇과 비슷하고 무엇을 닮고 싶습니까? 우리는 우리 시대의 문제들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새로운 그릇을 만들고, 그 그릇에 담긴 소금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죽음의 문명과 문화, 죽임의 세력을 지지하고 확장시키는 근원을 바꾸기 위한 소금이 되어야 합니다.

하느님 종인 목사를 놀리거나 대접이 소홀하면 저주 받아 죽는다(?)

계속되는 이야기는 참으로 난감한 이야기입니다. 베델로 올라가던 길에 어린이들이 몰려와서 엘리사를 대머리라고 조롱했는데, 엘리사가 야훼의 이름으로 저주하니까 곰 두 마리가 나타나서 마흔두 명의 어린이들을 죽였다고 합니다. 이 이야기를 하느님의 종인 목사를 놀리거나 대접이 소홀하면 저주를 받아서 죽게 된다는 협박으로 사용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또한 단지 대머리라고 놀렸다고 해서 앞날이 창창한 목숨을 빼앗아도 되는가 하면서, 이 일이 민중을 위한 하느님의 뜻을 받드는 예언자가 한 일로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이 이야기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번역의 문제가 걸립니다. 엘리사를 놀린 것은 어린이라기보다는 ‘청년’이라고 해야 합니다. 그리고 ‘꺼져라’라고 말한 것은 ‘올라가라’는 뜻입니다. 또한 베델은 남북으로 갈라진 후에 북 이스라엘의 여로보암이 분단의 영구화를 위해서 만든 제단이 있는 곳입니다. 베델의 예언자들의 비판을 집중적으로 받을 수밖에 없는 곳입니다.

다시 정리하면, 베델의 청년들 수십 명이 몰려와서 엘리사를 둘러싸고 위협하며 말합니다. “대머리야 너도 (엘리야처럼, 11절) (하늘로) 올라가라.” 즉, 예언자의 활동을 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청년들의 말은 엘리사의 외모를 가지고 희롱하는 말이라기보다는, 엘리야가 하늘로 올라가 버린 것처럼 예언자로서의 활동을 포기하고 잠잠하라는 협박입니다. 따라서 엘리사의 저주와 청년들의 죽음은 해방과 생명을 위한 하느님의 일을 방해하는 세력에 대한 단호한 거부입니다. 생명과 살림을 향한 활동을 조롱하고 그 일을 중단시키기 위해서 협박하는 세력에 대한 심판의 이야기입니다.

▲'2007 교회의 날' 두 번째 프로그램 '이웃에게 길을 묻기'란 주제로 10월23일 오후 연세대학교에서 개최됐다. 이날 행사엔 안티기독인부터 교회를 떠난 사람 등 다양한 패널들이 참석해 교회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 박지훈/에큐메니안

우리는 엘리사의 예언자직 계승과 기적들에 대한 이야기에서 많은 것을 생각할 수 있습니다. 오늘은 교회개혁주일이고, 지난 주중에는 계속해서 교회의 날 행사가 있었습니다. 교회가 길을 잃어버린 오늘의 모습은 이스라엘이 평등과 평화의 야훼 하느님을 버리고 권력과 부의 상징인 바알을 따라간 것과 같습니다. 이러한 교회를 개혁하는 일은 예언자로서의 사명을 다시금 추스르는 것으로부터 시작합니다.

먼저 그리스도인으로서의 나의 정체성을 찾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엘리사가 엘리야를 끝까지 따라갔듯이 그 노력은 커다란 인내를 필요로 합니다. 끝임 없이 스스로에게 물어야 합니다. 나에게 부족한 것은 무엇인가, 내게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그것은 예수님과 먼저 간 신앙의 선배들을 통해서 내가 가야할 길을 찾는 일입니다. 엘리야의 길을 함께 걸으며 들렀던 곳에서 출애굽을 주도하신 야훼 하느님의 흔적을 찾아서 경험하고, 해방하시는 하느님의 능력을 깨닫고 덧입는 일입니다. 우리가 우리 교회가 함께 만들고 따라가는 꿈을 꾸는 일입니다.

또한 생명의 원천인 물을 맑게 하는 소금, 새로운 그릇에 담긴 소금이 되기 위해 거듭나야 합니다. 나를 먼저 개혁하고 변화시키는 일이 필요합니다. 소금이 물에 녹아지는 변화가 있어야지만 물을 맑게 할 수 있습니다. 한 해 동안 마가복음을 함께 읽으면서 발견한 예수님의 하느님 나라 운동에서도 그 꿈을 볼 수 있습니다. 예수님을 통해 참된 자기를 찾고, 삶에서 구체적으로 실천할 수 있는 일들을 공유하는 일도 거듭나기 위한 좋은 방편입니다. 그 일을 방해하고 조롱하는 세력들을 단호히 거부하고 그 길을 당당히 걸어갈 수 있는 용기도 필요합니다.

교회 개혁 원천은 나로부터 시작

노신의 작품 중에 <사소한 사건>이라는 글이 있는데, 자신의 체험을 바탕으로 쓰인 짧은 글들입니다.

“어느 겨울날 ‘나’는 급한 용무가 있어서 인력거를 타고 거리를 달리고 있었다, 그러다가 갑자기 길을 건너려 하던 한 노파가 그 인력거에 가볍게 치어 길바닥에 넘어졌다. 그러나 ‘내’가 보기에 그것은 별로 심각한 충돌도 아니었고, 노파는 쓰러지기는 했지만 곧 혼자 일어나서 걸어 갈만했다. 그래서 마음이 바빴던 ‘나’는 인력거꾼에게 지체하지 말고 그냥 가던 길을 달려가라고 일렀다. 하지만 인력거꾼은 ‘나’의 명령을 묵살하고, 노파를 정성스럽게 부축하여 바로 근처의 파출소로 데려가는 것이었다. 그 광경을 보는 ‘나’의 눈에 갑자기 그 남루의 인력거꾼의 뒷모습이 크게 보이면서 동시에 ‘나’ 자신은 한없이 초라하게 느껴지는 것이었다.”

노신은 수많은 글을 통해서 민중의 어리석음과 노예근성을 끊임없이 그리고 가차 없이 질타하면서 ‘진정한 혁명’을 위한 싸움에 평생을 바쳤습니다. 그러나 그의 활동과 글의 원천이 바로 이러한 사소한 사건으로부터 깨달음을 얻음으로써 시작되었다는 것입니다. 이처럼 교회개혁의 원천은 바로 나로부터 시작합니다. 생명의 원천인 물을 맑게 하는 소금, 새로운 그릇에 담긴 소금이 되기 위해 거듭나야 합니다. 나를 먼저 개혁하고 변화시키는 일이 필요합니다. 소금이 물에 녹아지는 변화가 있어야지만 물을 맑게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함께 꿈을 꾸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해 함께 노력하면서, 그 일을 방해하고 조롱하는 세력들을 단호히 거부하고 그 길을 당당히 걸어갈 수 있는 용기도 필요합니다.

이병일 위원  dotorikey@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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