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빈센트 반 고흐, <탕기 영감의 초상화> (1887 가을, 파리, 캔버스에 유채, 75×97cm, 로댕미술관, 파리)

파리에 온 후 빈센트는 사흘 동안 테오의 아파트에서 생활하였다. 테오의 아내 요한나는 고흐가 만성기침으로 고통받는 남편보다 더 건강해 보여 놀랐다. 혈색도 좋고 미소를 띈 모습이 보기 좋았다. 테오의 아파트 벽에는 <감자 먹는 사람들>(1885. 4)과 <론강의 별이 빛나는 밤>(1888. 9)이 걸려있었고 어린 조카의 요람 옆에는 <꽃피는 아몬드 나무>(1890. 2)가 걸려있었다.

빈센트는 테오와 에르네스트 메소니에(1815~1891)의 분리파 전시회에 갔다. 분리파란 과거의 전통에서 이탈하여 자유로운 창작을 추구하는 오스트리아와 독일의 화가들을 부르는 이름이다. 분리파에 특정한 예술의 꼴과 이념이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예술 흐름과 국적을 초월하여 관영화되고 기득권화된 예술에 맞서며 미래 지향적이고 생활 속 예술을 지향하며 아방가르드(Avant-Garde, 전위미술)까지 허용하는 등 관대하였다. 이들은 스스로 전시회를 마련하여 뵈클린(Arnold Böcklin, 1827~1901), 코로(Camille Corot, 1796~1875), 밀레(Jean Fran, 1814~1875), 쿠르베_{Gustave Courbet}(1819~1877) 등의 작품을 전시하였다. 분리파의 대표적 화가로는 클림트_{Gustav Klimt}(1862~1918)를 들 수 있다.

빈센트는 테오와 함께 탕기 아저씨를 찾아가기도 하였다. 탕기는 1867년부터 몽마르트르에서 물감 가게를 하였는데 가난한 미술학도들에게 밥을 사주고, 가난한 화가들에게 물감을 외상으로 주기도 하고, 돈 대신 그림을 받기도 하는 마음씨 좋은 사람이었다. 가난한 화가들에게는 아버지처럼 더없이 고마운 사람이었다.

탕기의 가게에는 모네와 르누아르, 피사로, 세잔, 고 등 인상파 화가의 작품이 가득 걸려있었다. 물론 빈센트의 그림도 다수 보관하고 있었다. 에밀 베르나르는 ‘탕기의 가게에 오면 마치 미술관에 온 것 같았다’고 하였다. 빈센트는 탕기 아저씨의 초상화를 세 점 그렸다.

빈센트는 그 시대 예술의 현상과 경향을 외면하지 않으면서도 남을 흉내 내거나 유행에 편승하지 않았다. 미술의 시대적 흐름을 주시하면서도 자신만의 예술 세계를 구축하였다. <탕기 영감의 초상화>가 이를 입증한다.

최광열(기독교미술연구소 연구원)  webmaster@ecumen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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