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종교학계와 신학계에 큰 족적을 남긴 길희성 교수의 유산을 재조명하는 학술 세미나가 서강대에서 진행되었다. ⓒ홍인식

지난 10월 25일(금) 오후 6시부터 서강대학교 정하상관에서 길희성 박사 1주기 추모 학술세미나가 열렸다. 서강대 종교학과, 새길기독사회문화원, 심도학사가 공동 주관한 이번 세미나는 늦은 시간임에도 100여 명이 넘는 청중들이 참석해 고인의 학문적 업적을 기리고 그의 사상을 되새기는 뜻깊은 자리가 되었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류제동 박사(보조사상연구원), 이찬수 박사(연세대 교양교육연구소), 김희헌 박사(한신대 신학대학원)가 발표자로 나서 길희성 박사의 종교학과 영성 사상을 심도 있게 조명했다. 각 발표는 길희성 박사의 학문적 여정을 되짚어보고, 그의 독창적인 사상과 그 의미를 분석하며, 오늘날 우리 사회에 주는 메시지를 고찰하는 내용으로 구성되었다.

길희성의 종교학: 인간, 사회, 우주를 꿰뚫는 영성적 통찰

류제동 박사는 “길희성의 종교학: 인간, 사회, 우주에 대한 ‘영성적’ 접근으로서의 종교 연구”라는 제목의 발표를 통해 길희성 박사의 종교학을 ‘인간, 사회, 우주에 대한 영성적 접근’으로 정의했다. 류 박사는 길희성 박사가 동서양의 지성적 전통을 계승하여 궁극적 실재를 탐구하는 데 기여했다고 평가했다. 특히 그리스도인으로서의 정체성을 지니면서도 배타적인 시각을 넘어선 열린 종교 이해를 추구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길희성 박사의 학문적 성과가 “궁극적 실재 또는 실재의 궁극적 차원에 대한 신학적 관심이 지구촌의 다양한 종교 전통 텍스트를 대상으로 삼아서 철학적 성찰 과정을 통하여 산출된 것”이라고 분석하며, 길희성 박사가 “동서양의 전통적 가치의 현대적 의의를 밝히는 데 평생을 바쳤다.”고 평가했다.

불교와 그리스도교의 창조적 만남: 신학과 불교학의 지평을 넓히다

이찬수 박사는 “불교와 그리스도교의 창조적 만남과 궁극적 일치: 길희성의 신학과 불교학”이라는 발표에서 길희성 박사의 신학과 불교학 연구를 분석했다. 그가 종교적 다양성에 대한 고민을 바탕으로 불교와 그리스도교의 심층적 만남을 통해 궁극적 일치를 추구했다는 것이다.

이 박사는 길희성 박사가 “고등학교 시절부터 신앙이 무엇인지 이해하고 싶어 했다.”는 점을 지적하며, 이러한 그의 탐구가 불교와의 만남을 통해 더욱 심화되었다고 설명했다. 특히, 길희성 박사는 “‘힘으로서의 신’ 개념을 통해 신의 창조력과 인격성을 드러내고자 했으며, ‘보살예수론’에서 보듯 불교와 그리스도교의 차이를 넘어서는 통합적 사상을 제시했다.”고 보았다. 이 박사는 이러한 길희성 박사의 노력을 “기존의 불교학과 전통적 신학의 ‘깊이’를 종교적 다원사회의 지평으로 끌어올려, 종교 간 만남과 일치는 새삼스러운 것이 아니라, 두 종교의 근본정신에 속한 것임을 두 종교인들에게 보여주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영적 휴머니즘: 탈종교 시대를 넘어서는 새로운 희망

김희헌 박사는 “영적 휴머니즘: 길희성의 일원론적 형이상학에 관한 고찰”이라는 발표에서 길희성 박사의 ‘영적 휴머니즘’ 개념을 분석했다. 이것이 인간의 영적 본성에 대한 자각을 통해 탈종교 시대의 위기를 극복하고 새로운 인간관과 신론을 제시하는 통합적 형이상학이라고 지적했다.

김 박사는 길희성 박사가 “지성으로부터 멀어진 기독교의 ‘초자연주의적 유신론’을 극복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영성에서 멀어진 근대 과학의 탈 종교적 세속주의를 동시에 극복하는 ‘제3의 길’을 모색했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그 결과물로 “영적 휴머니즘”을 제시했다는 것이다.

특히, 영성과 지성을 겸비한 인간 주체를 통해 진리를 추구하고 문명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는 길희성 박사의 믿음을 조명하며, “오늘 탈종교 시대의 과제는, ‘세속적 휴머니즘’의 한계를 보완하는 재 종교화가 아니며 오히려 과제는 영성과 교만의 독선 그 자체를 극복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길희성 박사의 삶과 학문: 한국 종교학계의 거목

길희성 박사는 서울대 철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예일대에서 신학 석사, 하버드대에서 철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이후 미국 세인트올라프대학, 서울대, 서강대에서 교수로 재직하며 한국 종교학의 발전에 크게 기여했다. 특히, 불교와 기독교를 깊이 연구하며 두 종교의 창조적 만남을 통해 새로운 종교적 지평을 열고자 노력했으며, ‘종교다원주의’라는 개념을 한국 사회에 소개하는 데에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

그는  『종교 10강 ― 종교에 대해 많이 묻는 질문들』, 『종교에서 영성으로 ― 탈종교 시대의 열린 종교 이야기』, 『일본의 정토 사상: 신란의 절대 타력 신앙』, 『보살예수: 불교와 그리스도교의 창조적 만남』, 『포스트모던 사회와 열린 종교 이야기』, 『신앙과 이성의 새로운 화해』, 『인문학의 길: 소외를 넘어』,  『영적 휴머니즘』 등 다수의 저서를 남겼으며, 현재 동연출판사에서 길희성 〈종교와 영성 연구〉 전집이 발간 중이다.

이번 학술세미나는 길희성 박사의 학문적 업적을 기리고 그의 사상을 계승하는 의미있는 자리였으며, 참석자들은 그의 삶과 학문을 되돌아보며 한국 종교학계의 발전에 기여한 고인의 뜻을 기렸다.

홍인식 대표(에큐메니안)  webmaster@ecumen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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