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7 한국교회 2백만 연합예배 및 큰 기도회 조직위원회’는 10월 27일 오후 광화문과 시청대로 일대에서 대규모 기도회를 개최한다고 발표했다. 이 ‘기도회의 취지와 국민 여러분께 드리는 호소문’을 살펴보면, “전환기 앞에 선 대한민국”이라는 주제 아래 한국 사회가 처한 여러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조직위는 한마디로 대한민국이 ‘병들어 있다’고 표현한다.

조직위가 제시한 병의 원인은 ▲ 북핵의 위협, ▲ 종합 부채 증가, ▲ 기업가 정신의 소멸과 연금 고갈, ▲ 세대 및 진영 간의 단절, ▲ 저출생과 사회적 분열, ▲ 교육 붕괴, ▲ 반생명적·반윤리적 행위의 만연과 법제화, ▲ 극단적 이념 논쟁, ▲ 팬덤 정치, ▲ 자유와 인권을 억압하는 법률 제정, ▲ 동성애와 동성혼의 제도화 등을 꼽고 있다.

이러한 문제에 대한 진단을 바탕으로 조직위는 종교개혁 정신을 통해 대한민국의 새로운 기적을 이끌어내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이와 함께 100대 기도제목을 발표했다. 이들의 진단에 따르면, 현재의 병든 사회를 치유하는 방법은 기도와 실천을 통한 변화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들의 진단과 기도제목은 과연 문제를 제대로 파악하고 있을까? 그에 따른 해결책도 적절할까? 예를 들어, 저출생 문제는 단순히 개인의 신앙 부족이나 세속적 가치관 때문이 아니라 불안정한 고용 환경, 높은 주거비, 교육비 부담 등 사회경제적 요인에 기인한다.

동성애 문제 역시 세계보건기구(WHO)와 같은 권위 있는 기관에서 이미 질병이나 비정상적인 것으로 간주하지 않는 문제인데, 조직위는 여전히 이를 ‘치유’해야 할 대상으로 보고 있다. 이처럼, 조직위는 복잡한 사회 문제를 지나치게 단순화하거나 왜곡된 시각으로 접근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해결책도 추상적이다.

따라서 이들의 진단과 기도제목이 실제로 문제를 제대로 파악하고 있으며, 그에 따른 해결책도 적절한지 비판적 검토가 필요하다. 특히, 사회적 문제는 매우 복합적이고 다층적이지만, 조직위의 진단은 이를 단순화하고 있으며, 그 해결 방안 또한 구체적이지 않다. 이제 이러한 진단과 기도제목의 구체적 문제를 분석하고자 한다.

사회적 문제에 대한 단순화 및 왜곡

조직위가 제시한 기도제목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문제는 사회적 문제를 지나치게 단순화하고 왜곡한 접근이다. 특히, 젠더 갈등, 저출생, 비혼주의, 동성애 등 다양한 사회적 이슈를 개인의 신앙이나 도덕적 결함으로 축소하여 해석하고 있다. 이는 복잡하고 다층적인 사회적 문제에 대한 구조적 이해를 결여한 것이다.

젠더 갈등의 예를 들어 보면, 조직위는 이 문제를 개인의 죄로 환원하며, 사회적 구조가 만들어낸 권력 불균형과 역사적 맥락을 무시한다. 젠더 갈등은 단순히 남성과 여성 사이의 도덕적 갈등이 아니다. 이는 오랜 시간 동안 형성된 사회적, 경제적 불평등에서 비롯된 문제이다. 고용 불평등, 성별 임금 격차, 여성에 대한 제도적 차별 등은 여성들의 사회적 지위를 약화시키는 중요한 요인들이다. 하지만 이러한 구조적 요인에 대한 언급 없이 개인의 신앙 문제로 축소하는 것은 문제의 본질을 흐리는 것이다. 이는 근본적 해결을 기대하기 어렵다.

페미니즘에 대한 조직위의 시각도 왜곡되었다. 페미니즘은 성평등을 추구하는 사회적 운동임에도 불구하고, 조직위는 이를 악한 사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는 현대 사회의 인권 담론과 완전히 배치되는 시각이다. 교회가 페미니즘을 반대하는 것은 젠더 불평등을 더 심화시키고, 여성이 겪는 차별을 정당화하는데 일조하는 것이다. 교회는 단순한 도덕적 시각에서 벗어나, 성서적 가치관과 현대 인권 담론을 조화롭게 받아들여야 한다. 페미니즘을 악마화하는 것은 더 이상 현대 사회에서 설득력을 가지지 못하며, 오히려 교회의 신뢰성을 떨어뜨린다.

▲ 저출산과 비혼주의 문제가 신앙의 영역일까. 이러한 분석 자체가 틀렸다. ⓒ통계청

저출산/비혼주의에 대한 몰구조적 이해

조직위가 저출산과 비혼주의 문제를 해석하는 방식 또한 사회적 현실과 괴리가 크다. 저출산 문제는 단순히 개인의 신앙 부족이나 세속적 가치관 때문이 아니라, 복잡한 사회경제적 요인에 깊이 뿌리를 두고 있다. 청년들이 결혼과 출산을 망설이는 주요 원인은 경제적 불안정성과 높은 주거비, 교육비 부담과 같은 문제들이다. 교회는 이러한 구조적 문제들을 외면한 채, 신앙적 부족으로 인한 결과로 해석하고 있으며, 이는 실질적인 해결책을 제공할 수 없다.

고용 불안정은 특히 청년 세대에게 큰 문제이다. 많은 청년들이 비정규직이나 단기 계약직으로 일하며, 안정된 경제적 기반을 마련하지 못해 결혼과 출산을 망설인다. 또한, 주거비와 양육비 부담은 결혼을 더욱 어렵게 만든다. 특히 대도시에서 주택을 소유하거나 장기 임대 계약을 맺는 것은 청년들에게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 되어가고 있다. 이처럼 복잡한 사회적 요인들이 저출산 문제에 영향을 미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교회는 이를 신앙 부족으로 단순화함으로써 청년 세대의 현실을 외면하는 꼴이다.

비혼주의에 대한 해석도 비슷한 문제를 안고 있다. 결혼을 선택하지 않는 청년들은 단순히 세속적 가치관 때문이 아니라, 결혼과 가정에 대한 부담과 함께 자유로운 삶을 선택하고자 하는 새로운 사회적 흐름을 반영한다. 교회는 이러한 변화를 도덕적 문제로만 바라보는 대신, 청년들의 선택을 존중하고, 그들이 더 나은 환경에서 결혼과 출산을 선택할 수 있도록 사회적 구조 개선에 기여해야 한다. 저출산 문제는 신앙을 강화한다고 해서 해결될 수 없는 복잡한 문제이다.

동성애와 성소수자에 대한 반인권적 접근

조직위가 동성애와 성소수자 문제에 대해 제시한 입장은 심각한 인권 침해로 이어진다. 동성애를 질병이나 비정상적인 것으로 규정하고, 탈동성애 치유를 주장하는 것은 현대 사회에서 받아들여질 수 없는 편협한 시각이다. 이는 동성애에 대한 과학적, 의학적 사실을 완전히 무시한 것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1990년에 이미 동성애를 질병 목록에서 삭제했으며, 이는 동성애가 신체적, 정신적 질병이 아니며 비정상적인 것도 아니라는 사실을 분명히 했다. 그러나 조직위는 여전히 동성애를 치유해야 할 대상이라고 주장하며 성소수자를 억압하는 접근을 취하고 있다. 이는 교회가 시대적 흐름을 읽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주며, 성소수자의 인권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위험한 발언이다.

성소수자는 이미 오랜 기간 동안 사회적 차별과 억압을 겪어왔으며, 그들의 권리를 존중하는 것은 현대 사회의 필수적인 가치이다. 성소수자에 대한 교회의 접근은 사랑과 포용보다는 배제와 차별에 익숙해져 있다. 예수님의 가르침에 따르면 모든 사람을 사랑해야 한다고 했지만, 교회는 성소수자를 혐오하고 배제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이러한 접근은 기독교 정신과도 충돌하며, 교회의 윤리적 신뢰를 저해할 수 있다.

교회의 사회적 책임과 200억 기금 사용의 문제

기도 제목 중에서 조직위가 제안한 200억 기금 조성 계획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그 구체적 사용 계획이 부족하다는 점은 큰 문제이다. 기금을 조성하는 것만으로는 사회적 문제를 해결할 수 없으며, 그 자금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사용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이 필요하다.

조직위는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해 교회 시설을 아이 돌봄 센터로 제공하는 계획을 제시할 수 있지만, 이러한 접근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실제로 청년 세대가 직면한 경제적 불안정과 주거 문제에 대한 포괄적인 해결책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시설 제공만으로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는 어렵다. 또한, 기금을 단순히 교회 내부 활동에만 사용한다면, 사회적 약자에게 실질적인 혜택을 제공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교회는 더 구체적이고 사회적 영향력이 큰 프로젝트를 기획해야 한다. 예를 들어, 주거 문제 해결을 위한 공공 주택 사업에 기여하거나, 청년들이 경제적 안정을 찾을 수 있도록 장기적인 고용 지원 프로그램을 마련해야 한다. 이러한 프로그램들이 없다면 기금은 단순한 선언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교회가 진정으로 사회 문제 해결에 기여하기 위해서는 구체적인 계획과 현실적인 정책 제안이 필수적이다.

▲ 나날이 높아만 가는 주택 가격은 결혼의 가장 큰 걸림돌이라는 사실은 무시하고 있다. ⓒ청와대

혐오와 차별 조장의 위험성

기도 제목에서 차별금지법을 악법으로 규정하고, 성소수자와 젠더 이슈를 부정적으로 다루는 부분은 매우 심각한 문제이다. 이는 교회가 혐오와 차별을 조장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분명한 사례이다. 특히 차별금지법을 반대하는 이유가 성소수자나 여성의 권리를 억압하려는 의도에서 비롯된 것이라면, 이는 교회의 역할을 왜곡하는 것에 불과하다.

예수님은 모든 사람을 사랑하라고 가르치셨다. 하지만 교회는 특정 집단을 배제하거나 혐오하는 메시지를 통해 사회 통합에 방해가 되고 있다.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은 사회적 갈등을 더욱 심화시키고 있으며, 이는 기독교의 가르침과도 어긋난다. 교회는 혐오와 차별을 멈추고 모든 사람을 포용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며, 성소수자와 여성의 권리를 존중하는 데 앞장서야 한다.

차별금지법은 단순히 성소수자 문제에 국한되지 않고, 사회적 약자 전반에 대한 보호를 의미한다. 이를 악법으로 규정하는 것은 교회가 사회적 정의와 인권 문제에 대해 비현실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음을 보여줄 뿐이다. 교회는 사회 전체의 화합과 평등을 위한 법적, 제도적 개혁을 지지해야 한다.

비현실적인 기대에 대한 성찰

기도는 기독교의 중요한 요소지만,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 기도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기도는 개인적, 영적 변화를 가져올 수 있지만, 실제 사회 구조를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행동이 필요하다는 점은 삼척동자도 다 안다. 예를 들어, 젠더 불평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법적, 제도적 개혁이 필수적이다. 교회는 기도와 함께 구체적인 사회적 행동을 촉구해야 하며, 이를 통해 진정한 변화를 이끌어내야 한다.

또한, 교회는 다른 종교와 시민사회단체와 협력할 필요가 있다. 사회 문제는 단일 종교나 단체가 해결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서며, 교회는 사회의 일원으로서 다양한 집단과 협력하여 문제를 해결하는 데 기여해야 한다. 고립된 신앙적 접근보다는, 포괄적이고 통합적인 협력을 통해 사회적 변화에 동참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는 교회의 역할을 확장할 뿐만 아니라, 사회적 신뢰를 회복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 종교개혁가들은 루터와 칼빈, 이들은 잇는 웨슬레의 신앙은 사회 문제를 직시했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동분서주했던 사회활동가들이었다.

루터와 칼빈 그리고 웨슬레는 기도만 하지 않았다

이제 글을 마무리하자. 조직위가 내세운 종교개혁 정신의 밑바탕은 루터와 칼빈이다. 여기에 한국 교회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감리교의 정신은 루터와 칼빈을 잇는 존 웨슬레에서 이어진다.

그러나 이들이 조직위가 이야기한 것처럼 단지 기도만 했던 이들이었을까? 그들은 기도만 하는 신앙인에 머물지 않고, 현실에서 행동하는 실천가들이었다. 이들은 교회 권력과 사회 권력이 무서워할 정도로 민첩하고 강하게 행동했으며, 그들의 신앙을 통해 사회 변화를 이끌어내는 데 앞장섰다.

루터는 단순히 교회 내부의 문제를 비판한 것이 아니라, 민중의 목소리를 대변하며 부패한 교회의 권위에 맞섰다. 그는 면죄부 판매와 같은 교회의 부패를 폭로하며, 구원은 교회의 중재 없이도 신앙에 의해 가능하다는 "오직 믿음"의 원칙을 강조했다. 그의 개혁은 억압받는 민중들에게 종교적 자유를 제공했을 뿐만 아니라, 부당한 권위에 저항할 수 있는 힘을 주었다. 독일 농민전쟁 시기에 그는 민중의 고통을 이해하며, 그들의 권리와 존엄을 옹호했다.

칼빈은 제네바에서 정의와 복지를 중시하는 신정정치를 통해 구체적인 사회 개혁을 실천했다. 그는 경제 문제와 사회 불평등을 해결하기 위해 교회와 사회가 협력해야 한다고 보았으며, 제네바의 도시 관리 체제를 발전시키는 데 기여했다. 그의 개혁은 사회적 정의를 실현하고, 공공의 이익을 보호하는 방향으로 나아갔다. 이는 오늘날의 정치적·경제적 사상에도 영향을 미친 중요한 업적이다.

웨슬레는 산업혁명 시대에 노동자들의 권리와 사회적 불평등 문제에 깊이 관여했다. 그는 기독교적 실천을 통해 노동 환경을 개선하고, 교육과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며 사회적 책임을 다했다. 감리교 운동을 통해 웨슬레는 기도와 더불어 구체적인 사회적 행동이 어떻게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는지를 보여주었다.

오늘날 교회가 본받아야 할 것은 바로 이들 개혁자들의 사회적 책임 의식이다. 조직위는 이들의 이름을 내세우지만, 기도에만 집중하는 현재의 접근 방식은 이들 실천가들의 정신과는 거리가 멀어도 너무 멀다. 루터, 칼빈, 웨슬레가 보여준 것처럼, 진정한 신앙은 세상 속에서 구체적인 변화를 만들어내는 데까지 나아가야 한다.

이정훈  typology@naver.com

<저작권자 © 에큐메니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