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Jennie Augusta Brownscombe, 「Thanksgiving at Plymouth」 (1925) ⓒThe National Museum of Women in the Arts, Washington, D.C.

이 시간 우리 모두에게 주님의 은혜와 평화가 함께 하시기를 빕니다. 한 주간 평안하셨나요? 세상의 그 어떤 것과도 비교될 수 없는, 그 어떤 것보다도 가장 값진, 하나님께서 성도에게 주신 선물인 ‘평안’, 이 평안을 날마다 선택하고 누리는 성도가 되시기를 소망합니다.

지난주 말씀을 통해 성도는 ‘깨어있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일, 상황, 관계 속에서 깨어있지 못하면 우리에게 붙여진 ‘성도’라는 호칭에 맞는 삶을 결코 살아낼 수가 없습니다. 어떤 상황, 관계에서 세상 사람들은 그렇게 말할 수 있고, 하나님을 알지 못하는 이들은 그런 방식으로 일을 처리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성도’는 분명 다른 말과 선택, 다른 방식을 통해 상황과 관계를 경험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성도는 성공한 사람, 승리한 사람, 우월한 사람, 존귀한 사람이 되기 위해 이 땅에서 존재하는 것이 아닙니다. 성도는 ‘거룩한 사람’이 되기 위해 이 땅에 존재하며 살아갑니다. 하나님의 말씀을 따르는 삶, 예수 그리스도를 닮는 삶을 살아야 합니다. 그렇기에 삶의 방식이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또, 그렇기에 깨어있는 삶을 살지 않으면 안 됩니다. 한 주간 어떤 삶을 살다가 오셨습니까? 우리에게 붙여진 성도라는 호칭에 맞는 거룩한 삶을 살기 위해 최선을 다하다가 오셨습니까?

우리는 그 어떤 것으로도 비교조차 할 수 없는 하나님의 사랑을 받는 사람들입니다. 우리를 향한 하나님의 사랑이 너무나 큽니다. 이 사랑을 받은 사람답게 이 땅에서 거룩한 삶을 사는 성도가 되시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추수감사주일 말씀을 준비하면서 우리 공동체가 감사할 제목이 무엇이 있을까를 묵상하게 되었고, 묵상 중 한량없는 하나님의 사랑을 다시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오늘 제목처럼 우리가 하나님께 드려야 할 열매가 무엇이어야 하는지도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특히나 묵상 중에 어떤 교회는 계절에 맞게 10월 중순에 추수감사예배를 드리고, 어떤 교회는 교회력에 맞게 11월 중순에 추수감사예배를 드리는데, 애매하게 드리는 11월 첫 주 우리 교회의 추수감사예배에 앞으로도 중요한 의미를 부여할 수 있어서 감사했습니다.

오늘 본문을 살피기 전에 먼저 제가 왜 한량없는 하나님의 사랑을 다시 깨닫게 되었는지 이야기 나누고자 합니다. 새벽기도 시간에 나누고 있는 열왕기하 본문을 성도님들과 나누면서 깨닫게 된 은혜였습니다. 

열왕기하 21장 본문에서 23장까지를 읽어보면 중요한 두 남유다의 왕이 나옵니다. 55년간 남유다를 통치한 므낫세와 22년간 남유다를 통치한 요시야입니다. 므낫세 왕은 55년간 나라를 다스렸지만, 그 어떤 왕도 므낫세를 따라가지 못할 만큼의 악을 하나님께 저질렀습니다.

처음에는 이방 신을 위한 ‘산당을 세운 일’로 시작하였지만 ‘바알과 아세라 숭배’로 이어졌고, 이는 다시 앗수르 사람들이 숭배하던 ‘일월성신’으로 이어졌으며, 후에는 자신의 자녀마저 불 가운데로 지나가게 하는 ‘인신 제사와 무속인들을 신임’하는 데까지 이르렀기 때문입니다.(열왕기하 21장) 그런데도 하나님은 므낫세를 일찍 폐위시키거나 그가 통치하는 기간에 남유다를 멸망시키지 않으셨습니다. 왜 그렇습니까? 하나님의 약속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그 어떤 왕보다 훌륭한, 이 전에도 없었고, 이후에도 없을 정도로 평생을 하나님의 말씀에 순종했던 요시야가 남유다를 22년간 통치하였음에도 하나님이 이런 말씀을 하셨다는 점입니다.

“요시야와 같이 마음을 다하며 뜻을 다하며 힘을 다하여 모세의 모든 율법을 따라 여호와께로 돌이킨 왕은 요시야 전에도 없었고 후에도 그와 같은 자가 없었더라. 그러나 여호와께서 유다를 향하여 내리신 그 크게 타오르는 진노를 돌이키지 아니하셨으니 이는 므낫세가 여호와를 격노하게 한 그 모든 격노 때문이라. 여호와께서 이르시되 내가 이스라엘을 물리친 것 같이 유다도 내 앞에서 물리치며 내가 택한 이 성 예루살렘과 내 이름을 거기에 두리라 한 이 성전을 버리리라 하셨더라.”(열왕기하 23:25-27)

55년간 가득했던 악을 22년간 제거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그 악이 너무나 커서 하나님은 자신이 택한 예루살렘 성과 성전을 버리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즉, 하나님은 22년간의 거룩한 삶을 향한 노력이 있었음에도 남유다를 용서하지 않으신 것입니다. 아무리 노력해도 용서받을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예수님이 이 땅에 오신 이후 어떻게 되었습니까? 놀랍게도 우리의 죄와 악은 사하여지고, 영원한 생명을 선물로 받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새로운 삶을 향한 눈이 떠지게 되었습니다. 22년간 노력해도 안 되던 것을 지금은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구하면 응답을 받을 수 있게 되었으니 제가 이 말씀들을 묵상하며 어찌 감사하지 않을 수 있고, 한량없는 하나님의 사랑을 다시 깨닫지 않을 수가 있었겠습니까?

우리가 이런 엄청난 은혜와 사랑을 받은 사람들입니다. 구약의 말씀에 따르자면 이전에는 평생을 노력해도 용서받을 수 없었던 삶이 있었다면 지금은 그렇지 않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사도 바울은 이런 고백을 했습니다.

“내가 전에는 훼방자요 박해자요 폭행자였습니다. 그러나 그러한 행동은 내가 믿지 않을 때에 알지 못하고 한 것이므로, 하나님께서 나에게 자비를 베풀어 주셨습니다. 우리 주님께서 나에게 은혜를 넘치게 부어 주셔서,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얻는 믿음과 사랑을 누리게 하셨습니다. 그리스도 예수께서 죄인을 구원하시려고 세상에 오셨다고 하는 이 말씀은 믿음직하고, 모든 사람이 받아들일 만한 말씀입니다. 나는 죄인의 우두머리입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는 나에게 자비를 베푸셨습니다. 그 뜻은 그리스도 예수께서 끝없이 참아 주심의 한 사례를 먼저 나에게서 드러내 보이심으로써, 앞으로 예수를 믿고 영생을 얻으려고 하는 사람들의 본보기로 삼으시려는 것입니다.”(디모데전서 1:13-15)

열왕기하에 기록된 대로의 하나님이셨다면 절대 용서받을 수 없었던 죄인의 우두머리 바울이었지만, 예수님이 오신 이후 하나님의 자비로, 끝없이 참아 주시는 하나님의 사랑으로 예수를 믿고 영생을 얻었다고 고백합니다.

여기에 앉아 있는 우리도 그렇지 않습니까? 사도 바울만 죄인 중의 우두머리입니까? 우리도 끊임없이 교회를 다니고 신앙생활을 한다고 하면서도 얼마나 많이 죄와 악을 저지르고 하나님을 배신하고 등 돌리며 살아왔습니까? 그럼에도 하나님은 자비를 베푸셔서 우리가 영원한 생명 가운데 있을 수 있도록 해주셨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런 사랑과 은혜를 받은 사람답게 살아야 합니다. 그래서 오늘 본문 가운데 성도님들과 중요하게 보고 싶은 부분이 ‘성령께서 인도하여 주시는 대로 따라 사는 삶’(16절)과 ‘사랑과 기쁨과 화평과 인내와 친절과 선함과 신실과 온유와 절제’(22-23절)이라는 성령의 아홉 가지 열매입니다.

사도 바울의 사례들을 보면 성령께서 인도하여 주시는 삶은 내 뜻대로의 삶이 아니라 하나님이 원하시는 방향으로 인도되는 삶임을 알 수 있습니다. 사도 바울은 자신이 원하는 바가 막히기도 하고, 계획되어 있지도 때로는 전혀 생각하지도 못한 방향으로 인도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삶의 흐름, 열악한 상황 속에서 사도 바울은 끊임없이 성령의 열매를 맺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우리가 오늘 하나님께 드려야 할 열매가 바로 이 열매입니다. 삶의 흐름, 열약한 상황 속에서도 피어나야 할 성령의 열매를 하나님께 드려야 합니다. 성령의 열매를 맺기 위해 어떤 삶의 노력을 기울였는지 하나님께 고백할 수 있어야 합니다.

성령님은 우리가 이런 성령의 열매를 맺을 수 있도록 안내하십니다. 성령의 열매 역시 평안처럼 없던 것이 생겨나는 것이 아닙니다. 이미 이 씨앗은 우리 안에 존재합니다. 그래서 피어나게 하는 것입니다. 그렇기에 성령님은 삶의 순간순간 성령의 열매를 맺을 수 있는 상황을 우리에게 주십니다. 내가 계획하지 않은 그 순간, 내가 생각하지도 못한 바로 그 순간, 내가 당황하게 될 수밖에 없는 순간들을 만드셔서 우리가 성령의 열매에 물을 줄 수 있도록 하십니다.

민수기 20장에 광야에 있는 백성들이 마실 물이 없어 모세와 아론을 비방하고 하나님을 원망하는 장면, 이런 백성들 앞에서 하나님의 거룩함을 드러내지 못했던 모세와 아론의 상황이 그렇습니다. 사무엘하 23장에 다윗이 적들에게 둘러 쌓여있을 때 목이 말라 물을 구하는 장면도 그렇습니다.

이때 부하들은 목숨을 걸고 다윗을 위해 물을 가지러 갔는데, 다윗은 이런 고백을 했습니다. “주님, 이 물을 제가 어찌 감히 마시겠습니까! 이것은, 목숨을 걸고 다녀온 세 용사의 피가 아닙니까!”(사무엘하 23:17) 자신의 위치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지 않은 다윗의 실책을 볼 수 있는 장면입니다.

그래서 야고보는 이렇게 말합니다. “무엇 때문에 여러분 가운데 싸움이나 분쟁이 일어납니까? 여러분의 지체들 안에서 싸우고 있는 육신의 욕심에서 생기는 것이 아닙니까?”(야고보서 4:1)

사도 바울 역시 오늘 우리가 읽은 본문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19 육체의 행실은 환히 드러난 것들입니다. 곧 음행과 더러움과 방탕과 20 우상숭배와 마술과 원수 맺음과 다툼과 시기와 분냄과 분쟁과 분열과 파당과 21 질투와 술취함과 흥청망청 먹고 마시는 놀음과, 그와 같은 것들입니다. 내가 전에도 여러분에게 경고하였지만, 이제 또다시 경고합니다. 이런 짓을 하는 사람들은 하나님의 나라를 상속받지 못할 것입니다.”

바울은 하늘나라를 상속받지 못할 것이라 말했고, 예수님도 이런 말을 하셨습니다. “6 ‘나를 믿는 이 작은 사람 가운데서 하나라도 걸려 넘어지게 하는 사람은, 누구라도, 차라리 그 목에 큰 맷돌을 달고 깊은 바다에 빠지는 편이 낫다. 7 사람을 걸려 넘어지게 하는 일 때문에 세상에는 화가 있다. 걸려 넘어지게 하는 일이 없을 수는 없으나, 걸려 넘어지게 하는 일을 일으키는 그 사람에게는 화가 있다.’ 8 ‘네 손이나 발이 너를 걸려 넘어지게 하거든, 그것을 찍어서 내버려라. 네가 두 손과 두 발을 가지고 영원한 불 속에 들어가는 것보다는, 차라리 손이나 발 없는 채로 생명에 들어가는 편이 낫다. 9 또 네 눈이 너를 걸려 넘어지게 하거든, 빼어 버려라. 네가 두 눈을 가지고 불 붙는 지옥에 들어가는 것보다는, 차라리 한 눈으로 생명에 들어가는 편이 낫다.’”(마태복음 18:6-9)

그렇기에 성도는 성령의 열매를 맺는 삶을 살아야 합니다. 삶의 모든 순간이 성령의 열매를 맺을 수 있는 순간들입니다. 성령의 열매에 물을 줄 수 있는 순간들입니다. 육신의 욕망, 정욕에 넘어가면 성령의 열매에 물을 주어 자라게 할 수 없습니다. 

순간순간들에 우리가 어떤 말과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이 열매를 죽일 수도 있고, 더 크게 자라게 할 수도 있습니다. 어떤 마음으로 살아가느냐에 따라 이 열매를 죽일 수도 있고, 더 크게 자라게 할 수도 있습니다. 앞으로 추수감사주일에 이 열매를 드릴 수 있었으면 합니다. 성령의 열매를 제단 앞에 드릴 수 있었으면 합니다. 

마지막으로 사도 바울의 고백으로 말씀을 마칩니다. “24 그리스도 예수께 속한 사람은 정욕과 욕망과 함께 자기의 육체를 십자가에 못박았습니다. 25 우리가 성령으로 삶을 얻었으니, 우리는 성령이 인도해 주심을 따라 살아갑시다. 26 우리는 잘난 체하거나 서로 노엽게 하거나 질투하거나 하지 않도록 합시다.”

이상중 목사(초도제일교회)  webmaster@ecumen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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